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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joo Ham Aug 10. 2022

질문: 타입 디자인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최근 몇년동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발표를 준비하면서 사전 질문을 받아놓은 것들이 있는데, 그 대답을 블로그에 적어보려고 해요. 제 생각도 정리해보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참 희한하게도 타입 디자이너가 되기로 엄청 일찍 결정했어요. 재수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별거 아니지만, 그때는 인생 전체가 뒤처지는 느낌을 받아서 대학교 신입생 생활을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서울여대에 디자인학부로 입학했는데, 교외에서 광고 동아리도 하고 교내에서 한글아씨 소모임 활동도 했어요. 


서울여대에는 1학년 수업에 “한글디자인”이 있어요. 수업 시간에 만든 글자 디자인을 한글아씨 소모임에서 같이 다듬어 글꼴 공모전에 냈는데, 그게 장려상을 받았어요. 1학년이 상을 탄 것이 흔한 일이 아니라서 선배언니들에게 축하받았던 기억이 나요. 광고보다는 한글 디자인이 더 적성에 잘 맞겠다 싶어서 광고 동아리는 1년 후에 중단했어요. 


타이포그래피 수업을 해주시던 이용제 선생님 회사에서 여름방학 워크샵을 듣게 되었는데, 당시에 하던 미술학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활자공간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대학 생활 동안 진로 고민하던 친구들 사이에서 저는 항상 나는 한글 디자이너가 될 거라고 외치고 다녔던 것 같아요. 다른 과목들에서 흥미를 별로 못 느끼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 “글꼴”을 만든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던것 같아요. 이용제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한글 디자인 분야는 아직 할 것이 많다고 하셨는데, 내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졸업 전시도 글꼴 디자인으로 하고 졸업 후에도 글꼴디자이너로 계속 일하고 지금까지 글꼴 디자이너로 밥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광고동아리에서 선배와의 만남 같은 행사가 있었는데, 한 20년 선배님이 뭐든 정해서 10년만 꾸준히하면 뭐라도 된다고 조언해주셨는데, 인상 깊게 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입학한 대학교에 한글 디자인 수업이 있었던 것도, 유명한 한글 디자이너 이용제 선생님, 한재준 선생님께서 그 수업을 하셨던 것도 참 운이 좋았던 것 같고,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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