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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Apr 10. 2018

[뉴욕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The Solomon R. Guggenheim Museum 

 포털 사이트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검색하면 국적이 다양한 미술관이 많이도 나온다. 이번 포스팅을 위해 자료 수집을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라는 것이 놀랍지만, 심지어 나 역시 2년 전에 베를린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방문했었다. 그러니 솔로몬 구겐하임 미술관은 벌써 '구겐하임 미술관' 방문으로서는 두 번째인 셈이다. 게다가 곧 떠날 이탈리아 베니스에서도 구겐하임을 방문할 예정이니, 이 정도면 운명이 아닐까? 



 




뮤지엄 마일의 '달팽이' 미술관, 구겐하임





 구겐하임 미술관은 뉴욕의 도심에 위치하고 있다. 뉴욕의 맨해튼 뮤지엄 마일(Museum mile)에 위치하고 있는 이 곳은 센트럴 파크가 바로 맞은편에 있다. 더구나 뮤지엄 마일에 위치한 것 답게 이 길을 쭈욱 따라 걸으면 매트로 폴리탄 미술관부터 쿠퍼 휴이트 디자인 미술관까지 손쉽게 찾아갈 수 있다. 근방에는 노이에 갤러리도 위치하고 있으니, 복잡한 골목 없이 직선으로 뻗은 뉴욕의 거리를 걷다 보면 홀린 듯 세계의 유명한 미술관을 모두 방문할 수 있다. 진정 도심에서 즐기는 문화생활이다.


다음 전시준비를 위해 분주한 사람들. 아쉽게 많은 곳은 들어가지조차 못했다.

 

안타깝게도 내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역시 다음 전시가 준비 중에 있었다. 한 겨울, 한 여름에 뉴욕에 방문하면 이런 아쉬움이 있다. 많은 미술관들이 더 나은 다음 전시를 위해서 새단장을 하고 있으니, 그 아쉬움에 다시 뉴욕에 찾아오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래도 덕분에 할인된 가격으로 입장 가능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재미있는 구조로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는데, 미국 철강계의 거물이자 자선사업가인 솔로몬 구겐하임(Solomon R. Guggenheim)이 수집한 현대미술품들을 기반으로 설립되었다고 한다. 뉴욕에 있는 미술관을 방문하며 든 생각이지만, 미국의 사업가들은 예술 방면으로도 뛰어난 안목과 그를 뒷받침할 재력이 있는 것 같다.


위에서 내려다 본 구겐하임의 아트샵. 뻥 뚫린 구조이다. 

 

이 솔로몬 구겐하임 미술관은 원래는 1937년 비대상 회화 미술관(Museum of Non-objective Painting)이란 이름으로 개관하였다. '비대상 회화'미술관이라는 이름답게 구겐하임의 컬렉션은 대부분 20세기의 비구상, 추상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칭인 구겐하임 미술관으로서는 1959년 개칭하였으며, 설립 초기부터 구겐하임 재단이 운영하였다. 현재의 건물은 1943년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의 설계에 따라 착공하여 1959년 완성되었다.






 



거미줄? 달팽이? 재미있는 구겐하임의 내부




<Mr.Popper's Penquins>의 한 장면. 펭귄들이 사고를 치는 이 장면이 바로 구겐하임 미술관!



 큰 달팽이 모양의 외관과 탁 트여 통풍이 잘 되는 천장을 중심으로 한, 계단 없는 나선형 구조의 전시장이라는 독특한 설계로 인기를 모았고 준공되자마자 뉴욕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많은 이들은 달팽이 껍질같다고 하지만, 내게는 거미줄을 친 것 처럼 특별히 느껴졌다. 이처럼 독특한 내부 설계 덕분에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많이 등장하곤 했다. 2009년 개봉한 <The international>에서 적들을 따돌린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고, 나 역시 재미있게 관람한 짐 캐리 주연의 2011년 영화 <Mr.Popper's Penguins>에서 펭귄들이 사고를 치는 재미있는 파티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고.



 

그래서 많은 기대를 갖고 찾아온 구겐하임 미술관은 내가 뉴욕에서 처음으로 방문한 미술관이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전시를 준비 중이라 많은 관람을 하지는 못했지만, 늘 사람이 붐빈다는 구겐하임에 비교적 사람이 적어 여유롭게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여느 다른 뉴욕의 미술관처럼 잘 정돈된 카페테리아에서 커피를 마시며 전시를 즐기기도 하면서.


