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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길을 걷는 모든 이들의 길라잡이

북 리뷰 - <연금술사(2001)>

by 김트루

보통 한 번 읽은 책에는 다시 손이 가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파울로 코엘료의 명저(名著), <연금술사>만큼은 몇 차례를 반복해 읽었을 정도로 좋아한다(초등학생 때 한 번, 대학생 때 또 한 번, 그리고 3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지금까지 총 세 번). 출시된 지도 벌써 25년 가까이 된 스테디셀러인 만큼, 이미 많은 분들께서 학창 시절 반강제적으로라도 읽으셨을 책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읽은 지도 벌써 10여 년, 필자가 하필 이 시점에 <연금술사>를 다시 찾은 이유는 이 책이 길라잡이가 돼줄 거란 모종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길을 끝내고 잠시 표류 중인, 새로운 시작을 망설이고 있는 지금만큼 이 책을 다시 펼치기에 적합한 시점은 없으니까.


필자가 가진 <연금술사>. 1판 44쇄 제본(2007년 제작)이라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읽을 때마다 배가 되는 깊이


정말 놀랐다. 이 정도의 깊이를 가진 책이었나 싶어서. 초등학생 때는 흔한 양치기 소년, 산티아고가 고된 여정을 떠나 '보물'을 찾게 되는 과정을 통해 '소중한 것은 결국 가까운 곳에 있다'라는 다소 일반적인 교훈만을 얻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페이지마다 쏟아지는 명언에 따로 메모를 해가며 읽어야만 했을 정도였다. 그러지 않고서는 버티기 어려울 만큼 많은 것이 보였고, 또 읽혔다.


그렇게 다시 읽은 <연금술사>는 필자에게 위로의 의미로 다가왔다. 같은 책을 읽고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됐다는 점에서 '20여 년 전보다는 성장했구나'라는 생각에 안도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이룬 것들을 내려놓고 돌아선대도 헛되진 않았으며, 그 모든 것들이 앞으로의 삶에 훌륭한 자양분이 될 거란 믿음을 얻을 수 있었기에 다시 시작할 용기 또한 생겼으므로. '내가 지금껏 잘못된 길을 걸어온 것 아닌가', '너무 많은 시간을 헛되이 낭비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걷어낼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한다.


필자는 설령 주인공인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지 못한 채 빈 손으로 여행을 마무리했더라도 행복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가 해온 고된 여정 자체가 이미 빛나는 보물이기 때문에. 또한 그 여정을 함께 해온 나 또한 이전보다 마음을 열고, 세상이 주는 일종의 시그널인 '표지'를 받아들이며 결과보다 그에 이르는 과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러니까 집착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어차피 세상 모든 것은 어딘가에 기록돼 있을 뿐이며, 그 미래가 바뀌도록 허락되는 순간에는 운명이 나를 위해 움직여줄 거라는 믿음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당신이 '길' 위에 서 있다면


때문에 꿈을 찾아 떠날 준비를 하고 있거나 이미 여행길에 올라있는 이들은 물론, 진즉에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해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읽는 모두가 꿈을 노래하는 삶을 살게끔 돕는, 꿈을 잊은 이들에게도 그 중요성을 일깨워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깨닫고 '영혼의 연금술사'가 되게끔 만들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설령 납을 금으로 바꾸는 방법을 알고자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이더라도 말미에는 결국 금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를 깨닫게 될 것이라 믿는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속표지의 책등(책을 책꽂이에 꽂았을 때 보이는, 제목과 출판사명 등이 인쇄된 얇은 면) 디자인. 영문과 한글 제목의 색깔을 서로 바꾼 것 외에는 겉표지와 동일한 형태인데, 그냥 속표지처럼 심플한 형태를 적용했더라면 좀 더 일맥상통한 모양새를 띄지 않았을까 하기 때문이다. 당시 8,000원이었던 가격이 지금은 13,500원까지 뛰었다는 사실 역시 비극이라면 비극이겠고.


아무튼, 이젠 이 책으로부터 배울 것이 여전히 많음을 알았기에 언제고 옆에 두고 가끔씩 펴봐야 겠구나 싶다. 그게 앞 길을 알 수 없게 됐을 때건, 지금처럼 새로 시작할 용기가 필요할 때건, 언제든.




책 정보


- 제목: 연금술사

- 저자: 파울로 코엘료

- 옮긴이: 최정수

- 출판사: 문학동네

- 출간일: 2001년 12월 1일

- 페이지 수: 278p


별점: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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