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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설 Oct 13. 2020

우리와 상관없는 일

그런 말을 듣는 그를 옆에서 보고 있자니 먹던 빵이 더 퍽퍽하게 느껴졌다



날씨가 제법 더워졌다. 


전에 만났던 그의 직장 후배 서진의 결혼식 날이었다. 

아침부터 평소에 하지 않던 색조 화장을 하는데 땀이 났다. 

결혼식장은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 근처에 있는 호텔로 거리가 멀지 않아서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됐는데 재승은 어김없이 차를 끌고 왔다. 주차하느라 시간이 지체된 우리는 식이 시작된 뒤에 도착했고, 하객이 많아서 자리가 부족했기에 식사하며 예식 장면을 스크린으로 봐야 했다.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데 재승은 오늘 결혼식의 주인공인 후배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신부 어머니가 회사 운영하는데 어머니 처음 만난 날 ‘아줌마 무슨 일 하는지 알지? 이거 나중에 다 네 거야’라고 했대. 대박이지? 새끼, 능력 있어.”


“아…. 그래? 신부 어머니한테 필요한 사위였네.”라고 말하며 음식을 먹었다.


“연애할 거 다 하더니 결혼은 딱 자기한테 도움될 만한 여자랑 하네. 여자 직업도 안정적이고, 

돈도 잘 벌고, 얘네 아빠도 대기업 임원이고 둘 다 외제 차 몰잖아.”


“우와!”


재승은 미적지근한 내 반응에 흥이 떨어졌는지 장가 잘 가서 부럽다고 혼잣말을 하며 식사를 했다. 

우리는 우리의 상황에 맞게 결혼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재승에게 어떤 반응을 해야 될지 모르겠어 '우와' 하고 말았다.


식이 끝나면서 그의 직장 동료들이 식사하러 왔고, 나도 그의 옆에서 덩달아 인사를 나누느라 분주했다.

재승은 얼마 전 정시퇴근이 보장되는 곳으로 이직했는데, 

그가 직장을 어디로 옮긴 지 아는 그의 전 회사 동료들은 하나같이 이직하더니 얼굴 좋아졌네!라는 말을 건넸다. 사람들은 또 어린 여자 친구를 만난다며 재승에게 능력 있다고 말해댔다. 




단지 서로가 좋아서 만나는데 그런 말을 듣는 그를 옆에서 보고 있자니 

먹던 빵이 더 퍽퍽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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