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될 거예요 8
돌이켜 생각해 보면 시험관 1차를 실패했을 때 병원을 바꿨어야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그때의 가장 좋은 선택을 했던 것이니 이제 와서 후회하는 마음은 없다.
시험관 1차 실패를 하고 병원 일정에 맞춰 바로 2차를 들어갔다. 난자 채취 때 동결배아 1개가 있었던 터라 동결 이식을 할까 고민했지만 한 개만 이식하고 싶지는 않았다. 쌍둥이를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성공 확률을 높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이가 많긴 하지만 난저는 아니었으니 배아를 많이 만들어놓고 싶었다. 그렇게 신선 2차를 시작했다. 2023년 4월이었다.
신선 이식을 앞둔 전 날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이식일자를 이틀 늦춘다는 말이었다. 이는 3일 배양이 아니라 5일 배양 배아를 이식한다는 말이었고, 튼튼하고 건강한 배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설렜다.
이식 후 역시 지난한 열흘을 보냈다. 그 열흘동안 무수히 많은 생각을 했다. 0.1이라는 결과만 네 번, 내 자궁은 아이를 품을 수 있는 걸까? 쓸데없는 생각이 가득했고, 이번에 실패하면 전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전원할 병원과 담당 선생님들도 알아보고 전화 예약도 해 놓았다.
열흘이 지나 1차 피검을 했고, 결과는 25가 나왔다. 사실 임신 성공이라고 보기는 매우 어려운 수치였으나 0.1의 결과만 네 번 받았던 나에게 25라는 수치는 감격과도 같았다. 어쨌든 내가 아이를 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그리고 이 25라는 수치는 내가 한번 더 전원을 하지 않고 시도를 하게 하는 큰 이유가 되었다.
1차 피검 25라는 결과를 받았던 신선 2차는 화유로 종결하게 되었다. 2차 피검 이후 계속 피가 묻어났고 일주일 뒤 초음파에서 아기집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였기에 눈물도 나지 않았다. 다음번엔 잘 될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던 차수였다.
신선 2차 화유 종결 후 나에게 남은 건 냉동배아 하나였다. 배아를 갖고 전원을 할지 고민이 많이 됐다. 그런데 삼세번은 해보자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신선 2차 때 화유되긴 했지만 어쨌든 가능성이라도 봤으니까. 그리고 지금 담당 선생님이랑 인공수정 3회를 하고 시험관 2회를 했으니 시험관 한 번만 더 해보고 전원을 해도 하자는 생각으로 굳어졌다. 배아를 갖고 전원을 하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다.
별 기대는 없었지만 나의 첫 냉동배아 이식(시험관 3차)도 0.1이라는 가차 없는 결과로 종결되었고, 나는 점점 지쳐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