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의 어린이집 등원기 ①
다섯살 아들이 어린이집을 졸업한다. 잘 걷지도 못하던 녀석을 안고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던 기억이 떠올라 감회가 새롭다. 지금 아이는 하루 종일 쉴새없이 말하고, 웃고, 울고, 뛰어다니며 폭발하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중이지만, 처음 어린이집에 등원시킬때 아내는 참 많이 울기도 했더랬다.
아내의 육아휴직 기간이 끝나 아들은 어린이집에 다닐 수 밖에 없었지만, 처음엔 주변에서 우리 부부에게 걱정스런 얘기를 많이 건넸다. 나는 지금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한 우리의 결정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시엔 태어난 이후로 한시도 눈을 떼본적 없는 어린 아이를 하루의 대부분을 남의 손에 맡긴다니, 죄스럽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하기도 했다. 뉴스에서 들리는 어린이집의 공포스런 이야기도 겁이 나는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휴직기간 동안의 아내를 지켜본 나는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믿었다. '부부지만 서로의 삶 역시 잘 가꿔가자'고 했던 우리의 결혼 당시 약속을 생각하며, 아이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이 역시 성장하면서 '우리는 가족이지만 서로의 삶을 잘 가꿔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서로 도움을 줄' 것이라는 말을 우리에게 듣게 될테니까.
다만 갓난아이라서 너무 긴 시간 어린이집에 있지 않도록 아이의 등하원을 위해 어머니께 도움을 요청드렸다. 어머니는 흔쾌히 도움을 주셨고 덕분에 첫 해동안 아이는 아무 탈 없이 어린이집을 잘 다닐 수 있었던것 같다. 짐작컨대, 어머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를 매일 같은 집에서 볼 수 있다는게 좋으셨겠지만,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 타지에서 낮 시간동안의 무료함을 견디는게 가장 힘드셨을 것이다. 사이좋은 고부지간이지만 며느리와 한 집에서 지낸다는 것도 부담이셨을 것이고, 그건 아내도 마찬가지였을테다. 이 부분에서 두 사람에게 정말 감사할 따름인데, 서로 예의를 지키며 혹시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지는 않을까 살피는 모습을 내내 지켜볼 수 있었으니 그저 감사할밖에.
두 분의 수고 덕분에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아무 문제없이 3년간,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 즐겁게 지내는게 좋아 보였다. 오히려 힘이 드는건 어른들이었다. 어머니는 첫 해가 지나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무료함을 견디기 힘들어하셨다. 우리도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 본가에 다녀오실 수 있도록 무진 애를 썼는데, 그마저도 시간이 길어져가니 소용이 없었다. 그 사이 나는 야근이 많지 않은 회사로 이직을 했고, 코로나 덕분(?)에 아내와 나는 재택근무가 많아졌다. 아침에는 두 사람 모두 일찍 출근할 수 밖에 없어서 등원 도우미를 구하기로 하고, 어머니를 본가로 보내드렸다. 이 과정에서도 수 많은 고민과 이야기가 있었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돌아가겠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못해 답답하셨을 것이고, 우리는 조금만 더 계셔주셨으면 하는 마음. 등원 선생님을 구하면서 혹시 이상한 분은 아니실지, 아들이 낯설어하고 힘들어하지는 않을지. 어린이집에서 급한 일이 생기면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을지하는 고민들. 그동안 어머니께 의지하고 있던 문제를 직장생활을 하며 풀어야 하니 신경쓸게 많았다.
두 사람 모두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건, 마치 퍼즐을 맞추듯 아이를 케어하는 스케줄을 짜야한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맡아 주실 때처럼 일정하고 안정적인 방법들이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스케줄을 짜내는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나는 아침일찍 출근해 아이의 하원시간 전 퇴근을 하고 아이를 데리러 갔고, 아내는 아침 등원 선생님이 방문하실때에 맞춰 출근하고 아이의 하원 후에 퇴근을 한다. 어린이집에 사정이 있거나 불가피한 경우 휴가를 내거나 출퇴근을 조정해야한다. 이런 수고로움과 아이의 혼란스러움에 대한 걱정으로 아내는 퇴사를 많이 고민했었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 부부가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이렇다. 아이가 부모의 손을 절대적으로 많이 필요로 하는 시기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라고 생각한다. 그 기간을 위해서 누군가 회사를 그만두고 경력을 단절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이가 고학년이 된 이후의 공허함을 메우기 어려울 것이고 누굴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건 우리가 계속 강조하는 각자의 삶을 잘 꾸려나가는 것에도 반한다. 다만 그 각자의 삶을 가꿔나가는 형태가 꼭 회사일 필요는 없다. 나도 그런면에서 회사를 옮기게 된것이고, 그 기간을 서로 잘 보내고나면 세 사람 모두 서로를 도와 우리 가정이 평온하게 유지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나와 아내, 아이. 모두가 힘든시기. 조금이라도 더 서로를 위하지 않으면 어려운 시기.
만약 오늘 하루로 이 세상이 사라져 버린다면 어떻게 하지? 걱정안해. 그렇게 된다면 전망 좋은 언덕에 침대를 가지고 가서 난 하루종일 데굴데굴 구르며 당신과 입맞추고 있을테니까 말야. 당신은 두렵지도 않나봐.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행복한 질문 中, 오나리유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