 





구겐하임의 컬렉션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아메리카'


구겐하임에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관람 요소가 있다. 바로 이 변기. 이탈리아의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구겐하임의 화장실에 설치했다고 하는 이 작품 '아메리카'는 실제로 18k 금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확인할 수 없었다. 대신 이와 똑같은 구조의 화장실을 이용하였는데, 작가의 재미있는 상상력에 웃기도 하면서 본격적으로 전시에 빠져들 수 있었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부터 피카소까지, 비구상 회화와 추상회화 작업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구겐하임.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는 기획 전시를 준비 중에 있었지만, 솔로몬 구겐하임의 컬렉션으로 이뤄진 20세기의 회화와 조각 작품들은 원 없이 관람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이 중 한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꽤 긴 줄을 서야만 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대가들의 대작들이 가득했다. 특히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는 피카소의 작품이 눈에 띄었는데, 이전에 뉴욕에 대한 이미지가 없던 내게 뉴욕하면 점차 피카소와 엔디 워홀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 장본인들의 작품을 천천히 관람하면서 비로소 내가 뉴욕에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JOSEF ALBERS IN MEXICO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독일 출생의 화가 요제프 알베르스(JOSEF ALBERS)의 멕시코에서의 생활들을 바탕으로 한 전시가 진행 중에 있었다. 요제프 알베르스는 독일의 바우하우스의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미국의 블랙마운틴의 교수이기도 했다. 이 독일 출신의 요제프 알베르스는 독일의 바우하우스가 표현주의에서 구상주의로 전환하는데 일조하였으며, 색채와 공간의 심리학적인 조사를 하였다. 그는 1933년 바우하우스가 문을 닫으며 미국으로 넘어왔다고 한다.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들

 

 특히 이번 구겐하임에서의 전시는 그가 멕시코에서 여행하며 지내던 순간들과 작품들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작업들이 주를 이뤘다. 요제프는 우연히 멕시코의 '신들의 도시'라 불리는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을 접하게 되었고, 자로 잰 듯 엄격히 규격 된 사각의 피라미드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해발 2,300m에 위치하고 있는 이 곳에서 요제프는 산 것과 죽은 것의 경계에 세워진 듯 한 이 오묘한 곳에서 머무르며 작업을 위해 사진을 찍고 편집하는 등 작업활동을 위한 단초들을 모아갔다고 한다. 


구겐하임의 컬렉션 중 하나인 요제프 알베르스의 멕시코에서의 수집 작업들


그의 멕시코에서의 작업들을 보면 그가 매료된 이 고대의 정형미를 가진 유적이 얼마나 그를 사로잡았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몇 차례 씩이나 멕시코로 떠난 그는 이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전시를 관람할 당시에는 단지 사각형의 형태가 그의 마음을 자극했다고 생각했으나, 프리다 칼로의 작품의 색채가 그러하듯 멕시코라는 나라가 주는 선물은 강렬한 색채도 함께 포함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금 덧붙여본다.



'정사각형에 바치는 경의'시리즈.

   이번 전시에서도 공개된 그의 주요 추상 회화 연작인 '정사각형에 바치는 경의(1950-1976)'에서는 오렌지 색의 강렬한 색채들이 유독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한 때 멕시코와 사랑에 빠졌던 요제프의 회화를 바라보며 강렬한 오렌지 색의 작품 속에 그가 매료된 세상을 투영해본다. 어쩐지 영화 <프리다>에서의 강렬한 남미의 햇살을 얼핏 느꼈던 것처럼 강렬한 멕시코의 햇살이 느껴졌다. 즐거운 감상을 마치고 잘 하지 않는 기념사진까지 이 앞에서 촬영하였다. 뉴욕은 세계의 축소판이라더니. 예술조차 범국가적인 이 곳의 미술관에서 나는 다시 뉴욕과, 뉴욕의 미술관과 사랑에 빠졌다. 







The Solomon R. Guggenheim Museum


위치 1071 5TH AVE, NEW YORK, NY
BETWEEN 88TH & 89TH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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