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드썬 Feb 03. 2021

좋아하지 않는데 배려하는 감정, 너는 누구냐

 나는 사내에서 수많은 상을 받았다. 올해의 직원상, 모범사원상, 혁신상. 회사 동료들에게 나는 주도적이며 리더형 인간이고 어린 나이에 팀장을 꿰찬 열정적인 사람일 것이다.


나는 언쟁을 좋아하지 않으며 싸움은 최대한 피하며, 불편한 사람은 sns에서 차단하고 실제로 부딪히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분명 같은 사람이다. 다중이가 아니고서야 외향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이 이렇게 소극적인 상황이 있을 수 있나 싶다.

그런데 나란 사람은 이렇다.


나는 40 평생을 마음을 편안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애썼고, 회사에서 인정받은 업적도 싸움을 회피하는 것도 모두 내 마음의 편안함을 위한 행동이다. 이런 목적이라면 한 사람의 성향이라고 이해가 가능한가?


일생을 마음 편안함을 추구하며 살아온 나에게 어찌할 도리가 없는 평안을 깨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가족'


왜 그들은 나의 편안한 마음 상태를 이토록 자주 깨는가. 왜 나는 그들이 자꾸 내 편안함을 방해하도록 둘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생각이 시작되었다. 왜? 왜?


나는 혼자서 무언가를 하게 될 때- 예를 들면 설거지, 샤워, 머리 감기 등-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한다. 회사에 다니면서 무언가 해결해야 할 일이 생기면 주로 이때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아주 좋은 시간이다.


요즘은 이런 시간에 주로 글감들이 떠오른다. 나의 부모와 부모인 나에 대해 글을 써볼까. 할 말이 참 많을 것 같다. 일반적인 것 같으면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나와 엄마와의 관계. 이걸 답습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엄마로서의 나. 왜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에 대한 매듭을 풀어내는 일.


그러다가 문득 엄마가 "꼭 너 같은 딸 낳아라" 하며 '엄마와 아빠는 둘 다 똑같으니 싸우는 거다'라는 말에 대한 분노의 말에 아주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에 닥쳤을 때의 나의 마음. 그렇다면 50대의 나는 엄마로서 또 다른 마음 상태일 수이지 않나. 그렇다면 지금 단언할 것 이 아니라 차츰 변하는 엄마로서의 딸로서의 나를 기록해두고 나중에 책으로 엮으면 재미있는 책이 되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은 나의 엄마 살아생전에 출간하면 안 되겠지?


그런데 가만, 왜 나는 엄마로 인해 스트레스를 이토록 받으면서, 또 그런 엄마가 되지 않을 거라 매번 다짐하면서 책이 출간되어 엄마가 그걸 읽으면 상처 받을 테니 그 글은 살아생전에 출간하지 않겠다는 배려 돋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도대체 왜?  감정은 무엇일까. 이름이 있는 감정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