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되었습니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은지 어느덧 3년이 흘렀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코로나가 사라진 것도 옛날이야기가 된 지금, 어영부영 살아왔던 그간의 삶으로 여차 저차하다가 저는 백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와서 이런 변명을 하는 것도 구시대적인 클리셰 같지만 코로나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겠지요. 조금 운이 좋아서 어설픈 실력으로나마 사진으로 생활을 했던 것도 잠시, 코로나에 취약했던 직업이기에 저는 자연스레 다른 일을 찾을 수밖에 없었죠.
또 운이 좋았던 걸까요? 비대면 사업이 유행하던 시기에 기회를 잡았던 친구 덕분에 저도 덩달아 쇼핑몰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재미와 첫 매출의 기쁨, 내가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달콤했습니다. 남들처럼 크게 벌진 못했지만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 매달 돈이 들어왔습니다. 특별히 무엇을 더 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왔어요. 개꿀이었죠.
영원한 것은 없지만 저는 이런 삶이 영원할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매일 출근하는 사람들, 정해진 시간, 같은 장소에 속박되어 일하는 사람들을 (속으로) 비웃었습니다. 노동의 가치를 폄하했고, 내가 하는 일이 최고인 양 떠들고 다녔어요. 어리석었죠.
매출이 좋을 땐 그게 정답인 줄 알았습니다. 제가 옳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매출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저는 제 자신을 증명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매출 상승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했습니다. 새로운 상품을 소싱하고, 마케팅을 공부하고, 매일 끊임없이 고군분투하여 다시 매출을 회복해야 했습니다.
저는 생존의 문제보다 제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제가 떠들던 것들이 옳다는 것을 남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했어요.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저는 증명을 하는 대신, 주변의 것들을 탓하는 것으로 저를 변호했습니다.
나태함과 게으름에 빠져 자신을 숨기기에 바빴습니다. 매출이 떨어지면 그 제품이 팔리고 있는 플랫폼을 탓했습니다. 사지 않는 소비자를 탓했습니다. 소비를 위축시킨 정부를 탓했습니다. 남 탓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속 시원하게 배설하고 나면 게으름과 나태함이 용서되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잠시뿐이지만요.
시간이 흘러 그 경거망동한 행동의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작년 말부터 회복될 수 없는 매출로 바닥을 찍었고, 제가 운영하는 마켓은 더 이상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저 자신이었습니다. 더는 쇼핑몰을 회복할 마음도 열정도 없어졌거든요.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당연히 그래야겠죠. 노트를 펼쳐 지난날의 저를 반성하는 글을 썼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한 글자 한 글자 돌아보며 적었습니다. 저의 현재 상황과 문제점들, 개선점들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래서 글을 쓰는구나.라는 깨달음이 오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백수입니다만, 글을 쓰면서 다시 시작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