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야기
소비패턴까지 바꿔버리는
<매거진B>의 임팩트
전쟁같이 치열한 시장 속에서
진정한 '나다움'으로 승부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이 브랜드의 이야기를
당신께 꼭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요즘은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시대다. 와이파이만 연결되어 있으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어떤 콘텐츠든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래서, 출판사나 서점은 책과 독자와의 접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매번 난감해 한다. 잡지 시장은 더 가혹하다. 8~90년대에는 잡지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지만, 지금은 트렌드에 더욱 예민해진 탓에 많은 과월호가 재고로 쌓여있다. 6000여 종의 잡지(2011년 기준)가 등록되어있지만, 수요는 자꾸만 줄어든다. 많은 매체가 모바일 형태의 웹진으로 갈아타고 있으며, 일부 유명 매체들은 명품 광고로 유지된다.
그런데도, 광고 없이 오직 종이책으로만 7년째 매 이슈를 발행하는 곳이 있다. 바로 <매거진 B>(이하 <B>). 브랜드를 소개하는 잡지 <B>는 지금까지 64번째 이슈를 제작해왔다. 이제는 글로벌 독자의 마음마저 사로잡아 해외 판매량이 국내 판매량(한국어, 영어 각 1만 부)보다 많다고 예상한다고.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B>가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B>는 매월 한 권씩 나오는 잡지(매해 10권의 이슈 제작, 그중 2권은 합본 호로 제작)로, 한 권의 잡지에 하나의 브랜드만을 다룬다. 실제로 훑어보면 단행본 같은 느낌도 든다. 일반 잡지와는 다르게 광고나 유명 연예인 화보, 가십거리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그들은 조금 다른 방식을 택했다. 그들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브랜드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너무 많은 정보가 흘러넘쳐 구별할 수 없는 시대에 <B>는 독자들이 깊이 보고 통찰할 수 있는 알짜배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래서 <B>는 별도의 광고나 후원 없이 닮고 싶은 브랜드를 취재했고 잡지에 풀어냈다. 그런 철학에 독자들도 공감했는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 권의 가격이 평균 12000원(매 이슈마다 변동이 있음)에 달하는데도, 독자들의 애정은 식을 줄 모른다. 모든 이슈를 모으는 애독자, 해당 이슈를 읽으며 브랜드를 공부하는 마케터 모임. 심지어, 자사 브랜드를 잘 풀어내자 신입사원에게 교육 지침서로 활용하는 회사의 사례 또한 볼 수 있었다.
<B>는 브랜드를 보는 시선도 남다르다. 그저, 유명한 브랜드만 찾지 않는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들이 지닌 가치와 철학을 고수하는 곳을 찾는다.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라도 좋다. ‘실용성’과 ‘아름다움’, ‘합당한 가격’ 그리고 ‘고유 철학’의 네 가지 요소가 균형을 이룬 브랜드를 찾아 나선다.
그래서, 스타 마케팅을 주도하는 나이키나 아디다스보다 ‘B급 감성을 지켜가는’ 뉴발란스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누구나 선망하는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보다는 ‘동네 분위기에 잘 녹아드는’ 인텔리젠시아를 택했다고 발행인 조수용 대표는 말한다. 실제로 모든 호를 살펴보면, 생소하게 여겨지는 브랜드도 꽤 있다. 한국 전통 증류법으로 만든 주류 ‘화요’, 낡은 건물을 개조해 만든 ‘ACE HOTEL’ , 아웃도어 스포츠용품’ THULE’ 등의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은 <B>만의 관점,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된다.
보는 시선만 남다른 게 아니다. 브랜드를 다루는 범위도 상당히 넓다. 흔히들 브랜드를 떠올리면 먹고 마시며 입는 제품을 말하나, <B>는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모든 브랜드를 다룬다. 사람들이 가는 서점, 호텔부터 주요 도시 그리고 서체나 색깔을 말하는 브랜드까지. 그야말로 사람들의 생활을 다룬다.
