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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e Park Mar 01. 2019

사랑하는 업을 가지기까지

다노 마케터, 이승희 인터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 살 수 있을까. 작년 한 해를 고되게 보내며 생긴 해결되지 않는 오랜 질문이었다. 애정하는 것들을 콘텐츠로 풀어 소개하는 일, 한마디로 에디터를 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이 길은 좁디좁았다. 올라오는 채용공고를 보면 경력직일뿐더러 신입이어도 뽑는 인원은 1~2명. 요구하는 서류들도 꽤 많았다. 이력서 및 자소서에 포트폴리오, 사전 과제까지. 나는 그저 브랜드와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나만의 무언가를 보여줘야 했다. 꾸준한 기록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증명해내야 했다. 그 과정이 어려웠던 건 아니다. 다만, 이 과정을 누군가가 알아봐 줄지, 나는 출구도 없는 깜깜한 길을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 두려웠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업을 일궈낸 선배를 찾고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에 만난 인터뷰이도 그렇게 만났다. 바로, 스타트업 다노 마케터 이승희. 에디터는 아니지만, 이 사람이 자신의 업을 찾아 생기 있게 일하는 모습이 SNS에서 고스란히 느껴져 무작정 연락했다. 그녀가 사랑하는 업을 가지기까지 어떤 과정을 지나왔을까. 그녀 역시 나와 다르지 않았다. 무수한 의심과 고민을 하며 선택한 길이었다. 켜켜이 쌓아온 시간들이 있었기에 분명 ‘일하는 행복’이 누구보다 더 진하게 느껴지겠다고 생각했다.




이승희 다노 마케터, 27세



승희님 인스타그램을 보면 업을 사랑하고 다노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느껴져요. 생기 있는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된다고나 할까요. 심지어 프로필 메시지도 ‘일하는 행복’이에요.

감사하게도 제 주변 사람들도 행복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해줬어요. 실제로도 일하면서 되게 행복해요. 일하는 행복에는 여러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업무가 잘 맞아서 느끼는 행복, 동료들이 좋아서 느끼는 행복도 있고. 그래도 가장 좋은 건 제 일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가치 있다고 느끼는 일을 하면서 동료와 고객을 돕고 있어요. 제 쓰임을 온전히 한다고 느끼니 행복하죠.


일하면서 행복을 느낀다라… 다노와 자신의 일을 엄청 좋아한다는 거잖아요.

사실, 마케터로 일하기 전부터 다노라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어요. 스타트업 채용 행사에서 알게 됐는데, 구성원들이 모두 생기 있어 보이는 거예요. 다노의 비전과 미션도 듣게 되니, 일하는 이유가 명확한 곳이었어요. 사람들이 건강한 습관을 쌓아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펼쳐낼 수 있게 돕는 스타트업이었죠. 제가 여러 번 다이어트를 거치며 건강한 마인드와 방법을 알려주는 곳에 관심이 있다 보니 다노에도 눈을 돌리게 됐어요. 그래서 다노 서비스나 실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은 어떤지 궁금해서 꾸준히 지켜봤어요.


그럼 마케팅은 어떻게 시작하신 건가요? 전공과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들었어요.  

맞아요. 마케팅을 짧게 경험할 수 있는 대외 활동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제가 했던 일이 마케팅에 해당된다는 것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책을 쓴 저자를 모시고 진행하는 토크쇼를 기획하고 홍보했는데요. 쇼를 알리기 위해 카드뉴스를 만드는 일이 재밌었어요. 토크쇼가 가진 본질을 분석하고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로 전달할 건지 훈련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도록 카피를 다듬는 일부터 글의 짜임새를 만드는 일까지 콘텐츠 기획을 해본 셈이죠. 기획의 순서도 모르고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하지?’라는 질문 하나만 가지고 덤볐어요. 시간이 흐르고 제가 했던 일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 비슷하다는 걸 알았죠. 그때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시작하게 된 3달간 스타트업 인턴 생활은 어땠나요?

마케팅을 가볍게 경험한 시기 같아요. 저는 콘텐츠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는데요. 회사에서 운영 중인 서비스나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내부 웹사이트에 있는 콘텐츠를 재편집하거나 정보성 콘텐츠를 새로 제작해서 SNS에 업로드하는 일을 했어요. 어쩔 때는 전혀 터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는데 반응이 좋아 콘텐츠가 자연스레 확산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가 만든 콘텐츠에 다수가 반응한다는 게 신기했죠.


그런데, 이후 커리어는 마케팅이 아니라 교육업이었어요. 의외인데요.  

