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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스 Jun 29. 2023

아무리 찾아도 멘토가 없던 20대를 지나서

멋진 어른 찾다가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렸다

멘토가 없었다. 대학에 왔지만, 좋은 직장에 취업한 선배들을 봐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였던 것 같다. 멋있는 사람의 길을 따라가는 대신 나만의 길을 찾으려고 한 게.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을 찾다가, 글로벌 기업을 창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애플, 나이키의 창업가들은 제품을 만드는 이상의 일을 하면서 세상에 기여하고 있었다. 그렇게 멋진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2017년, 스물넷의 나이에 창업에 뛰어들었다.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출시되어 전 세계에서 주목받은 그때에, 모바일 게임 회사를 만든 것이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게임을 직접 만들어서 글로벌하게 키운다면 얼마나 멋질까. 게임 개발은커녕 프로그래밍조차 해본 적 없지만, 휴학계를 내고 본격적으로 임했다. 



하지만 호기로운 시작과는 달리 창업 경험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개발자를 채용하려고 보니, 대학생이 차린 신생 게임 회사에 들어올 인력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직접 프로그래밍을 공부했고, 결국 C++, 파이선은 물론 게임 엔진인 언리얼과 유니티까지 다루는 수준에 도달했다. 그리고 기획과 아트 쪽 인력도 하나둘 채용했다. 그제서야 인력이 갖춰졌고, 덕분에 게임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게임을 시장에 내놓으려니 영업, 마케팅 노하우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창업을 했는데, 게임을 했는데 매출을 못 내다니… 여기까지였다. 첫 창업은.


일하느라 2년을 꼬박 보냈으니 학교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본격적으로 창업을 하기엔 부족하기도 했고. 그렇게 2019년 겨울, 전공 수업인 경영학 강의에서 나와 비슷한 또래인 창업가를 만나게 되었다.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하는 분이었는데, 학교를 그만두고 사업을 한다는 얘기에 강한 동질감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은 ‘논스(nonce)’라는 공유주거 커뮤니티에서 생활한다고 소개했다. 일에 미친 창업가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검색해 보니 실제로 논스에서 배출된 창업가들이 많아 보였다. 대학에서 찾지 못한 멘토를 저기라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2020년 초 겨울이 끝날 무렵, 논스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와 거의 동시에, 부족한 스킬을 배우기 위해 회사에 들어갔다. 작은 회사에 입사해서 영업과 마케팅 실력을 기르고 다시 창업을 하자는 계획이었다. 큰 회사에서는 업무의 일부만 보게 되니까 가급적 작은 회사에 가는 걸로. 


그렇게 들어가게 된 회사가 에듀테크 스타트업인 ‘럭스로보’였다. 럭스로보는 글로벌을 대상으로 서비스되고 있었기에, 처음 의도했던 것처럼 주도적으로 마케팅 채널을 발굴하며 유통 공급망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았던 경험도 있었다.  창업하면서 직접 게임 개발했던 경험을 살려,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간단한 코딩 교육을 하게 된 것이다. 단순히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로블록스에 모여 학생들이 직접 코딩하고 결과물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강의였다.




의도치 않게 시작했지만 거기서 재미있는 가능성을 만났다. 10대 아이들은 게임을 많이 즐길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하나에 푹 빠지는 순간 몰입력도 뛰어나다. 어른의 역할은 그 아이디어가 실제로 구현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때 알았다.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의 의미를. “용돈 모아서 제 돈으로 결제했어요”, “학원 10개 다니는데 이 강의 듣는 게 제일 재밌어요”라는 학생들의 반응을 볼 때마다 내가 가야 할 길이 여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회사를 나와 창업을 했다. 


일하는 법을 배우러 간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할지를 알게 됐으니까

하지만 바로 사업을 시작하기엔 아직 구체화가 더 필요했다. 이 아이템이 사업성이 있을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등을 알아보려면 시간과 네트워크의 힘이 요구되는데, 그걸 논스에서 해결했다. 창업을 여러 번 했거나, 적어도 창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까. 그냥 아침에 눈 떠서 하는 얘기들이 창업이다. 10년 만에, 멘토이자 동료들을 만난 셈이다. 


그렇게 창업한 회사가 지금의 ‘앵커드’다. 앵커드는 로블록스 유저들이 만든 게임을 퍼블리싱한다.  마케팅, 번역 등 플랫폼 내에서 게임이 잘 판매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개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인력을 지원하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경험이 없는 사람도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겨우 스물넷에 창업에 도전한 과거의 나에게 도움이 절실했던 것처럼, 유저 대다수가 10대인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누군가는 많은 시행착오를 혼자 겪고 있을 테니까.


지나고 보면 깨닫는 것들이 있다. 그때의 나에게 필요한 건 이거였구나 하는 것들. 지금 돌이켜보면 대학생 시절의 나에겐 동료가 필요했다. 같이 일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방향을 보고 뛰는 사람들이. 책에서 만난 멋진 창업가들이 좋은 불씨가 되어줬지만, 계속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논스에는 동료가 가득하다. 힘들면 잠깐 쉬어갈 수도 있고, 어떤 분야든 실무자를 찾을 때 연결될 수 있고, 매일같이 누군가의 성취와 시행착오를 관찰하며 배울 수도 있다. 이제 무엇을 해도 혼자가 아니다. 인생을 통틀어 멋지고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열정을 불태우는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 뒤늦게 나에게 필요한 것을 깨닫고 싶지 않다면, 도전하고 싶다면, 지금이 논스에 문을 두드릴 타이밍이다.


https://nonce.community/


앵커드 CEO

백인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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