<B>만의 시선으로 브랜드를 풀어나가니, 시간이 지나도 그들이 말하는 메시지는 독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덕분에, 과월호가 매출의 40%를 넘어 65%까지 오르기도 했다. (2013년) 인기 있는 일부 과월호는 품절되어 중고 시장에서 구매해야 하는 사례가 빚어지기도 한다. 한 애독자는 희소성, 소유욕, 차별화 같은 마케팅 요소가 <B>를 자꾸만 구매하게 만드는 매력이라고 답했다.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처음 들어보는 단어다. 브랜드를 선정하는 기준도 남다른데, <B>가 내용을 풀어내는 형식도 마찬가지다. <B>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만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잡지에 녹여냈다.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접하고, 구매하고 사용하며 어떻게 느끼는지 총체적인 경험을 카메라로 찍듯, 잡지를 만드는 것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볼 때 원산지, 재료, 구매평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처럼, <B>도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다. 해당 브랜드를 오랫동안 사랑하고, 써본 사람들의 인터뷰, 사용 후기와 함께 사용하면 좋은 제품, 통계 지표, 만드는 과정, 창립 스토리까지 다양한 시선을 담고자 한다. 그래서, 정감이 가고 신뢰가 간다.
다큐멘터리 영상을 잡지에서 표현하기 위한 노력은 표지, 목차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해당 브랜드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를 표지로 선정하고 마지막 뒤표지는 다큐멘터리가 다 끝난 걸 표현하는 듯, 검정 화면에 자막처럼 브랜드를 소개한다. 목차도 이슈마다 다르다. 기본 목차 이외에, 해당 브랜드를 활용해 잘 보여줄 수 있는 코너를 변형해 기획한다. 이케아 편은 소비자가 가구를 직접 조립하며 팁을 소개하는데 소비자만의 목소리를 솔직하게 들을 수 있어서 신선했다. 이렇게 이슈마다, 어떤 차이가 있을지 분석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B>는 잡지뿐 아니라, 독자들이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포맷을 고민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B CAST>라는 이름으로 이제껏 취재한 브랜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잡지보다 쉽게 들을 수 있고 비하인드스토리, <B>만의 통찰이 더해져 잡지를 접하지 못한 사람들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독자들과 실제 취재한 에디터가 교류할 수 있는 브랜드 토크, 모든 이슈를 볼 수 있는 팝업 스토어나 전시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알리고 있다.
<B>를 오랫동안 지켜본 애독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패션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애독자, 전요한씨는 오랜 가치를 지닌 또 하나의 브랜드로 <B>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유학생활을 하며 수많은 잡지를 사고 소장해왔지만,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다 버리고 왔다고 말했다. 소장할 가치가 없었기 때문. 잡지를 샀을 당시에는 최신 트렌드를 담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촌스럽게 여겨지고, 창피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B>는 과월호와 최신호의 경계가 전혀 없다. 브랜드를 다룬 하나의 책이기에, 3년 전의 이슈라도 지난달의 이슈와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이러한 매력에 빠져, 그는 품절된 4권의 이슈를 제외하고 60권의 이슈를 전부 소장하고 있다.
또한 그는 브랜드를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B>덕분에 새롭게 브랜드를 경험하게 되기도 하고, 팬이 되기도 한다고. 최근에 그는 VANS 이슈를 보고 다시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15년 만에 구입했다. 전요한씨 뿐만이 아니다. 선물 혹은 수집 용도로 <B>를 다시 구매하는 애독자들을 SNS 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본질에 대한 접근, 새로운 관점. <B>의 임팩트는 독자의 소비 패턴까지 바꿔버렸던 것이다.
올 3월, <B>는 더 큰 임팩트를 위해 독자들과 오래 이야기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바로 ‘매거진B’ 전 권을 볼 수 있는 서점 ‘Still Books’ 오픈과 배달의 민족과 함께 푸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F’를 선보인다.
100호에는 <매거진B>가 브랜드 주인공으로 나와, 그들만의 이야기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한 조수용 대표. 부디 오래 살아남아, 100호의 탄생을 독자들과 함께 축하하며 널리 알리길 기대해 본다.
18.03.23 작성 by 에디터 빡지
[출처] 인터뷰 전문 잡지, [매거진B]를 인터뷰 하다.|작성자 인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