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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설 Nov 30. 2020

결혼 준비

우리는 서로를 다독이며 뭔지 모를 연대감을 느꼈다.




상견례를 마친 며칠 뒤, 웨딩플래너와 약속을 잡았다. 


우리는 퇴근 후 논현동에 있는 웨딩업체의 사무실에 도착했고, 플래너가 건네는 서류에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적었다. 서류를 건네받은 플래너는 생년월일을 보더니 “나이 차이가 좀 있으시네요? 그런데 그렇게 안 보여요. 신랑분이 엄청 젊어 보이시네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내가 “제가 좀 노안이에요.”라고 말하자, 플래너는“아니에요. 신부님. 신랑님이 되게 젊어 보이세요~” 재승은 그런 우리 둘을 보며 기분이 좋은지 히죽 웃어 보였다.


대략적인 결혼 예정 날짜를 말했고, 일반적으로 말하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생각하고 있는 예산에 맞는 드레스와 메이크업 숍을 보여주었는데 예쁘다고 생각하는 드레스들은 예산보다 가격이 높았다. 옆에서 보고 있던 재승은 어느 정도 금액이 오버될 거라 예상했다며 추가 비용이 들더라고 마음에 드는 드레스로 고르라고 했다.

플래너와 만나 스튜디오 촬영 샘플, 드레스 화보들을 보고 나니 ‘아 진짜 결혼하는 건가’ 싶었다. 플래너는 당일 계약을 하면 부케 업그레이드, 액자 서비스 등 소소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고, 우리는 선납금을 일부 걸어두고 나왔다. 이것이 첫번째 플래너와의 만남이었다.


결혼한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면 결혼 준비는 돈에서 돈으로 끝난다고 말해주었다.


“야, 솔직히 결혼 준비 혼수며 뭐며 돈 있으면 하루 만에도 다 할 수 있어. 더 싸게 사려고 알아보고 발품 파니까 오래 걸리는 거지.”


현실적인 조언에 씁쓸한 기분이 들면서도 얘네가 언제 이렇게 어른이 되었나 싶어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며칠 뒤, 두 번째로 방문한 웨딩업체는 얼마 전 결혼한 재승의 후배가 진행했던 업체였다

퇴근 후 재승과 학동역에서 만나 함께 웨딩업체의 사무실로 향했고, 하필 하이힐을 신고 온 나는 생각보다 먼 거리에 발이 아파 예민해졌다. 온 신경이 발에 쏠려있는 와중에 재승은 핸드폰으로 지도를 보며 가느라 혼자 앞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무심함에 섭섭함이 밀려왔다.


“오빠. 나, 발 아픈데 좀 천천히 가면 안 돼?”


“아, 그러게 왜 구두를 신고 왔어. 편하게 오지.”


“역에서 이렇게 먼 줄 몰랐지!”


서로 티격태격하며 도착한 웨딩업체의 사무실은 전에 갔던 곳보다 넓고, 응대도 좀 더 체계적이었다.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도 제휴된 곳이 더 많아서 선택의 폭이 넓었지만, 

문제는 예산보다 더 높은 가격이었다. 

적정금액을 찾던 우리는 아쉽지만, 이전 플래너와 진행 하기로 했다.


큰 결정을 하고 나니 배고픔이 밀려왔고, 재승은 근처에 가 본 괜찮은 식당이 있다며 그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좌식으로 된 식당이라 힐을 벗으니 발이 편해졌고, 웨딩업체를 확정 짓고 나니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다. 순서대로 나오는 참치회를 입에 넣으며 재승과 나는 서로에게 같은 말을 했다.


“오늘 너무 고생 많았고, 아쉽기는 하지만 결정한 그곳에서 잘 준비해서 진행해보자. 수고했어.”  




우리는 서로를 다독이며 뭔지 모를 연대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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