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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경퀸 Aug 15. 2023

대표가 사춘기입니다 003

실장, 회원, 강사 모두가 대표에게 잘렸다

월,금 강사와 수요일 강사가 각각 달랐다. 시간표를 보자마자 아는 사람들로 어떻게든 막아 넣은게 보였다. 오래 갈 수 있는 시간표는 아니기에(초보강사가 아니라면 굳이 쪼개서 수업을 할 필요가 없기에) 조만간 또 바뀌겠다는 예상이 됐다. 


그 뒤로도 강사 교체는 계속해서 일어났는데. 화목 오전오후를 맡던 강사가 갑작스럽게 잘리고 그 자리를 다른 강사 두 명이 채웠다. 두 달 뒤에는 오후 강사 전체가 또 바뀌었다. 바로 지난달인 7월에도 오후 강사들 전체가 다 바뀌었다. 8월에는 월수금 오후 강사, 그리고 내가 센터를 나가게 되었다. 


요가 강사들만 바뀐 것이 아니다.
그 동안 필라테스 강사들도 수 없이 바뀌었다.

강사들이 자주 바뀌니 회원들은 센터를 찾지 않았다.
그리고 실장과, 회원들을 많이 데려오던 회원도 원장에게 잘렸다. 

도대체가 무슨 생각일까.





낌새가 느껴지기 시작한건 작년 가을부터였다. 격동의 강사 교체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22년 여름에 나는 토요 특강을 한 번 했었는데(센터 최초) 그게 소위 대박이 났다. 그 뒤 22년 겨울 쯤에 한번 더 했는데 여름만큼은 아니지만 출석률은 여전히 좋았다. 여름 특강에는 원장이 왔었는데, 겨울 특강에는 원장이 얼굴 한 번 비치지 않았다. 그때부터 조금 쎄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때까진 화가 나한테까지 미칠 줄은 몰랐다.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것 같은데


오후 실장은 매출을 잘 뽑는 사람이었다. 화술도 좋고, 친절한데에다가 항상 회원이고 강사고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이었기에. 매출이 잘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몇 달에 한번 센터에 나올까 말까 한 원장 대신 회원들과 강사들을 케어하는 일까지 도맡아 했다. 


회원 A씨는 오전과 오후 모두 수업을 듣는 열성 회원이었다. 말투가 거칠지만 속은 따뜻하고 특히 나와 저녁 필라테스쌤에게 애정이 짙은 회원이었다. 마당발이어서 지인들을 다 등록 시키고, 부유한 편이어서 실장이 매출때문에 속상해하면 1년치를 일시불로 미리 끊어줄 만큼 센터가 잘 되길 기도하는 사람이었다.


둘 사이가 사소한 오해로 갈라졌는데. 양쪽과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나로서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쁜 사람은 없지만 상처받은 사람들은 있었다. 센터에 오지 않는 원장 대신 내가 중재를 열심히 했지만 내가 그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이미 겉잡을 수 없을만큼 벌어진 이후였다. 내가 매듭을 짓기엔 어려웠다. 속절없이 시간은 흘렀고, 그 뒤 나는 이런 문자를 받았다.


선생님의 수업이 정말 좋았어요.
마지막 인사를 얼굴도 못 보고 하게 되서 너무 아쉬워요.
항상 건강 잘 챙기고 단거 너무 먹지 말고 잘 지내요. 고마웠어요.


놀란 나는 곧바로 전화를 했다. 무슨일이에요 실장님 갑작스럽게 그만두시는 거예요? 아. 선생님 그게. 실장은 내게 사건들의 전말에 대해 이야기했다. 회원 A씨와 급속도로 친해지게 된 B가 있다. B는 센터의 시작부터 거의 함께 했던 오래된 회원인데 원장과도 친분이 있었다. B씨와 A씨가 친해지게 되면서 원장 귀에 실장이 자신들을 대하는 태도가 좋지 않다는 말이 흘러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내가 아는 실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기에, 쌓인 오해들로 인해 좋게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았다. 원장은 실장에게 화를 내며 비난했고, 이미 지칠대로 지친 실장이 그렇게 회원들이 나를 싫어한다면 내가 그만두겠다라고 말을 하게 된 것이었다.


원장은 그 전화를 받고 왜 그렇게 감정적이냐고 한 마디를 덧붙인 다음에 바로 실장을 차단해버렸다. 통화가 끊기고 실장은 원장에게 인수인계 및 근무일수 조절을 위해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카톡도, 메시지도, 전화도 되지 않는 상황에 실장은 화가나긴 커녕 본인이 당장 오늘 오후에 출근을 해야하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그날 오후에는 원장이 오랜만에 센터에 등장했고, 실장의 개인 사정으로 갑작스럽게 그만두게 되었다고 말했다. 많은 회원들이 실장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했고, 사실을 알게 된 회원들은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센터를 오래 다닌 회원들은 이제 원장한테 왜 그만두냐고 묻지 않았다. 원장은 언제나 강사들의 사정때문에 갑작스럽게 그만둔다고 말을 하고는 했으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원장이 회원을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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