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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i Jul 25. 2021

사과받지 못한 딸들에게

부모에게서 감정 독립하기

난 동의할 수 없었다.

그대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니.

노래 가사라고 이렇게 이상을 말해도 되는 건가?


나는 사랑을 느끼지 못한 채 자라났다.

딸, 딸, 아들 중에 낀 딸.

공부 잘하는 언니와

나보다 8살이나 어린, 사랑을 독차지하는 아들.

그 사이에서 미운 오리 새끼마냥

비교당하고 아무런 지원 없이 알아서 눈칫밥 먹으러 자랐다.


짜증 대마왕이던 우리 엄마,

능력도 없으면서 늘 바람을 피우고. 가족에게 소리 지르는, 강압적이던 아빠.  

당시 엄마도 살기가 퍽퍽해서 그랬겠지.

좋은 부모가 어떤 부모인지 몰라서 그랬겠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사과를 받지 못한 채 혼자 용서하는 건 너무 힘들다.


내가 성공해서

복수하듯 잘 살아야지

이 악물고 살아왔고

그렇게 독립하고

잘 살고 있지만

여전히 마음 한 켠

부모에 대한 원망과 억울함이 남아있다.


다 지난 일이지만

사과를 받고 싶어

말을 꺼내보았지만


"원래 내리사랑이야."

"난 기억 안 나."

"그래 내가 죽어야지."

"내가 태어난 게 잘못이지."

엄마의 대답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아빠에겐 말조차 꺼내지 않았다.

워낙 다혈질이기에

칼 들고 가족을 위협하기도

내가 취업했을 때엔

아빠에게 십일조를 내지 않으면

내가 널 낳았으니 내가 널 죽일 수 있다고

협박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심지어 결혼 후 남편을 강제로 불러내서

보험에 강제 가입시키고는

내가 전화로 따졌더니

신혼집에 와서

복도식 아파트의 우리 집 문에

발길질을 해대기도 했다.


아빠에겐 아무런 기대 조차 하지 않는다.

그냥 그런 사림이겠거니.

가족을 차별하기보다

그냥 그래 온 사람이니까.


오히려 엄마에게 더 서운하다.

왜 그렇게 차별 대우를 했는지.

왜 대체 미안하다 말을 안 하는 건지.


나는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었다.

아빠가 바람피우는 이야기

집에 돈이 없어 힘든 이야기

동생 걱정 아빠 걱정

온갖 이야기를 듣고 자라며

안 그래도 예민한 나는

극 초 민감한 사춘기를 보냈고

민감성 대장 때문에

시험도 제대로 보기 어려웠다.


성인이 되고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엄마 아빠에게 고마운 일도 많은데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멀리 이사를 왔는데도

마음 한 켠이 답답하다.


이렇게 분노와 억울함 속에 보낸 시기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고

남편 역시 아버님으로부터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와서

절름발이인 우리 둘이 만나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다.

아이에게도 좋은 부모가 되고자 노력하고 사는 평범한 가족이다.


외적으로 보면 너무나 멀쩡한 가정.

하지만 나는 내 내면을 치유하기 위해

내 부모에게서 완전히 감정 독립을 하기 위해.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글로 정리하고

감정도 정리하고자 한다.


나처럼 사과받지 못한 딸들을 위해.

나의 글을 보며

나만 그랬던 게 아니구나

위로받길 바라며.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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