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2020)> 리뷰
'가이드 북'류의 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알찬 내용이라 생각해 왔고,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줄로 안다. 하지만 이 책을 만나고 조금은 그런 생각에도 변화가 생긴 듯하다. 좋은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걸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배웠기 때문에. 글이라는 콘텐츠를 종종 생산하고 있는 입장에서 주제 전달의 방법론적인 면에서도 의외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어 좋았던 오늘의 책, 바로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이다.
외국어를 전공한 사람들의 머릿속에 한 번쯤 스칠 '번역가라는 직업, 과연 어떨까'라는 의문. 그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샀던 책이었다. 하지만 서점을 방문해 내가 필요로 하는 내용이 있다는 것까지 철저히 확인을 했음에도 생각보다 카운터로 향하는 데까지 많은 고민을 거쳐야만 했던 책이기도 했다.
'이 책, 그다지 전문적이지 않은 것 같다'라는 첫인상이 바로 그 원인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계속 이어지는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 즉 저자가 내 눈앞에서 나를 향해 직접 설명해 주는 듯한 친근한 말투가 필자를 짐짓 당황케 했기 때문이다. '가이드북' 하면 떠오르는 딱딱한 문체에 익숙해져 있던 탓일까. 비교적 가볍고 경쾌한 톤과 뉘앙스로 만들어진 표지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하늘하늘거리는 문체는 초중반부까지는 계속해서 필자에게 '과연 이 책에서 내가 원했던 뭔가를 얻어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심었다.
하지만 계속 읽으며 느낀 점이 하나 있다.
이 책, 참 읽기 쉽고 편하다.
마치 어린아이가 소화하기 어려운 음식물을 대신 씹어 잘게 만들고 소화효소를 더해주는 엄마처럼, 저자인 김고명 번역가는 자신이 십여 년 간 좌충우돌하며 배운 번역가로서의 생존 노하우를 최대한 꼭꼭 씹어서 독자들의 입에 넣어준다. 문체도 쉽지만, 200여 페이지를 갓 넘기는 다소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챕터를 20개로 잘게 나눴다는 점, 그리고 그 내용들이 '번역가'라는 타이틀을 달기 직전까지 알아야 할 기초 지식에 해당하는 것들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장래 그의 후배가 될 이들에 대한, 그리고 번역업에 대한 그의 책임감과 애정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내용들을 억지로 씹다 못해 뱉어버린, 결국 책장으로 보낸 가이드북이 몇 되는 입장에서 참으로 반가운 책이 아니었나 싶다. 만약 자신이 번역 업계에서 다시 태어나고자 한다면, 스스로 걸음마를 떼고 단단한 기초체력을 갖춰 건장한 청년 번역가로 성장하고자 하는 분이라면 서점에 가서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집어 들어 보시길 권한다. 제 아무리 번역 업계가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위태위태하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이 길을 가고 싶은, 그리고 가야 하는 이들에게는 한 줄기 희망을 보게 해 줄 책임에 분명하니까.
- 제목: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부제: 어느 젊은 번역가의 생존 습관)
- 저자: 김고명
- 출판사: 좋은습관연구소
- ISBN: 9791196861148
- 발행(출시) 일: 2020년 04월 16일(1쇄 2020년 04월 13일)
- 쪽수: 220쪽
- 크기: 128 * 189 * 20 mm / 226g
- 가격: 13,320원(교보문고 모바일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