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에 없는 노하우를 얻는 방법
“하. 조개를 어디서 구해야하지.”
곤란했다. 요리사로서 제일 자신이 있게 만들 수 있는 요리인 봉골레 파스타의 핵심 재료인 조개를 어떻게 구해야하는지 좀 처럼 답을 구하기 어려웠다. 예전에 일했던 식당에서는 부산의 자갈치 시장과 거리가 가까워서 좋은 조개를 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시대에서 살아남지 못한 번화가를 피해 다른 곳에서 영업을 하려고 하다보니 기존에 있던 재료들의 수급 루트들의 변경이 필요했다. 더 일찍이 행동해서 자갈치 시장을 들릴 수도 있지만, 왕복 1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절약하냐 못하냐는 자영업자에겐 생각보다 큰 문제였다. 무엇보다 조개라는 게 매번 일정한 상태 일정한 크기가 아니다보니 직접 보고 선별해서 구매를 해야하는 물품이었다. 그렇기에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건 좀 걱정스러웠으나 우선 평가가 좋아보이는 업체를 통해 주문해봤지만,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평이 좋았던 것은 결국 일반 소비자들 기준이었다. 조개는 너무나 작아서 손님에게는 쓸 수가 없는 편이었는데 기존에 7개에서 8개로도 1인분으로 감칠맛을 우려낼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13개를 넣어도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았고 육수에서 평소와는 다른 쓴맛이 나는 게 인터넷으로 수산물을 주문하는 건 역시 이런 실패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인터넷에서 좋은 조개를 파는 곳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내가 모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나에겐 자영업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정보통이 그다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결국 정보통이 너무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이미 이런 문제를 해결하며 장사를 하는 사장님들은 영업을 하고 있다. 막상 장사를 시작하겠다며 이것저것 준비를 하는데, 요리는 오랫동안 했더라도 사업을 하는 사장님이 되는 건 처음이다보니 낯선 것들 투성이었다. 예비창업자가 되기 전부터 함께 일하던 사장님들에게 이것저것 묻긴 했지만, 정작 직접 움직이고 해야 할 것들을 앞에 두다 보니 책상 위에 뭐가 뭔지 모르는 서류들이 한껏 쌓여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다시 이전의 사장님들을 귀찮게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뭐, 요즘 시대에 직접 접촉해서 뭘 얻어내긴 그렇고. 요샌 어플도 많잖아. 고기 발주나 채소 발주하는 거나 전문적으로 주문을 관리하는 어플들도 있고 말이야. 재료들 어디에서 주문하는데?”
“고기는 미트박스라는 사이트를 이용해요. 조개는 아시겠지만 자갈치에서 직접 구했었고, 채소 또한 쿠팡으로 발주를 하거나 지인분을 통해서 농수산물시장에서 주문을 하기도하죠.”
“그러면 조개도 그렇게 직접 알아보고 다녀서 유통하면 되잖아.”
“그게 생물들은 쉽지 않다는 걸 사장님도 잘 알잖아요.”
“그렇기도한데, 지금 네가 필요한 건 정보통이잖아? 인터넷에 보면 다른 업체 사장들과 정보를 나누거나 할 수 있는데, 그런 곳에 조언을 구해보기라도 했어?”
“그런 게 있어요?”
“요즘 시대에 그런 거 하나 없겠냐.”
조개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용할 사이트를 구하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그 사이트들은 업체들을 소개해주는 어플이었다. 조개의 주문을 실패 할 때 느꼈던 거지만, 일반 가정에서 구매하는 눈높이와 자영업을 하는 사람의 눈높이는 각자 다른 만큼 업체에 대한 이용 리뷰 평가를 보고서 유통업체를 선택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었다. 소고기도 주문해야 할 곳을 알아봐야 했고, 채소 또한 가격과 신선도를 잘 따지며 최대한 합리적으로 발주할 수 있는 업체들을 찾아야 했다. 사장님 말대로 나에게 필요한 건 정보통이었다.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정보를 공유 할 수 있는 커뮤니티. 거기에 정말 내가 필요한 것은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커뮤니티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정보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서 얻는 정보의 신뢰도는 꽤나 크다. 익명성이 제공되는 인터넷에서는 일반 소비자인지 자영업인지 모르는 사람에게 조언을 받는다면, 그것 또한 그저 일반 소비자의 리뷰글을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만큼 경험자에게서 조언을 듣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몰라서 그렇지, 자영업자들이나 예비자영업자들 대상으로 나오는 앱들이 얼마나 많은데, 네가 고기 구할 때 쓰는 곳도 그렇고, 채소 같은 건 시장에 주문 넣어서 배달받기도 하고. 쿠팡도 좋긴 한데 쿠팡은 좀 대중적인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편이니까, 우리에게 다 맞다고 볼 수도 없으니까. 그래서 가끔은 코스트코나 대형마트를 방문에서 대량으로 구매를 하기도 하는데, 직접 발품하지 않고 편하게 하려면 전문 식재품들 취급하는 유통업체와 계약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이렇게 인연이 있기에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주는 것처럼, 낯선 사람에게 정보를 알려주진 않는 것처럼 경험자에게 얻는 정보의 가치는 크다.