사실, 교육업에도 관심이 있었어요. 우리나라 교육을 바꿔보고 싶었거든요. 내가 누구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답만 고르는 교육이 싫었어요. 그러던 중,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도록 돕는 교육 스타트업을 발견했고, 교육 기획 팀장님과 함께 일할 신입 멤버를 뽑고 있었어요. 회사의 비전도 좋고, 팀장님 밑에서 배우면서 일할 수 있겠다 생각했죠. 그때는 제가 하는 일이 회사의 비전에 도움을 주는 일이라면 마케팅이 아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입사한 지 한 달 만에 교육 기획 팀장님이 퇴사를 하면서 체계가 무너졌고 생각했던 업무를 하기 어려워졌어요. 그렇다고 홀로 업무의 방향을 잡고 주도적으로 펼쳐나가기도 어려웠죠. 그러다 보니, 관심 있었던 교육 기획보다 운영 업무를 주로 하게 됐는데요. 그보다는 마케팅 업무에 자꾸만 관심이 가고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고 회사에도 도움이 되는 직무로 바꿔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퇴사를 행동으로 옮기려니 두렵더라구요. 제가 먼저 나가겠다고 선택하는 건 굉장한 책임을 지는 거니까요.


그런데 승희님은 과감하게 퇴사를 선택했네요?

아뇨.(웃음) 오히려 더 깐깐하게 따지고 퇴사를 결정했어요. 얼마 전에 짐을 정리하며 두꺼운 기록 뭉텅이를 발견했는데요.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쌓은 사람들의 글을 몽땅 찾아 프린트한 기록이었어요. 한 30 여개 즈음됐는데, 그냥 넘겨 읽은 게 아니라 밑줄 그은 흔적이 가득하더라구요.


다시 스타트업을 택할 수 있을지 신중히 판단하고 싶었어요. 여길 떠난다면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라도 잡고 싶었던 거죠.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없으니, 글 속에 담긴 경험담과 조언 하나하나가 소중했고 너무 간절했어요. 정리해보니 스타트업에 가고 마는 걸 단순히 결정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스타트업에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했죠. 그래서 마케팅 쪽으로 이직을 결심했어요. 필요한 조건에 맞는 스타트업이 없다면 다른 조건에 부합하는 대기업에 지원할 생각이었어요.


모 아니면 도네요.(웃음) 조건에 맞는 스타트업이라니, 깐깐하게 따진 만큼 리스트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스타트업을 택한다면 그만큼 까다롭게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기업보다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잖아요. 포기한 게 아깝지 않을 정도로 제가 원하는 곳인지 살피게 되더라구요. 고려했던 조건은 상당히 많았어요. 첫 번째는 마케팅 업무를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일 자체가 어려워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곳이라면 감당할 자신이 있었어요. 두 번째는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 즉 회사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가치가 뚜렷한 곳이었어요.저 또한 그 가치에 공감할 수 있어야 진심을 담아 마케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직원들도 미션대로 일하고자 노력하는지도 궁금했어요. 미션과 비전은 그럴싸하게 말할 수 있지만 서비스에 녹아들어야 ‘진짜’라고 생각하니까요. 마지막으로 본 건 조직문화예요. 사람을 중요시하는 분위기인지, 일하는 방식이 저와 맞을지 중요하게 봤어요.


제일 중요한 사항 하나가 빠졌네요. ‘마케팅 팀장님이 있는 곳에 가야겠다’가 이 모든 조건의 대전제였어요. 저는 아직 혼자 마케팅을 담당하며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거든요. 적어도 상의할 수 있는 동료나 사수가 한 명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곳을 보게 됐구요. 이제 보니 엄청 욕심쟁이네요.(웃음)   


이 조건을 모두 확인한다구요? 이런 스타트업을 찾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찾기 쉽지 않죠. 사실 가고 싶은 스타트업은 다노뿐이었어요. 채용행사에서 본 다노의 기분 좋은 에너지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다방면으로 다노가 제가 생각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해보려고 노력했어요. 우선 다노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나 제품을 사용해봤는데 긍정적으로 느껴졌어요. 조직은 어떤지 궁금해져서, 회사 리뷰나 조직도도 살피고 다노 구성원의 SNS도 찾아서 게시물도 하나하나 읽어봤어요.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건 대표님 SNS에서 발견한 게시물이에요. 떠나는 직원이 쓴 편지를 찍어 올린 포스팅이었는데요. 다노에서 일한 건 행복이었고 영원한 다노 구성원으로 남고 싶다는 편지였어요. 이걸 보고 지원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상당히 치밀하게 알아봤어요. 다노를 알아볼수록 대기업 공채 준비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대신, 마케팅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저만 눈을 높이면 안되잖아요. (웃음)


그러다가 다노 마케팅 파트타임에 지원하게 된 거예요? 취업할 시기에 아르바이트를 택하다니 조금 다른 선택을 했어요.

