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 <연금술사(2001)>
보통 한 번 읽은 책에는 다시 손이 가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파울로 코엘료의 명저(名著), <연금술사>만큼은 몇 차례를 반복해 읽었을 정도로 좋아한다(초등학생 때 한 번, 대학생 때 또 한 번, 그리고 3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지금까지 총 세 번). 출시된 지도 벌써 25년 가까이 된 스테디셀러인 만큼, 이미 많은 분들께서 학창 시절 반강제적으로라도 읽으셨을 책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읽은 지도 벌써 10여 년, 필자가 하필 이 시점에 <연금술사>를 다시 찾은 이유는 이 책이 길라잡이가 돼줄 거란 모종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길을 끝내고 잠시 표류 중인, 새로운 시작을 망설이고 있는 지금만큼 이 책을 다시 펼치기에 적합한 시점은 없으니까.
정말 놀랐다. 이 정도의 깊이를 가진 책이었나 싶어서. 초등학생 때는 흔한 양치기 소년, 산티아고가 고된 여정을 떠나 '보물'을 찾게 되는 과정을 통해 '소중한 것은 결국 가까운 곳에 있다'라는 다소 일반적인 교훈만을 얻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페이지마다 쏟아지는 명언에 따로 메모를 해가며 읽어야만 했을 정도였다. 그러지 않고서는 버티기 어려울 만큼 많은 것이 보였고, 또 읽혔다.
그렇게 다시 읽은 <연금술사>는 필자에게 위로의 의미로 다가왔다. 같은 책을 읽고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됐다는 점에서 '20여 년 전보다는 성장했구나'라는 생각에 안도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이룬 것들을 내려놓고 돌아선대도 헛되진 않았으며, 그 모든 것들이 앞으로의 삶에 훌륭한 자양분이 될 거란 믿음을 얻을 수 있었기에 다시 시작할 용기 또한 생겼으므로. '내가 지금껏 잘못된 길을 걸어온 것 아닌가', '너무 많은 시간을 헛되이 낭비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걷어낼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한다.
필자는 설령 주인공인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지 못한 채 빈 손으로 여행을 마무리했더라도 행복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가 해온 고된 여정 자체가 이미 빛나는 보물이기 때문에. 또한 그 여정을 함께 해온 나 또한 이전보다 마음을 열고, 세상이 주는 일종의 시그널인 '표지'를 받아들이며 결과보다 그에 이르는 과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러니까 집착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어차피 세상 모든 것은 어딘가에 기록돼 있을 뿐이며, 그 미래가 바뀌도록 허락되는 순간에는 운명이 나를 위해 움직여줄 거라는 믿음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때문에 꿈을 찾아 떠날 준비를 하고 있거나 이미 여행길에 올라있는 이들은 물론, 진즉에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해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읽는 모두가 꿈을 노래하는 삶을 살게끔 돕는, 꿈을 잊은 이들에게도 그 중요성을 일깨워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깨닫고 '영혼의 연금술사'가 되게끔 만들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설령 납을 금으로 바꾸는 방법을 알고자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이더라도 말미에는 결국 금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를 깨닫게 될 것이라 믿는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속표지의 책등(책을 책꽂이에 꽂았을 때 보이는, 제목과 출판사명 등이 인쇄된 얇은 면) 디자인. 영문과 한글 제목의 색깔을 서로 바꾼 것 외에는 겉표지와 동일한 형태인데, 그냥 속표지처럼 심플한 형태를 적용했더라면 좀 더 일맥상통한 모양새를 띄지 않았을까 하기 때문이다. 당시 8,000원이었던 가격이 지금은 13,500원까지 뛰었다는 사실 역시 비극이라면 비극이겠고.
아무튼, 이젠 이 책으로부터 배울 것이 여전히 많음을 알았기에 언제고 옆에 두고 가끔씩 펴봐야 겠구나 싶다. 그게 앞 길을 알 수 없게 됐을 때건, 지금처럼 새로 시작할 용기가 필요할 때건, 언제든.
- 제목: 연금술사
- 저자: 파울로 코엘료
- 옮긴이: 최정수
- 출판사: 문학동네
- 출간일: 2001년 12월 1일
- 페이지 수: 27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