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COCO Dec 06. 2023

사는 게 힘들게 느껴질 때, <레 미제라블>

명작의 가치. N차 관람마다 새로운 감동이 있다.


빵을 훔친 도둑 장발장. 신부님의 은식기를 훔치고 도망가다가 붙잡히지만 신부님의 용서를 받아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착한 사람이 된 장발장은 불쌍한 여자아이 코제트를 도와주고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세계 명작 동화 <장발장> 대부분 이 정도 이야기로 기억할 것이다. 생활고에 찌들어 창녀가 된 팡틴의 이야기나 프랑스 시민 혁명의 이야기는 과감하게 생략하고 앙상한 뼈대만, 그것도 목뼈랑 갈비뼈 정도만 남긴 어린이 버전 <장발장>은 축약판 <레 미제라블>이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은 역사상 가장 긴 소설 25위에 등극한 엄청나게 방대한 분량이다. 소위 벽돌책이라 불리는 엄청나게 두꺼운 책으로 성경과 비견되는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그러니 원전을 읽은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이 당연하고 프랑스 사람들조차 원본을 다 읽은 사람이 드물다고 한다. 대부분 각색본을 읽는 것이 정설. 그렇게 빵 도둑의 개과천선 이야기로 알고 있던 장발장 이야기, <레 미제라블>을 영화와 뮤지컬로 보면 충격을 받게 된다.


내가 처음 본 <레 미제라블>은 2012년 휴 잭맨, 러셀 크로우, 앤 해서웨이,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출연한 영화였다.  충격이었다. 엄청난 눈물 콧물을 쏟아내고 극장을 나오면서 예상치 못한 스토리와 감동에 오랫동안 여운을 떨치지 못했다. 그전까지 이름도 어려운 <레미제라블>이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당시 나는 장발장의 이야기를 영화로 길게 각색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은 그와 반대로 뮤지컬과 영화는 원작 소설의 많은 부분을 잘라내고 최대한 축약해 만든 것이었다.



어제 친구와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보았다. 뮤지컬로는 처음 보는데 역시나 눈물 펑펑.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배우들의 엄청난 노래가 긴 시간을 전혀 길지 않게 느껴지게 했다. 어두운 객석에서 눈물을 찔찔 짜다가 훌쩍훌쩍 코도 좀 마시다가 마지막 커튼콜에서 손이 부서져라 박수를 쳤다. 브라보!!


프랑스 시민혁명이라는 역사 교과서 속 무생물 같은 연대표가 갑자기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 그 험한 시절에도 사랑에 빠져 온통 봄날인 코제트와 마르세우스가 있었고, 병든 아이를 살기 위해 몸을 팔아야 했던 순결한 팡틴이 있었고 사기꾼 부모 밑에 천하게 길러져 끝내 꽃피지 못한 에포닌이 있었다. 죄의 소굴에서 태어난 천한 신분을 딛고 신의 뜻에 따라 타락한 자들을 벌하는데 자신의 생을 바친 경감 자베르가 있었고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신에게 묻고 또 물었던 장 발장이 있었다. 오지 않는 지원군을 기다리다 총에 맞아 죽어간 어린 학생들이 있었다. 역사는 먼 프랑스에서도 한국에서도 비슷한 얼굴로 피 흘리며 여기까지 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가 오버랩되면서 현재도 극단적인 양극화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소시민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뮤지컬에 대한 솔직한 후기는…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면 안 되는데 싶어 망설여지지만,


훌륭했던 점들

- 무대연출과 미술이 너무나 훌륭했다. 특히 2부에서 자베르 경감이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연출은 압권.

- 배우들의 노래 모두 굉장했다. 장발장 역할의 민우혁 님, 자베르 경감역할의 김우형 님, 판틴 린아 님, 그리고 에포닌 루미나 님. 기억에 남는다.

- 오케스트라 연주 완벽했습니다.  


불만은 공연계에 있다. VIP 좌석의 범위가 너무 넓은 것 아닌가 싶다. 1층 대부분과 2층 3열 사이드까지 VIP라니. 배우들의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뮤지컬 티켓 가격이 점점 높아지는 것은 수요 공급의 문제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VIP 좌석 수준에 미치치 못하는 자리들까지 전부 VIP로 지정하는 것은 교묘한 꼼수라는 생각이 든다. 수긍할 수 있게 좌석 범위를 지정하고 그에 맞는 비용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뮤지컬 관람 추천여부

이렇게 티켓이 비싼데도 표가 없다.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한다면,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춰서 결정할 일이다. 플렉스하고 싶거나 이 정도는 한번쯤, 이라고 생각한다면 추천한다. 충분히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최대한 서둘러 예매해서 같은 등급이라면 좋은 자리로… 당연한 소리다.



돌아와서 여운이 가시지 않아 넷플릭스에서 다시 영화로 다시 봤는데 역시나 명작. 뮤지컬 꼭 못봐도 괜찮아요. 영화도 충분히 감동적입니다.

어린 연인들이 엄청 차려입고 관람하러 온거 봤는데… 둘이 같이 보면 36만원…

남자애가 한참 구애중인 시기인가. 별걱정 다한다 정말.








작가의 이전글 현대인의 교양필수, 다이어트 어디까지 해봤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