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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mini Mar 03. 2024

2월의 책

위대한 개츠비는 3월의 책으로


자기만의

- 버지니아 울프


  이 책의 이름이야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읽을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친정집 근처 카페에서 라떼를 사다가 (맛있는 라떼를 찾아서) 책에 대한 소개를 읽었다. 정확히는 어떤 사람의 읽은 후 감상이었는데 그게 마음을 끌었다. 마침 전자책으로도 있어서 2월의 책으로 읽기 시작했다.




"잔인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또 슬픈 얘기지만, 시적 천재성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똑같이 마음 가는 대로 깃든다는 이론은 엄밀히 말하면 거의 진실이 아니다."



그리고 여자들은, 단지 200년 간이 아니라 인류의 시작부터 늘 가난했습니다. 여자들은 아테네 노예의 아들보다도 못한 지적 자유를 누렸습니다.



그 천재적 작품이 순전히 통째로 작가의 마음에서 나왔을 것이란 공산엔 모든 정황들이 반기를 듭니다. 대개는 물질적 환경이 그에 반反합니다. 개들이 짖겠죠. 사람들이 방해하겠죠. 돈을 반드시 벌어야 하고요. 건강이 나빠지겠죠. 게다가 이 모든 어려움들을 가속화시키고 더 참기 힘들게 만드는 건 세상의 악명 높은 무관심입니다. 세상은 사람들한테 시를 소설을 역사책을 쓰라고 부탁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마치 버지니아 울프의 강연을 책으로 쓴 것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작가가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자들을 앞에 앉혀놓고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이지만 사실 500 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한다. 표현하기는 ”자기만의 방“이라고 하는 것이 멋지지만, 500 파운드까지 제목에 들어갔다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번에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러면 재미가 없었겠지.



  기존의 시각을 확 뒤집어 보는 버지니아 울프의 천재성에 감탄하며 읽었다. 마지막에 그녀가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오늘 밤 이 자리에 있지 않은 수많은 다른 여성들"이라고 했을 때 나는 그녀를 향해 박수를 치고 환호하고 있었다. 페미니즘의 근간이 되는 책이라지만 사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일으키는 무수한 분열과는 달랐다. 그건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사회 속의 모든 인간에게  하는 말 같았다.




제가 마음속을 샅샅이 뒤져 찾은 건 남성과 동료의식을 갖고 동등해져 세상의 더 높은 발전에 영향을 행사하라는 그런 고상한 문장들이 절대 아닙니다. 저는 다른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간략하고 무미건조하게 말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녀는 동등해지라고 말하지 않았다. 자기 자신이 되라고 했다. 사실 울프의 500 파운드는 생계를 위해 그침 없이 해야 하는 벌이의 무게를 덜어준 것인데, 작금의 현실에서 일하지 않고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긴 하다. 그럼에도 「자기 자신이 돼라」는 말은 지금 우리 삶에도 묘한 울림을 준다. 왜 나는 내가 되어야 할까? 나라는 것이 있긴 한가? 나는 원래 무엇이었고 어떤 성격이었길래? 그런데, 누가 나보고 「네가 되어선 안 돼」라고 말한 적이 있었나? 뇌가 또 공회전을 하는 것 같으니 멈춰야겠다.



24. 0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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