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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새벽 Jan 05. 2019

1. 여름의 크리스마스

첫인상이요, 네 사실 좀 많이 무서웠습니다.



코타키나발루는 말레이시아 사바(Sabah) 주의 주도다. 때문에 기념품들에 Sabah라는 단어가 많이 적혀 있는데, 한국인 관광객 커플이 사바가 대체 뭐냐며 자기는 코타키나발루가 적혀 있는 기념품을 가지고 싶다며 투덜거리다가 결국 점원에게 사바가 뭐냐고 물어보는 걸 듣고, 아무리 그래도 밟고 있는 땅의 이름 정도는 아는 게 그 나라에 여행 온 예의 아닐까! 싶었다. 처음부터 알 수는 없지만 여행을 간다면 그 정도는 알고 가자!


말레이시아 TMI는 신기하고 재밌는 게 좀 많은데, 글을 쓰면서 탈탈 털어 써볼 생각이다. 일단 코타키나발루는, 키나발루 산맥이 있는 코타(=도시)라고 한다. 그래서 어딜 가든 키나발루 산맥이 보이는데, 굉장히 웅장함! 어딜 가든 저 멀리 보이는 걸 보면 진짜 엄청 큰가 보다.





아무래도 여름 나라를 가는 거다 보니 두꺼운 외투가 문제였는데, 나 같은 경우는 에어서울 프로모션에 있었던 미스터 코트룸 이라는 곳에 가서 코트를 맡겼다. 인천공항 지하 일층쯤에 있는데, 이왕이면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수속하기 전에 미리 맡기는 걸 추천한다. 수속했다가 다시 돌아가기에는 거리가 조금 있다. 에어서울 프로모션으로 여행기간 동안 9천 원이었음! 어머니와 언니는 안 맡겼는데 나만 맡겼다.. 목도리 같은 거나 신발도 같이 맡길 수 있음!




아무튼 출발을 한다. 셔틀 트레인 타야한다. 이거 타는 줄 몰라서 비행기 놓칠뻔.


















에어서울에서는 닌텐도 스위치를 2시간 빌려준다. 마리오카트밖에 없지만.




















인터넷도 안 되는 6시간 비행은 생각보다 엄청 지루했다. 낯선 곳에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사람이라, 그냥 미리 다운받아둔 영화나 봤는데, 꽤 재밌었다. 나는 왓챠의 예상 평점을 좀 신뢰하는 편인데, 때문에 왓챠가 추천해준 영화였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을 봤다. 제목이 굉장히 끔찍한 영화였다. 다 보고 나니 더더욱 저런 쌈마이 제목이 붙을 영화가 아니었는데 싶더라. 원제는 놀랍게도 Sidewalls, 측벽 이다. 공간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긴 '측벽'이란 이름 붙어서 한국에 나오면 잘 안 팔렸을지도. 영화 내용을 하나도 담지 못한 제목과 포스터가 좀 많이 기대감을 낮추긴 했지만, 영화 자체가 담고자 하는 감정들이 정말 좋았다.



여행 일기 쓰다가 갑자기 분위기 영화 추천


아무튼 그렇게 시간을 때우다 겨우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습한 냄새가 났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여름의 냄새, 그토록 바라던 여름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비가 많이 내리고 있어서 약간 불안했는데, 가이드님께서 오히려 밤에 비가 오면 낮에 비가 올 확률이 낮아져서 안심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실제로 여행 내내 새벽이나 밤에는 비가 자주 왔지만, 돌아다니는 시간인 낮에 비가 온 일이 다행히 없었다.) 가이드님께서 호텔로 돌아가는 내내 코타키나발루가 얼마나 위험한(?) 나라인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는데, 여행 괜히 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섭게 말씀하시더라.








일단 여기는 무단횡단 - 무법천지의 나라였다. 차도 사람도 잘 안 지킨다고. 그래서 차 조심하라고. 심지어는 경찰 옆에서도 경찰이랑 같이 무단횡단을 한다고 한다. (언니가 화려한 무단횡단 스킬로 나중에 나 현지인 다됐다는 명언을 터트리심.)


