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생,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행정고시 공부를 10년 하고 붙은 사무관에게 들은 이야기다. 편의상 A라고 하겠다. A가 7년째 고시공부를 하며 대학원을 다니고 있을 때였다고 한다. 그 당시 ‘시크릿’이라는 책이 유행이었다. 그 책의 핵심 메시지는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였다.
그 책을 감명깊게 읽은 A는 친구에게 말한다. “나도 고시합격을 간절히 원하는데 왜 이루어지지 않을까?”
친구가 답을 한다. “공부하는 거 보니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 것 같지 않던데?”
장수생 중에서 의외로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장수생이 된 사람도 처음부터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닐 것이다. 초반에는 나름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경우 많다. 하지만 몇 번 아쉽게 떨어지다 보니 점점 ‘공부할 맛’은 나지 않고 ‘고시생’ 타이틀을 붙인 상태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게 된다.
‘1년 동안 공부해서 평균 10점이 올랐으니, 1년 더 하면 10점이 추가로 올라서 합격할 거야’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커트라인에 가까워질수록 점수는 오르지 않고 1∼2점 아래에서 몇 년간 정체되기도 한다. 내 대학 친구가 행정고시를 준비할 때의 경험이다. 1차 시험을 3번 보았는데 첫 번째 해는 커트라인보다 한 문제 차이로 합격하였고, 두 번째 해는 커트라인으로 합격, 세 번째 해는 한 문제 차이로 불합격하였다. 시험공부를 할수록 오히려 점점 점수가 내려갔고 결국 중간에 포기했다. 내 주변을 살펴본 결과, 어떤 시험이든 3년 이상 공부해서 커트라인과 가까워지지 않으면, 공부기간이 더 길어진다고 커트라인을 넘는다는 보장은 없다.
시험에서 떨어지고 자신의 점수를 확인한 후 ‘합격선보다 점수가 약간 낮으니 1년 더 하면 몇 점이 올라서 내년엔 합격하겠지’라고 안이하게 생각한다면 아마 그 다음 해에도 비슷한 결과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안이한 생각이 장수의 길로 인도한다.
올해 합격자들이 빠져나간 만큼 내년에 다시 합격할만한 능력자들이 유입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오래 공부해보면 느낄 것이다. 작년에 공부했던 내용은 올해 공부하면서 기억에서 흐릿해져간다. 그래서 수험생활은 누적되는 것이 아니라 해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되겠다. 올해 시험에서 떨어졌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확인하고 내년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출발해야 한다.
공부방법과 생활습관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반드시 진단해보아야 한다. 반복해서 떨어진다면 이는 단순히 과목 중 한 두 군데 공부를 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다. 전반적인 생활태도나 습관 등에서 문제의 해답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지속적으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거나, 계획보다 진도가 밀린다거나, 공부를 해도 모의고사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경우에도 자신의 공부습관을 재진단해 보아야 한다.
다시 앞서 말했던 A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A는 결국 고시에 붙지 못한 채 연기해두었던 군대에 입대하게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군대에서 장교로 복무하며 행정고시에 합격하게 된다. 군대를 가게 되니 마음이 절박해졌고(제대 후 취직 걱정 등),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 덕분에 오히려 공부를 더 밀도 있게 하게 된 덕분이 아닐까 판단된다. 자의든 타의든 본인의 생활습관을 바꾸게 되니 오히려 더 어려운 환경에서 합격을 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