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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설 Aug 19. 2020

양평, 두물머리

섣불리 누군가를 재단하는 그 시선에서 왠지 모를 편협함이 느껴졌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재승의 차는 우리 집 앞에 와있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물을 때면 재승은 좋은 곳에 간다며 “가보면 알아.”라는 말을 자주 했고,

나는 새로운 곳에 간다는 사실에 설렜다.


한산한 도로를 쌩쌩 달리다가 어느 지점부터 차들이 가득했고, 빽빽이 늘어선 차들을 뚫고 주차했다.

양평에 위치한 두물머리였다. 그곳엔 한눈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탁 트인 호수가 있었고, 근처에는 의자 대용으로 보이는 커다란 돌덩이들과 거대한 액자 틀이 있었다. 액자 모양의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고 나서야 유명한 곳임을 알게 되었다. 그와 산책하며 마주 오는 사람들의 즐거운 표정을 보니 행복했다.

천천히 걷고 있는데 비닐하우스 앞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통통한 핫도그가 들려있었다.


“오빠. 우리도 저거 먹어보자. 유명한가 봐.”


“저거 일반 핫도그랑 똑같은 맛이야. 줄도 길고,  곧 밥 먹으러 갈 건데 먹고 싶어?”


단호하게 말하는 재승의 말에 사람들 틈에 들어가 줄을 서자고 말할 수 없었다.

나는 핫도그와 언제일지 모를 다음을 기약하며 저녁을 먹으러 가기 위해 차에 올라탔고,

가파른 언덕을 올라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높은 곳에 있는 레스토랑은 전면이 유리로 되어있어 숲 속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배가 고팠던지라 포크에 파스타 면을 돌돌 말고 있는데 재승은 입구로 들어서고 있는 커플을 가리키며 저기 좀 보라고 했다.


“저 남자 나이 되게 많아 보이는데, 여자는 엄청 젊다.”


“아, 그래?”


“여기가 외곽이다 보니까 저런 커플들이 많이 보이네.”


“나이 차이가 좀 나나 보네. 둘이 좋으면 된 거지.”


“아니 딱 봐도 불륜 같잖아. 남자 나이 쉰 살은 다 돼 보이는데.”


나는 음식에 시선을 고정한 채 파스타를 씹는 데 집중했다.




재승과 나도 적지 않은 나이 차이인데,

재승이 섣불리 누군가를 재단하는 그 시선에서 왠지 모를 편협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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