“장사를 하는 것도 트렌드에 따라갈 필요도 있는 거야. 소비자가 어떤 걸 원하는지, 요즘 시대에 어떤 스타일이 유행인지, 그걸 알아야 우리도 수요에 따라 공급을 해줄 수 있는 거지. 수요와 공급. 상식적인 원리잖아. 1년 2년 장사할 게 아니니까. 앞으로 어떻고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는 게 자영업이니까. 우리도 정보가 필요한 거지. 그런 정보통을 소유하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식당의 수명이 갈려있다고 생각해. 적어도 나는 말이지.”
“그래서요? 뭘 어떤 걸 이용하면 되는 건데요? 사장님은 뭘 쓰시는데요?”
“나는 스마트한 것에는 거리가 멀어서, 주변 다른 자영업하시는 사장님들과 술자리 만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정보를 얻었지. 술에서 나오는 진짜 노하우는 별개니까. 장사인이라는 앱을 추천받기도 했었는데, 그것도 괜찮더라.”
“장사인?”
처음 들어보는 앱이었다.
그렇게 추천받은 것을 시작으로 요즘에 어떤 앱들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세상은 사장님의 말대로 역시 트렌디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고기 뿐만이 아니라 디저트는 물론 과일마저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체들을 소개해주는 앱, 온갖 식재료들을 유통해주는 업체의 앱은 물론, 자영업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지내는 앱까지. 심지어 자영업자들의 세금관리에 대한 도움을 주는 앱까지. 무지한 건 죄가 아니라지만, 무지하면 역시 얻지도 못하고 잃을 것도 많다. 그리고 사장님의 조언대로 설치해 본 어플이 나의 고민을 풀어 줄 수 있는 커뮤니티인지 바로 실험해보았다. 카페에서 크게 기대 없이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말이다.
그리고 글 작성한지 20분만에 바로 답글이 달려왔다. 그것도 자영업 7년차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유저가. 그는 어떤 업종에서 쓸 것인지 물어봤고, 그 댓글을 본 다른 자영업자는 같은 업종이라며 자신이 이용하는 업체의 사이트를 알려주었다.
“에…”
조금, 허탈했다. 그동안 뭘 그리 고민했나 싶을 정도였다.
제대로 된 커뮤니티만 있으면 정보는 역시 쉽게 얻을 수 있었다. 그걸 몰랐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게 문제였던 모양이었다.
댓글은 계속 달렸다.
[저는 청해수산몰 여기서 사서 쓰고 있는게 괜찮았어요.] 라는 말과 함께 바로 접속 할 수 있도록 업체의 링크까지 첨부해주고 있었다.
2년차의 같은 업종에서 일하시는 분을 시작으로, 자신이 이용하고 포장 배송까지 해주는 좋은 업체를 추천해주시기 시작했고, 그런 댓글은 밤늦게 달렸다.
나의 고민은 아주 쉽게 풀어주어서인지 커뮤니티앱을 ‘장사인’을 계속 살펴보았다. 오히려 너무 쉽게 해결이 되어서 믿음이 가지 않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마냥 그럴 수도 없는게 이 앱은 사업자번호를 등록하고 활동하고 있는 유저들이 많은 비중을 가지고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예비자영업자와 현 자영업자가 나뉘에 공유되는 공간이 있는 모양이었지만, 예비자영업자들에게 다가가는 현 자영업자들이 다가가는 글들이 많았다. 아직 경험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궁금한 게 많은 게 당연하다. 사업을 시작하는데 한두 푼이 드는 것도 아니고, 막상 일을 벌리기 전에는 이것저것 신경 쓰이고 불안한 게 많다 보니 시작된 커뮤니티의 질문들에는 생각보다 현 자영업자들의 답글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분은 나의 질문 글에 얼마나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큰 건지 1:1 대화 신청을 걸어 정보를 알려주는 분도 계셨다.
그들에게는 내가 뉴비(newbie)로 보였던걸까.
그 이후에도 2년차 혹은 3년차가 되는 양식에서 종사하고 있는 분들이 계속 팁을 주시곤 했는데, 왜 진작에 이런 장사인같은 커뮤니티가 존재하는지 찾아보지 않았는지 생각이 얕았음을 깨닫는다.
