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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트루 Jan 01. 2025

철부지 유부남, 나 홀로 도쿄 일주일 #3

가마쿠라, 그곳에는 대왕부처님이 산다

하세데라 관광을 끝내고 도보로 약 15분 걷다 보면 어떤 절 같은 곳과 대불(大佛)이라고 쓰여있는 비석이 보인다. 아무래도 이번 오늘 여행의 핵심 목적지였던 가마쿠라 대불이 자리한 일본의 명 사찰, '고토쿠인'에 도착한 듯하다. 가마쿠라 시대( 1185년~1333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나 그 정확한 시기는 모른다고.


문 안으로 들어가 보면 기와 가운데 부분에 머리를 빼꼼 내밀고 있는 불상이 살짝 보인다. 입장료가 300엔이라 '그냥 안 들어가고 멀찌감치서 보고 갈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지만, 밖에서 보이는 부분은 정말 딱 저 정도밖에 없다 보니 불상을 보려면 안으로 들어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피 같은 300엔을 내고 들어가니 바로 펼쳐지는 진풍경.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빅 부다'(Big Budda)의 남다른 아우라에 이미 입장료에 대한 아쉬움은 저만치 날아간 상태다.


불상의 정식 명칭은 '가마쿠라 대불'로, 일본의 국보라고 한다. 높이 약 11.3미터, 무게 121톤에 이르는 청동 불상으로, 본디 나무로 만들어졌으나 훼손된 이후 1252년에 청동으로 다시 세워졌다고. 이후 태풍과 지진으로 손상을 입고 에도 시대(1603년~1867년)에 보수해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됐다.


정말 크지만 사실 일본에서 가장 큰 불상은 아니라고 하는데, 찾아보니 나라현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 사찰인 '도다이지' 내부의 '비로자나불'이 가장 크다고. 가마쿠라 대불과 마찬가지로 국보이자 청동제 불상으로, 무려 14.98미터(m)에 무게 452톤(t)이란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생각 이상으로 커서 놀랍다. 근처의 일본 관광객들조차 '스고이'(대단해)를 연발. 정말 안 보고 갔으면 후회할 뻔했다.


크기도 크기지만 감은 것인지 뜬 것인지 도통 알 길이 없는 눈 역시 이 불상의 특이점. 그간 많은 불상들과 마주했지만, 이 정도로 미묘하고 뭔가 꿰뚫어 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분은 없었다. 눈을 뜨고 계신 건지 확인하고자 조금 더 가까이 가 본다.




... 뭘 봐 임마... 절로 가...




네... 


근데 여기가 절인데 어느 절로 가라시는 건지... 엇험...


옆에서 보면 묘하게 앞으로 몸이 기울어계시다. 불자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중생들을 굽어살피시는 석가모니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리라.


뒤로 가보니 창문이 두 개가 나 있는데, 아마 유지보수에 용이하도록 만들어놓은 것은 아닐까 싶다.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겠지만 부처님의 등에 빵꾸(?)가 뚫려있는 모습은 다소 허전하기도, 아쉽기도. (안에 들어가 볼 수도 있다는데 몰라서 못 들어갔다.)


이날 필자는 밀린 일정에 대불만 보고 바로 이동했는데, 알고 보니 경복궁의 전각이었다 전해지는 관월당(觀月堂) 역시 경내에 자리해 있다고 한다. 과거 조선 왕실이 대출 담보로 조선척식은행에 넘긴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에 기증됐다고 하는데, 2010년에 이르러 반환 논의가 있었으나 현실화되진 못했다고. 대불 하나만 보러 들어와도 충분한 값어치가 있는 곳이긴 하나, 한국의 슬픈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한 만큼 기회가 되는 분들은 한 번쯤 들러 같이 확인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하세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산 세알짜리 당고. 떡 경단에 달달한 조청 + 간장 베이스 소스가 발려있다. 과거 교토의 편의점에서 먹었던 당고에 굉장히 실망했던 기억이 있는데, 편의점의 그것보다는 따끈따끈하고 말랑해 좋았지만 애초에 떡의 식감과 소스 자체가 필자의 취향이 아니었구나 싶다. 아마 어떤 가게에서 먹더라도 비슷한 감상이 나오지 않을지. 


다소 어둑어둑해진 하늘에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후 4시 44분. 해가 생각보다 몇 배는 빠르게 지고 있다. 도착한 하세 역 앞 건널목에는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데, 선로가 바로 도로에 트여있는 형태라 전철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경종 소리와 함께 1~2분 간 통행로가 막힌다. 다음 일정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다.


잠시 기다린 끝에 도착한 후지사와행 에노덴 전철. 다음 행선지는 슬램덩크의 낭만이 가득한 곳, 가마쿠라코코마에 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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