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대 영화포스터에서 시작한 함렡폰트
둥켈산스는 사실 다른 폰트 작업에서 파생되었다. 그 모태 폰트는 “함렡” 이다. 함렡은 둥켈산스와는 별개로 작업하고 있는 복고풍의 제목서체이다. 둥켈산스는 함렡에 비해 획이 더 굵고 그 형태가 단순하여 모던한 느낌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슈퍼 블랙인, 어디에서 본 듯한 폰트가 아닌 디자인을 그리고자 했다.
둥켈산스의 시작은 함렡
영화포스터에서 받은 영감
함렡은 1948년도에 개봉한 영화 함렡의 포스터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셰익스피어의 햄릿 [Hamlet]을 독일식 발음으로 읽으면 함렡이다. 이 포스터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제목 두글자가 크게 외치는 듯한 느낌이 좋았다. 임팩트가 강한 제목용 폰트를 구상하고 있었기에, 스크랩해 두었다.
현재 폰트 시장을 관찰해보면 영문 폰트의 보도니와 같은 가로획과 세로획의 대비가 강한 폰트가 사랑을 받고있다. 그 획의 대비가 주는 느낌은 고상하고 우아하다. 함렡은 이에반해 살짝 거칠고 수더분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획 형태의 질감이 좀 시끌시끌하다.
함렡이라는 이름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부를수록 마음에 들어 폰트 이름으로 정했다. 함렡은 둥켈산스와 별개로 조금씩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초반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꾀 많이 다르다. 다른 작업을 하면서 짬짬히 진행하기에 좀 더디긴 하지만 묵혀두고 천천히 작업하는 맛이 있다.
천천히 작업하면서 특히 좋은점은 파일을 다시 열어볼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작업을 객관적인 시점에서 바라볼 수있다. 때론 게으름이 이렇게 작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얼마전 인스타그램에 진행중인 작업을 올려봤다. 함렡포스터에서 오는 레트로 느낌의 분위기가 좋아서 출발은 했지만 너무 레트로 느낌의 작업에만 필요한 글자를 만들고 있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과감하게 굵게, 단순화 해본 스케치가 또 둥켈 산스의 출발점이 되었다. 함렡은 나름대로 레트로 풍으로 사용될수 있는 글자다 싶었다. 얼마전 함렡을 인스타그램에 포스팅을 해보았다.
소셜미디에서 이 포스팅을 보고 주변에서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고있는 친구들의 문의를 받았다. 그 중 한 친구는 지금 작업하고있는 책에 써보고 싶다고 했다. 친구가 예쁘게 써줘서 글자를 더 진행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업 진행중인 글자가 사용된 모습을 미리 볼수있다는 것은 정말 큰 혜택이다. 30도가 넘나드는 베를린 기준 폭염 속에서 함렡과 둥켈산스의 작업은 오늘도 진행중이다. 어제 퓨쳐폰트의 관계자에게 연락이 왔다. 늦어도 8월 말에는 퓨쳐폰트에 게시하기로 했다.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