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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Mickey 17, 2025), 봉준호 sf

옥자와 설국열차에 이은 온정의 확장

by 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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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키 17 (Mickey 17, 2025)


감독: 봉준호

원작: 애드워드 애슈턴 「미키 7」

장르: SF, 드라마, 스릴러

출연: 로버트 패틴슨(미키 반스), 스티븐 연(베르토), 나오미 애키(나샤), 토니 콜렛(그웬), 마크 러팔로(케네스 마샬)

상영 시간: 137분

개봉: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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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지구를 떠나 개척 행성에서 일하는 ‘익스펜더블(Expendable)’로 지원한다. 익스펜더블은 극한의 위험을 감수하는 임무를 맡고, 죽게 되면 기억을 유지한 채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는 존재다.


미키는 16번을 죽고, 17번째로 다시 태어나지만, 뜻밖에도 외계 생명체 ‘크리퍼’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는다. 기지로 돌아온 그는 자신이 이미 죽었다고 판단한 팀이 새롭게 프린트한 ‘미키 18’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존재를 위협받는 미키 17과, 그를 대체하려는 미키 18. 두 개의 미키가 공존할 수 있을까? 인간 복제의 윤리적 문제와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미키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


✨ 개인적인 감상


여자친구가 연구직에 있어 실험동물과 관련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 편이다. 관련한 나름 큰 사건도 있었고, 스스로도 자주 생각하는 문제인데, 미키 반즈는 '익스펜더블'이라는 인간 래트, 실험쥐 역할을 자처한 사람이다. 이 부분이 생명과 관련한 윤리적 -


철학적 물음에 반응하게 하는 장치가 아닐까 싶다.


물론 그 이유가 미키의 이타성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이 대만카스테라집을 하다 망하면서 이일 저 일 닥치는 대로 알아보다 지원한 일이고, 더 어처구니없는 이유는 그 선택이 어린 시절 어머니에 대한 향수에 의한 무의식적 이끌림(모집관이 어머니를 연상시킴)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미숙함과 순수성은 미키 반즈가 가지는 주인공으로써의 매력이기도 한데, 소시민적 인간, 노동자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애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14_10_16__67bd50b82f620[W680-].jpg 인간 프린트기 : 용광로처럼 생긴 사이클러에 버려진 유기물을 재료로 프린트 된다.


이후 인간을 프린팅 해 쓰는 '익스펜더블'이라는 개념, '멀티플'이라는 개념 등등 아직 우리에게 닥치지 않았지만 곧 다가올 미래의 기술과 그로 인한 혼란상이 그려진다. 이 영화의 SF 적인 측면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처리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소 접시 핥듯이 지나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 당장 ai의 등장만 해도 사회적 혼란과 규정이 반복되는데 그보다 더한 '사람을 복사해 쓰는 기술'에 대해서 철학적-윤리적인 혼란과 규정이 결코 쉬울 수 없다.


케네스 마샬(마크 러팔로분)은 실패한 정치인으로 익스펜더블에 대한 규칙을 창안하며, 기독교 단체와 영합해 니플하임이라는 행성에 도착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유명한 츠츠이 야츠타카 작가는 '최후의 끽연자'에서 '인간이란 존재는 달 위를 그저 산책할 뿐인데도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떠들어대는 과대망상증 환자다'라고 말하는데, 거기에 딱 어울리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마크 러팔로는 촬영 당시 자신의 연기가 과장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개봉 후에는 오히려 현실이 더 기묘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살짝 트럼프와 윤석열을 섞어둔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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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서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과거 미국의 개척자들이 네이티브 아메리칸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던 것처럼, 케네스 마샬과 그 부인 일파 마샬도 니플하임의 선주민 '크리퍼'를 적대한다. 털 달린 곰 벌레처럼 보이는 크리퍼를 보고 있자면 어쩐지 아메리카 대륙의 버팔로 무리가 연상되기도 한다. 그들은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꽤나 인간적이다.



봉준호 감독은 원작 미키7에서 익스펜더블이라는 설정만 빌려온 수준으로 작품을 재창조했다. 원작에서 미키는 학자였지만, 영화에서 미키는 마카롱으로 햄버거를 대체하려다 빚에 쫓겨 우주선에 탄 도망자이며, 이는 청년세대의 취약함을 반영한 것처럼 느껴진다. 미키 17, 18로 설정한 것도 막 성인기가 되는 나이인 17살-18살 사이의 무엇을 상징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인지 미키 17이 우유부단한 청소년을 연상시킨다면 18이 더 강한 성인 남성의 성격을 보인다.


케네스 마샬로 대표되는 기성세대와 미키를 중심으로 한 청년의 대립으로 축소하기엔 영화에서 생각할 부분이 많지만, 짚고 넘어갈만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봉준호 감독은 생명이 수단화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 같다. 케네스가 '미키의 진정한 죽음' 운운하며 가리킨 물건은 수많은 미키가 쌓아 올린 데이터 박스이며, 그 모습은 벽돌과 닮았다. 사람을 사람이 아니라 건축재, 자원으로 본 느낌이 강하고 이런 관점은 과거 우리나라 교육부의 전신인 '교육인적 자원부'라는 용어에서도 그런 관점을 엿볼 수 있다.


봉감독은 특유의 연민과 온정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설국열차에서는 꼬리 칸 극빈자들에, '옥자'에서는 그 범위를 동물에게까지 넓히며, 미키 17에서는 둘을 합쳐 방황하는 청년 세대와 니플하임 선주민으로까지 확장해 보여준다. 불안이 많은 사람이었고, 약자에 위치에서부터 수많은 경험과 고민을 하였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시각이 아닐까 생각해 보며, 개인적 감상을 마친다.



�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봉준호 감독의 블록버스터 SF 영화가 궁금한 분

✔ 철학적 사유를 담은 SF 영화를 좋아하는 분

✔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 변신을 보고 싶은 분

✔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에 대한 고민을 던지는 작품을 찾는 분



� 관람 포인트


봉준호 감독의 SF 블록버스터

설국열차, 옥자와 같은 기존 SF 작품들과 결을 같이하면서도, 상업성과 철학적 깊이를 모두 갖춘 영화.


정체성과 인간성에 대한 질문

‘나는 누구인가?’ ‘복제된 나도 나인가?’ 인간 복제와 정체성 문제를 두 미키의 대비를 통해 풀어낸다.


로버트 패틴슨의 1인 2역 연기

트와일라잇 시절의 꽃미남 이미지에서 벗어나, 복제된 두 존재를 섬세한 연기력으로 표현해냈다.


� 참고 사항


쿠키 영상 없음

철학적 메시지가 강한 SF 영화

원작과 일부 차이가 있을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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