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에 담긴 겨우 요만큼의 흙 속에서, 신선한 공기는 문득 문득 들이마실 수 있을 뿐이었는데, 두꺼운 유리창을 통해야만 쬐는 햇살 가지고도 착실히 애쓰고 무던히 용 써서 결국 이리 노오랗게 익어주었구나! 널 볼 때마다 어찌나 기특하고 신통했는지 모른단다. 그동안 네 잎사귀를 차분 차분 만지던 손은 말 못하는 네가 목이 마른지 아닌지를 감지하는 것이었지, 네 열매에 살며시 대보는 손은 마치 어릴 적 기르던, 코가 분홍색인 착한 백구가 낳은 새끼 강아지에게 천천히 손끝을 내밀어보던 그런 것이야. 손을 모아쥐곤 잠자는 새끼 강아지를 들여다보며 속으로 와아- 하던 어린 나를, 잠자코 꼬리 치며 지켜보던 그 백구의 선량한 눈과 웃는 입. 너에게도 얼굴이 있었다면, 이 소중하고 앙증맞은 노랑이 완전히 동그랗게 나오도록끔 수차례씩이나 찰칵거리던 나를 보면서 같은 눈과 입을 하고 있었겠지. 그래, 이건 너와 나 둘다에게ㅡ 정말이지 황홀한 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