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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돌 Mar 18. 2019

세 갈래길 앞에 서다.

바쁜 나날이었다. 온라인 서비스를 준비하기 앞서 오프라인에서 고객들을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 운영해보고, 영업해야 할 사람들에게 제안서를 보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창업자들을 만나는 자리를 쫒아다니며 에너지와 영감을 얻기도 했다. 시기가 시기인만큼 정부지원사업 사업설명회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당장이라도 서비스는 구현 가능했다. 가벼운 콘텐츠를 하나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지원금을 받으면 더욱 빠르게 정식화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매일 내 두 다리를 잡아끄는 어떤 '생각'이 뇌리에 꽂혔는데, 그것은.


'내실이 정말 부족하구나.'였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깊이 파면 팔 수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비스를 만들기만 하면 다가 아니란 걸 이미 알고 있었기에 고민은 배가 됐다. 정말 서비스를 잘 팔고 회사를 잘 키워갈 수 있을까. 아는 것도 많아지고 외연은 넓어졌지만 스스로를 이끌어갈 단단한 내부 구심점(자신감)이 없었다. 무엇보다 한 번 엎어져봤기에, 터무니없는 '무조건 잘 될 거야.' 식의 핑크빛 긍정도 불가능했다. 조심스러웠고 계속 의심스러웠다.


고민일지


나를 저지시키는 그 불확실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불식시키려 노력했다. 책을 마구 읽으며 나를 잡아줄 문장을, 근거를, 숫자를 찾으려 했고 자신감에 찬 사람들을 만나보며 그 기운을 옮겨 받으려 하기도 하고, '그래, 일단 해보자'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다독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이 그 불확실성을 방치한 채 리스크테이킹을 감수할 성향이 아니라는 데에 생각이 머물렀다. 수심이 보이지 않는 강물에 온몸을 내던져 다이빙할 강심장이 없었다.


점점 더 부족하다 느껴지는 '내실'을, '자기 확신'을 다른 방법으로 메꾸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큰소리로 "할 수 있어!"를 외친다던가 명상을 하는 식의 마인드 컨트롤 가지고는 아무래도 다이빙을 해낼 수 없었다. 경험이 더 필요했고 작은 성공들이 절실했다. 내가 당장 우주라도 팔아먹을 듯이 덤벼드는 두툼한 배짱의 사업가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라면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겠다는 데에 생각에 도달했다. 개천가에서 물놀이부터 해보자고. 다짐했다.



새로운 기회 - "함께 일해보지 않을래요?"

마침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일전에 참여했던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알게 된, 디자인 브랜드를 운영하는 디자이너 작가님이었다. 1인 브랜드를 운영하기에 과부하가 걸리신 듯했다. 지원금유치, 해외전시참여, B2B분야 확장,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등을 통해 매출을 안정화시키고 싶어 하셨고, 내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조심스레 여쭈셨다. 고용을 통해 월급을 주는 직원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파트 개발을 통해 매출을 확보해줄 파트너가 필요하신 듯했다. 고민을 해보겠다고 했다.



이로써 주어진 선택지는 3가지였다.


1. 작가님 제안을 받아들여 함께 브랜드를 키워본다.

 - 자체 디자인, 콘텐츠가 있으니 그것을 주도적으로 잘 '팔아보는' 경험에 집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 스타트업에 취업한다.

 - 웹, 모바일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에 취업해 기획과 운영을 전반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다.

 - '팀'으로 일하며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를 수 있다.


3. 아주아주 작은 일을 벌여본다.

 - 동네를 기반으로 한 장사를 해본다던지, 아주 작은 서비스를 시연해보며 커뮤니티를 키워낸다.

 

한 가지 자신 있는 것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제대로 경험하고 배움을 내재화할 수 있을 거란 점이었다. 내가 개발시키고 싶은 부분과 목표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소심한 사람이 사업을 하겠다고 나설 때.

불나방처럼 뛰어들지 않는, too-much-신중한 나를 보며 스스로 답답하던 찰나, 흥미로운 신간을 발견했다. <소심해도 리더 잘할 수 있습니다>(아라카와 쇼시, 위즈덤 하우스)라는 제목의 책. 수많은 신간 중 단연 이목을 끌며 '널 위한 책이야.'라고 작게 속삭여왔다. (껄껄)


내성적인 성격의 리더가 세계 최대 타이어 브랜드를 키우며 얻게 된 리더십에 대한 인사이트였는데 그의 관점은 꽤 흥미로웠다. 배짱과 자신감, 리스크를 감내하는 능력을 주 자질로 꼽던 전통적인 관점과는 달리 소심하고 섬세한 리더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문제를 더욱 잘 예방하고 대처한다는 것이다. 대담하기만 한 리더는 앞뒤 살피지 않고 위험한 결정을 해 조직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으니 그럴 바에는 오히려 소심한 게 낫다고 말한다. 다채로운 문제 속 다채로운 해결방안이 필요한 지금, 치밀하게 반복된 고민 속에서 디테일한 결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본래 비즈니스란 자원을 투입하고 그로 인한 결과물을 얻어내는 활동입니다. 즉 ‘아웃풋’을 얻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시간이 지나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그리고 어디에도 미래를 볼 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비즈니스에 있어서 ‘정답’을 아는 사람은 이론적으로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저는 훌륭한 리더가 되기 원한다면 바로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의심 많은 겁쟁이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은 정말 옳은가?’, ‘내가 생각하는 정답에 오류는 없는가?’ 하고 회의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업가, 리더형이 있다. nerd형, 예술가형, 장비형 등 말이다. 그런 각기 다른 성향들 중 자기만의 기질을 장점으로 만드는 힘이, 사업가에게 리더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니 스스로를 다그치며 나의 소심함에 위축되지 않으려 한다. 나는 소심하지만 자기 객관화가 확실한 사람이다. 주춤거리는 건 분명이 뛰어들려는 상황에 문제가 있기때문이다. 새로운 상황 속에 들어가, 부족하다 느낀 점들을 개발해보기로 한다.    






사업가 기질이란 것을 완벽히 타고났다고 느끼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분명히 모두가 매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기와의 싸움을 이기며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분명하다. 얼마 전엔, 사업을 하다가 접고 몇년간 예닐곱번 직장을 옮겨다니며 다음 사업을 준비했다는 어느 창업가의 이야기를 읽었다. 끝없이 '내가 왜 이곳에 와있는지'에 대한 스토리를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선택은 자기 자신의 몫이다. 그리고 그 선택을 내 청사진에 맞게 실행하는 것도 능력의 일부이리라. 그 능력 제가 한번 발휘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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