좋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무서운 분들도 많은 건 어쩔 수 없다고. 옆 동네 불법 수상가옥에는 불법체류자나 범죄자들이 많이 살기에 근처에 가지 말라고. 삥 뜯기는 걸로 모자라 인생도 뜯길 수 있다고.


우버에서 여성이 실종되는 사건이 참 많았다고. 그래서 세 모녀끼리 여행 온 우리 가족 보고 절대 우버를 타지 말라고 하셨다. 세상 대 쫄은 우리는 여행 내내 택시만 탔음. 아니 택시도 호텔에서 불러주는 것만 + 택시 인증 마크 계속 확인하면서 탔음.


이슬람 국가 치고는 좀 덜 무서운 편인건 맞는데, 하루에 기도를 4-5번인가, 드린다고. 주기가 정확하진 않지만 새벽 5시에는 무조건 자다가 그 기도소리에 깼다. 그 기도가 그냥 각자 드리는 시간- 이 아니라 방송 같은 걸 함! 낮에 들으면 뭔가 기분이 좋아지는데 (영화 브금 같음) 새벽에 들으면 확실히 조금 무서워진다.


소매치기를 조심하라고 하시긴 하셨는데, 도둑질에 손을 자른다고 유명한 이슬람 국가다 보니 (요즘은 없어졌다고 하지만 엄벌의 대명사) 그게 체감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다만 필리피노 불법체류자분들이 많이들 훔쳐간다고 들었음. 


수돗물을 절대 마시지 말라고 하셨다. 페트병으로 따로 파는 생수가 아닌 이상 마시지 말라고. 수돗물에 석회 성분 때문에 섭취 시에 배탈이 난다고 한다. 실제로는 수돗물을 마실 기회(?)는 거의 없고 바닷물을 많이 마셨다 (...) 특히 코로.. 짜서 주글뻔.








이런 정보들을 내가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얻을 수 있다는 게 패키지여행의 장점인 건 확실하다. 우리 가족 같은 경우에는 로밍 신청이나 포켓와이파이를 따로 빌리지 않아도, 코타키나발루 공항에서 내리면 현지 유심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해서 가장 유명하다는 디지(digi)에 갔다. (참고로 내리자마자 유심 가게들이 줄지어서 있다.)


애초에 선택지가 두 개 밖에 없다. 인터넷 only, 인터넷+통화. 통화할 일이 없어서 인터넷만 구매.


일주일 동안 25기가를 쓸 수 있는 유심을 구매했다. 25링깃으로 기억하는데, 하나당 한화로 6천 원 정도 하는 셈이다. 로밍과 와이파이 대여보다 훠얼씬 싸다. 한 달에 2-3기가밖에 안 쓰는 나는 25기가면 한국보다 풍족했다... 핸드폰을 드리면 알아서 유심을 갈아 끼워주신다. 한국 유심을 테이프에 붙여서 주시는데,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 한국에 돌아가서는, 공항의 아무 통신사나 가면 셀프로 유심을 갈아 끼울 수 있는 셀프 바가 있다. (즉 그 유심 바꿀 때 필요한 얇은 작대기,, 가 비치되어 있다는 뜻)


사실 가이드님께서 다른 가게를 가라 하셨는데 블로그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해서 그냥 디지를 갔다가 가이드님께 혼났다 (ㅋㅋㅋ...) 디지가 요즘 서비스가 많이 안 좋다고 한다. 그래서 조금 걱정했는데 사실 여행기간 동안 불편한 것 없이 잘 썼다. 딱히 엄청 느린 것 같지도 않았고! 단점은 여행 중에 자꾸 영업 문자가 온다. 안 사요.





호텔에 도착해서 씻고 짐을 정리하니 새벽 3시 정도였다. 안타깝게도 다음 날 7시에 일어나야만 했고, 그렇게 여행 첫 날은 딱히 별 일 없이 잠들었다. 정말 유감은, 새벽 5시에 그 기도 소리 때문에 깼다.








어째서 왜 아직도 1일차 여행일기인가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습니다. 유감.


18.12.23 - 18.12.27

in Kota Kinaba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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