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영화를 보다보면 위기 하에서의 군중이 느낄 수 있는 심리, 인간 개개인의 심리, 그리고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액션 등 다양한 생각거리와 볼거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변명(?)해 본다.
그리고 꽤 볼만한 좀비영화가 많은데, 그 중에 하나가 브래드 피트가 주연으로 출연한 'World War Z'이다.
'World War Z'에서는 우리나라의 오산 미국 기지에서 처음으로 좀비가 발생했다는 설정이라 꽤 흥미로웠는다. 또한, 전 세계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는 중에 해당 문제에 자유로운 나라고 단 두 나라 뿐이었는데, 바로 북한과 이스라엘이었다.
북한은 좀비에게 물려 퍼지는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전 국민의 송곳니를 전부 빼 버렸고,
이스라엘은 국경 주위에 커다란 장벽을 설치하여 외부로부터의 좀비 유입을 막고 내부적으로는 철저한 감시를 통해 좀비발생을 막았다는 설정이었다.
특히, 이스라엘에서 국경 주위에 커다란 장벽을 설치하자는 의사결정이 내려진 과정 또한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국가비상 회의에서 '열두번 째 사람'을 배정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열두번 째 사람'이란 중대한 의사결정이 만장일치가 되지 않도록 임의대로 한 사람을 지정하여 의사결정 과정에서 -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 예상되는 결론에 지속적으로 반대를 하는 사람을 둔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예상하지 못한 현안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좀비 창궐이라는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을 대비하도록 장벽을 쌓은 것도 이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 영화 내 설정이었다.
처음 영화를 접했을 때 '열두번 째 사람'에 대한 설명은 머릿 속에서 그 울림이 꽤 컸었다. 영화에 집중할 수 없었을 정도로 말이다.
기업 내 이루어지는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 내 의사결정들이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힘의 방향에 따라 - 분위기에 휩쓸려 반대를 하지 못하고 - 한쪽으로 몰려있는 경우도 있으며,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없을 만큼 회의 내 구성원들이 유사한 배경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경우 등 의사결정을 위한 대안들에 제한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드럼 세탁기가 유행하기 전에 소위 '통돌이 세탁기'가 꽤나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세탁기 기술자들은 세탁봉이 돌면서 빨래를 세척해야만 한다고 생각헸었다. 이때 기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던 직원이 세탁봉이 아니라 세탁통이 돌면 안되냐는 제안을 했었는데, 당시 세탁기 기술자들은 이 허무맹랑한 아이디어에 전부 웃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이 제안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채택되어 그 유명한 '통돌이 세탁기'가 발명되었다.
때로는 생각하지 못했떤 아이디어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될 수 있으며, 때로는 준비하지 못했던 Risk를 사전에 대비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창출해낼 수 있는 조직문화 및 회의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경영진이 뚝심있게 서 있는 것 또한 중요하다.
경영진에서 쓸데 없는 이야기라고 치부하는 순간, 미래의 아이디어 또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랫만에 브런치에 올리는 글 치고는 논거를 많이 제시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추후 시간에 걸쳐 논거를 보완하겠지만 - 이 또한 브런치의 장점이 아닐까?
그 만큼 독자들에게 '열두번 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빠르게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이해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