그 외에도 업종별 지역별 프렌차이즈별 분류가 되어 있었는데 세세하게 나뉘다 보면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도 수월할텐데 꽤나 세세했다.
커뮤니티는 다른 면에서도 활발했다. 자영업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자영업뉴스도 있었고 가벼운 질문들과 서로의 팁 공유와 사기 혹은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일상까지 정보공유를 떠나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듣고 대화하는 공간이었다.
“대학가는 4월에도 장사가 잘되는 줄 알았는데, 시험기간이라서 오히려 안되는 모양이구나.”
아직 경험하지 못해 얻지 못한 지식을 얻는다는 것은 삶에 있어서 큰 이득이기도하다.
커뮤니티 사이트란 여기저기 많지만,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있는 공간인 만큼 신용도가 꽤나 높게 느껴졌다. 그건 같은 업종은 결국 경쟁자이기에 정보교환을 하는것도 쉽지 않을텐데, 같은 업종에게 혹은 같은 지역에겐 조심스러운 느낌이 드는 게 확실히 자영업자들이 모인 것은 틀림없다는 걸 느끼기 쉬웠다.
당연했다.
“자기 좋으려고 장사하는 건데 남만 도와주고 망하려는 사람은 없을테니.”
남들보다 앞선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건 아주 큰 무기가 된다.
대표적으로 주식만 보아도 그렇다.
한 수 앞을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은 수 많은 이점들을 먼저 가져갈 수 있는 기회로 바꾼다. 남들이 알지 못한 정보를 입수하게 되면 싸게들여 비싸게 팔 수 있는 것처럼. 자영업도 마찬가지다. 정보가 많아야 싸게 들여서 보다 비싸게 팔 수 있다. 정보력이 있다면 말 그대로 순수익도 높일 가능성도 높다는 것.
스마트해지는 세상에선 스마트하게 나아갈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선 개인자영업자에게는 물론 개인적인 기술이 부족해 프렌차이즈로 입점하는 자영업자에겐 더 큰 도움이 된다. 프렌차이즈의 사장은 스스로가 모든 것을 이끌어 갈 기술도 경험도 없기에 먼저 정보와 기술이 있는 기업에 도움을 받는 것이다. 그것을 한 번으로 끝을 내는 것이 아니라 한 발 더 앞서나가기 위해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통이 있다는 건 성공적인 사업을 위해 욕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다.
사용할 수 있는 건 사용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건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다.
남들이 그런 정보력을 가지고 싸우는 사이에 아무런 무기도 없이 전쟁터에 참가한다는 건, 아무리 ‘맛만 좋으면 손님들은 알아서 찾아온다.’라는 말은 그저 구식이 된다. 그건 그저 기본일 뿐이다.
요즘엔 인스타그램이나 각종 SNS를 통해 홍보하는 것은 기본을 넘어선 기본이다. 수년 전에 사업가 백종원씨를 만나지 않았다면 제주도로 옮겨서도 대박을 터뜨린 돈까스집처럼, 맛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으면 손님을 계속 이을 수가 없다. 사람들에게 알리고, 알리기 위해선 그 방법을 알아야하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준비도 잘 되어있어야 한다. 하지만 세상이 어떤 트렌드를 가지고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면, 차갑게 식어가는 음식처럼 폐기처분만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그 어떤 것에도 노력은 필요한 것이고, 그 노력에 더 큰 힘이 될 무기가 있다면, 보다 효율이 좋을 수밖에 없다.
자영업이라는 해쳐나가기 어려운 전쟁터엔 최소한의 무기가 필요하다. 소통에서 나오는 정보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지는 굳이 자영업이 아니더라도 여기저기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자영업도 다른 자영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전쟁터와 다름없다. 자신에게 돈을 쓸 소비자는 한정적이며 자신의 영업장에 손님을 들이기 위해선 다른 곳에 갈 소비자들을 빼내오는 것이기에 생각보다 더 치열하다.
그 방법으로 각종 홍보 효과일 수도 있고, 사업가의 실력 혹은 음식을 파는 사람의 요리실력일 수도 있으며, 매장 내에서 다른 곳과 다른 특징 혹은 서비스 더 나아가서는 손님들의 취향에 따라 인력을 배치하는 방법까지, 더욱 원활한 영업을 위해서 무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정보가 없어 무지하게 남발하다간 자금만 무의미하게 소비될 뿐이다.
“어라. 이 생크림, 제가 아는 곳에선 20% 더 싸게 구할 수 있던데.”
그런 말을 들으면 뼈가 아플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