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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모스 Sep 26. 2022

"밥 먹을 때 왜 맨날 오빠 이름 먼저 불러?"

"정수야, 밥 먹자"


식사 준비가 끝나면 엄마는 우리 남매를 불렀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엄마는 항상 밥 먹으라고 할 때 오빠 이름만 부를까?'


그렇게 며칠을 더 지켜봤던 거 같다. 어린 마음에. 그리고 며칠 후 그 감정이 터졌다. 그날도 엄마는 "정수야 밥 먹자"라며 우리를 불렀고, 엄마에게 난 큰 마음을 먹고 따져 물었다. 


엄마는 당황했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네가 이름 부르기도 전에 먼저 오니까 그렇지"라고 말했던 거 같다. 그 말이 날 더 슬프게 했다. 나는 엄마가 힘들게 식사를 차려서 부르면 바로 달려가 수저도 놓고, 반찬도 옮기고 했는데, 내가 지나치게 빨리 가기 때문에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는 의미인 건가. 


울음을 터트렸다. 어릴 때 난 한 번 울면 그치는 법이 없었다. 내 분이 다 풀리고, 화나는 상황이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계속 울었다. 엄마의 답은 당연히 나에겐 정답이 아니었다. 난 그때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엄마가 깊게 생각하지 못했고, 다음엔 네 이름부터 꼭 불러주겠다"는 답을 듣고 싶었던 거다. 


밥상머리에서 그칠 줄 모르고 울며 고함을 치는 딸을 보는 게 엄마도 지쳤는지 "다음엔 네 이름을 꼭 먼저 불러주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엄마는 내 이름을 먼저 불러준 적이 없다. 


물론 엄마는 예쁜 그릇이 있으면 "소연이가 쓰라"면서 내 전용으로 쓰도록 해주셨고, 반찬으로 차별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평생 차별받으면서 자란 엄마 입장에서는 내 속상함이 이해 못 할 감정이라는 것도 성인이 되고 나니 알겠다. 


엄마를 사랑해서 그랬던 거 같다. 워낙 샘도 많은 아이였고. 몇 년 동안 동생을 낳아 달라고 엄마를 졸랐는데, 엄마가 "동생 태어나면 네 장난감도 다 동생주고, 옷도 동생주고, 엄마랑 아빠도 동생만 봐야 해"라는 얘길 들은 후 한 번도 동생을 낳아 달라고 한 적이 없다. 엄마의 사랑을 누군가와 공유하기 싫은데, 엄마는 항상 엄마 아들이 먼저라는 걸 숨기지 못하니까 속상했던거 같다. 지금 보니 그랬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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