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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리드 Dec 03. 2021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걸까

라고 아내가 말했다.


 여름날 캠핑장에서 문득 아내는 "이렇게 아무 문제없이 계속 행복해도 되는걸까"라고 툭 말했다. 갑작스런 말에 내가 놀란 이유는 전엔 나도 비슷한 생각을 많이 했던것 같은데, 요즘은 회사든 육아든 그 어떠한 이유로든 그런 생각을 거의 하지 않고 있었다는 자각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불행하다고 느끼는건 아니지만.


 그래서 나는 아내가 요즘 행복하단 생각을 할거라 예상하지 못한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하진 않았겠지만) 지금 우리 앞에 마주한 고민거리가 제법 있고,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어서 서로를 돌아보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적어도 '아무 문제없이 너무나 행복하다'는 생각을 할거라고 예상하지 못하는게 자연스러웠다. 내가 아내에게 무진 신경을 쓰고 이벤트를 해주고 로맨틱하게 대하던 연애시절이나 신혼때가 행복했을거라고, 그래서 그때처럼 챙겨주지 못하는 지금은 행복하지는 않을거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아내의 '헹복하다'는 말은 나를 미안함과 불안한 감정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나 스스로 무의식중에 행복해하지 않고 있었다는 미안함과 정말 이 행복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 결혼을 한지 6년, 아이를 낳은지 3년이 지나고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행복함의 경계선 그 어디에 있는것만 같았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은 우리 부부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평생 끌어안고 사는 질문이다. 아내와 나는 연애를 하던 시절에도 늘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것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등의 어줍잖게 철학적인 이 질문들은 우리 데이트 주된 대화 주제였고 많은 얘기를 주고받으며 나름의 어떤 답을 찾을거라 생각했다.


 그 '답'이 서로라고 생각한 우리는 결혼을 하기로 했고, 그런 우리는 결혼반지에 'We will find a way'(*)라는 영화대사를 새겨넣었다. 그리고 신혼여행을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을것 같던 핀란드 헬싱키로 떠났다. 멀리멀리 떠나 조용한 도시에서 우리 둘만의 대화를 하다보면 그 답이란 것을 찾을 수 있을것 같았다. 헬싱키로 가는 비행기안에서 우리는 그 설렘으로 쉽게 잠들지 못했던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우리는 이 결혼과 그 여행에서 답을 찾았을까. 주변의 누군가 이런 우리에게 '애초에 답이란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어진 상황에서 잘 해결해나가면 되는것이라 조언해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우리는 다르다고, 다른 답을 찾을 수 있을것이라 생각하며 살아온 몇 해 였다.


 우리는 그동안 어떤 고민을 했는지 다시 한 번 되짚어본다.


* 영화 <인터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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