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crafting
2019년 5월 23일 씀
- 엠넷 재직 중에
나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사랑한다. 그래서 경영학을 복전하며, 수업 중에 인간을 인건비라고 칭하고 슝 넘어가는 데 무척 놀랐었다. 그러니 내가 전공 수업 중 조직행동이론을 가장 재미있게 들었던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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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미션과 비전을 만들고, 경영철학을 써넣고, 로고를 그리는 것 모두 다ㅡ내가 좋아하는 주제인 '상상된 공동체'를 견고하게 만들기 위한 것들이다. 왼쪽 카라에 뱃지를 달고, 공개적으로 성과를 치하하고, 공통의 기억을 형성하는 것은 조직원들의 소속감을 고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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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시점이 달라서 ㅡ 같은 시공간에서 다른 시대 정신을 품고 살아가게 되는 것과 똑같이, 제각기 입사 시점이 달라 구성원이 체감하는 조직의 모습 역시 각기 다르다. 앉은 좌석은 그대론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로켓이었던 회사가, 무기력하게 추락하는 구멍 난 비행선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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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은 초기 인력들의 강력한 추진력과 주인의식에 더불어 신규 인력의 색다른 아이디어와 트렌디한 감각을 성실히 받아들여야만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며 살아갈 수 있다. 다만 초기 인력과 신규 인력 간의 서로 다른 조직 경험에 기반하여 그 인식 또한 판이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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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때 쓰라고 있는게 미션, 비전같은 무형의 가치 체계인데 ㅡ 아무래도 조직원이 실무와 직접적으로 연결하기엔 너무나 추상적이기는 하다. 나는 '사업보국'이라는 미션이 끝내주게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스프레드시트의 셀을 나누고 병합하면서 나라에 보탬이 되었다고 뿌듯해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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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 크래프팅'은 열정을 잃은 조직원이, 새로운 일을 찾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존 일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확장함으로서 생산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건데 사진 속에 담긴 매트릭스와 예시 내용을 참고하시라. (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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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개인적이고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아이디어다. 내가 적극 사용하고자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래도 난 이 회사라는 집단을 개인의 집합이 아니라 상상된 공동체로 바라보는 시선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 오늘 국장님과 점심을 먹으며 들었던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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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님은 본인이 입사하기도 전, 즉 채널이 최초로 개국했을 때ㅡ내가 6살 때다ㅡ 나간 MV가 뭐였는지 궁금해서 따로 찾아봤었다고 한다. 그리고 새로운 선곡 프로그램을 만들 때마다 첫 곡은 꼭 그 곡을 일부러 틀었다고 한다. 와, 시민 종교같고 너무 좋았다! 그래서 그 곡이 뭐냐고 여쭤봤다. 이승환의 제리제리 고고. 난 들어본 적도 없는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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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향과 맞지 않더라도, 난 공통의 기억과 정서를 공유하는 것이 사람들간의 가장 강력한 접착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라는 세련된 외래어보다 "그래 노래는 영원한거야"라는 이 마지막 노랫말을 앞으로 내 하루 과업의 꼬리표로 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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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름은 멋쟁이 (승환) 에이 그럴리가
나의 라이브는 (최고였지) 아이 아니아니야
사람들은 말했었지 누가 와도 문제없다고
나의 무대는 환상의 축제 사람들은 모두 환장했지
흥겨운 Rock&Roll 리듬 정신없이 춤을 추었지
Jerry Jerry Go Go Rock&Roll Go Go
불타는 피아노 너만이 할 수 있어
Jerry Jerry Go Go Rock&Roll Go Go
불타는 피아노 너만이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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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ry Jerry Go Go Rock&Roll Go Go
불타는 피아노 너만이 할 수 있어
Jerry Jerry Go Go Rock&Roll Go Go
불타는 피아노 너만이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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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노래는 영원한거야
그래 노래는 영원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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