사실 파트타임 이전에 다노 마케터 채용공고가 올라왔었어요. 마케팅 공부를 막 시작할 때라, 자신은 없었지만, 나중에 아쉬울 것 같아 지원했어요. 서류에 실무 과제가 있었는데 통과하지 못했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마케팅팀 아르바이트 공고가 올라온 거 있죠! 제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도 되고 저도 다노가 어떤 곳인지 파악할 수 있으니까 지원했어요. 한마디로, 다노를 탐색하려고 들어간 거죠. 다른 사람들은 제 나이와 스펙에는 인턴도 아까우니 지원하지 말라고 했는데 사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오히려 다노의 마케팅을 가까이 접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아쉽거나 부끄럽지 않았어요. 


일석이조네요. 일하면서 원하는 조건을 확인할 수 있게 됐어요.

맞아요. ‘다닐수록 일하고 싶은 곳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무에 깊이 관여할 수는 없어 꼼꼼하게 확인할 수는 없어도 일하는 분위기나 사람들의 태도를 보면 느껴지는 게 있잖아요. 단기적으로 매출을 높이기 위해 과장되는 말을 쓰기보다는 다노만의 원칙을 지키면서 상품을 기획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고객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다노만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제 업무도 팀장님이 신경 써주시는 게 느껴졌어요. 제가 하는 일이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 알려주시거나 업무량은 적절한지 확인하시기도 하고요. 더욱 든든하게 느껴졌죠.  


승희님도 다노가 마음에 들었지만, 다노도 승희님이 마음에 들었나 봐요. 이제는 정식 다노 마케터가 됐어요.

네, 감사하게도 마케팅 팀장님께서 제가 가진 장점을 많이 알아봐주셨어요. 평소 제가 일할 때  이 업무는 왜 필요한지,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물어보면서 일했거든요. 그런 성향을 팀장님이 좋게 봐주신 덕분에, 마케터를 곧 채용할 계획이니 정식으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셨어요. 단순히 파트타임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하지는 않았어요. 예를 들자면, 제 업무는 고객 리뷰 모니터링인데, 베스트 리뷰만 뽑으면 끝나는 일이거든요.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분명 마케팅에 도움이 될만한 리뷰나 CS 응대가 필요한 리뷰가 있어요. 그런 걸 발견해서 공유했죠. 이외에도 마케팅에 관심이 많고 대화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치고 싶어서 마케팅을 공부하며 남긴 기록을 동료들에게 공유하기도 했어요.


파트타임으로 일한다는 게 한편으론 부담도 됐어요. 다시 지원할 생각을 갖고 있는 곳인데 사람들의 기대보다 못 미치면 좋을 게 없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보다 주어지는 일들을 목적에 맞게 끝내는데 집중했어요. 사소한 거 하나하나 신경 쓴 걸 예쁘게 봐주셨죠.


첫 출근이 너무 설렜을 것 같아요.  

실감이 안 났어요. 설레서 그런 게 아니라, 어제 갔던 회사를 다음날도 똑같이 가는 거니까요. (웃음)
다만, 저에게 소중한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요. 제 일을 통해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제게는 첫 발돋움이었던 거죠.  

 

벌써 마케터로 일한 지 일곱 달이나 됐어요. 마케터로 일하니까 어때요?

정말 흥미로워요.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실행해보는 게 저랑 잘 맞거든요.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 힘에 부치기도 하는데 그래도 이 일을 오래 해나가고 싶다는 확신이 들어요. 오래 행복하게 일하기 위해서 제 실력을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만이 가진 뾰족한 실력이 회사에도 도움이 되어야 기분 좋게 일할 수 있겠죠?


승희님은 결국 자신에게 결국 맞는 업을 찾았고 달려나가는 중이잖아요. 그 업을 찾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팁이나 노하우가 있을까요?

하나.  관심이 조금이라도 가는 일이 있다면, 뛰어들어 보세요. 그러다 공부해보고 싶은 분야가 생기면 더 파고들어보길 추천해요. 그래야 스스로에게 맞는 일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둘.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 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행복하게 일하는 데 필요한 환경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찾기 위해 다양하게 탐색해보세요. 인맥을 활용해보거나 SNS로도 충분히 검색할 수 있어요. 저는 태그 검색뿐 아니라,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유심히 보며 정보를 찾기도 했답니다.    
셋.  이미 원하는 게 있다면 기회를 발견하거나 직접 만들어보세요. 당장 기회를 얻지는 못하더라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어요. 저는 그 시간 동안 부족한 부분을 알게 되고 채울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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