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튜브 뭐봄? #일주어터
내가 처음 낚인 영상 제목은 <일주일 동안 슈퍼 샤이를 추면 팔뚝이 얇아질까요?>였다.
가느다란 몸매에 긴 두 팔을 사방으로 절도 있게 휘두르는 것이 포인트인 뉴진스의 슈퍼 샤이 안무.
그리고 뉴진스보다는 현실의 나와 싱크율 높은 일주어터의 썸네일.
클릭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이게 안 궁금하다고?
음악 라이선스 때문에 영상은 슈퍼샤이를 배경음악으로 쓰지 못한다. 그래서 일주어터는 혼자서 무선 헤드셋을 끼고 슈퍼샤이를 춘다. 적막한 영상 속에서 헉헉대며 춤을 추는 그녀를 지켜본다. 영상 속 고양이 ‘소주’와 강아지 ‘토비’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댄스가수 아이돌 분들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
한 시간 동안 쉼 없이 춤을 춘 일주어터는 얼굴 전체로 땀을 분출하며 몇 번이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날, 그리고 그다음 날도 그녀는 슈퍼샤이를 춘다.
이 영상은 2023년 대한민국의 여성에 대한 고증 자료로 후대에 길이길이 남겨져야 한다.
그래서 결과는 어땠냐고?
팔은 진짜로 가늘어졌다.
그녀의 유쾌함에 반해버려 다른 영상들도 이어서 보기 시작했다. 과일 다이어트, 오트밀 다이어트, 공복 유산소, 만복 유산소 (공복의 반대 = 만복), 간헐적 단식, 피티선생님과 일주일, 샐러디만 일주일 먹기, 서브웨이만 일주일 먹기, 일주일 동안 하루 만원 어치만 먹기 등등. 한 번쯤 시도해 봤거나 해볼까 생각했던 다이어트 방법을 그녀가 먼저 다 해봤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정말 철저하게 지킨다.
일주일이면 할만한 거 아니냐고? 정말 아무것도 모르네.
다이어트를 결심한 후로부터 일주일은 거의 무한에 가깝도록 길고 긴 시간이며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인내심의 최대치를 시험하는 고난의 주간인 것이다.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그 유명한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듯 일주일은 어떤 결심을 지속하기 불가능에 수렴하는, 실패가 디폴트 값인 기간이란 말이다.
그런데 일주어터는 그걸 계속한다. 다시, 다시, 다시 해내는 그녀가 너무나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계속 90킬로대인데 뭐가 대단하냐고요? 그녀는 채널 개설 후 무려 20킬로 가까이 빠졌다고 합니다. 각자의 출발점은 다른 것입니다.
대한민국 코미디언들은 이제 유튜브가 직장이다.
과거 공중파 방송에서 보여주던 짜인 극형식의 콘텐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끼와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역할을 맡지 못해 병졸 2처럼 내내 서있기만 하던 후배들도 자신의 채널에서는 마음껏 스스로 주인공이 된다. 기획력이나 연기력, 매력의 측면에서 일반인들에 비해 훨씬 오랜 시간 누군가를 웃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그들의 채널이 유튜브에서 성공적인 것은 당연해 보인다. EBS와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사랑과 웃음이다. 기분 좋은 어떤 것을 보고 그 대상에게 호감을 느끼고 결국 미소든 박장대소든 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우리가 그 많은 시간을 미디어 소비에 할애하는 이유가 아닌가.
일주어터는 대부분의 여자들이 공감할 체중감량이라는 소재를 현실감 있고 유쾌하게 전하고 있다. 체형은 유전이다. 살이 잘 찌는 체질도, 입맛도, 자꾸 눕는 버릇도,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닌가? 하는 긍정적인 자기애도 유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체형의 여자들이 조금은 개선하고 싶어 한다. 조금만 날씬했으면, 조금만 배가 들어갔으면, 그래서 조금만 자신 있게 옷을 입고 싶고 컨디션이 좋고 건강했으면 하는 것이다.
외모지상주의가 옳은 것은 아니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우리가 매일 겪는 현실이라면 나 혼자 정신승리하기보다는 조금 노력하는 수밖에.
계속해서 도전하고 실패하고 또 도전하는 일주어터의 유쾌한 영상을 보면서
나도 일주일 동안 딱 하나 지켜보는 챌린지를 즐겁게 고민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