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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전기가 떨어진다면??

우주가 주는 선물, SBSP(Space-Based Solar Power)

by 미래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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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주도에서 한라산이 유난히 또렷하게 보이는 날이 있었다. 맑고 청명한 하늘 아래, 산의 능선이 유려하게 펼쳐졌고, 그 광경을 담은 사진은 그날의 감동을 고스란히 간직해 줄 것 같았다. 그런데 찍은 사진을 다시 보니, 풍경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전봇대와 송전선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자연의 곡선을 인위적으로 가르는 그 선들은, 우리가 전기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감수해 온 ‘불가피한 배경’이기도 했다.


그날 이후, 한 가지 상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 송전탑과 전봇대들이 모두 사라질 수는 없을까?”




이제는 말 그대로 '하늘에서 전기가 떨어지는' 시대가 조금씩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우주 태양광 발전(SBSP: Space-Based Solar Power), 즉 지구 밖 궤도에서 24시간 내내 태양광을 수집하고 이를 지구로 무선 전력 형태로 전송하는 기술이 실제로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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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Caltech)의 MAPLE 프로젝트는 소형 위성을 통해 우주에서 수집한 태양 에너지를 마이크로파 형태로 변환하고, 이를 지구로 송신하는 데 성공했다. 전력은 이제 전선만을 타고 흐르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송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증명된 것이다. 영국의 스타트업 Space Solar는 HARRIER라는 시스템을 통해 상업화를 준비 중이며, Robinhood의 공동 창업자가 만든 Aetherflux는 적외선 레이저를 활용한 송신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우주에서 전기를 수집해 무선으로 지구에 공급하겠다는 이 아이디어는 단지 기술적 실험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온 전력 인프라의 정의 자체를 다시 쓰는 움직임에 가깝다.

스크린샷 2025-05-21 오후 10.21.56.png 출처: Space Solar 홈페이지


만약 이런 기술이 실현된다면, 한라산의 능선을 가로지르던 송전선은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고산지대, 해안절벽, 숲 깊은 곳에까지 세워야 했던 수많은 철탑들은 자연의 일부처럼 자리를 차지해 왔지만, 사실은 우리가 만든 인프라의 흔적이었다. 전봇대가 사라진 도심, 송전탑이 걷힌 산자락, 그 자리를 되찾은 자연. 기술은 어쩌면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자연을 회복시키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예상 밖의 지역에서 먼저 시작될지도 모른다. 지금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의 오지에는 전기선 하나 들어가지 않은 마을이 수천 개다. 이런 곳에 굳이 수백 km의 송전선을 깔 필요 없이, 작은 수신 안테나 하나만 두면 우주에서 직접 전기를 받아 쓸 수 있다면? 전기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다는 약점은, 오히려 새로운 방식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마치 인도와 인도네시아, 중국 일부 지역이 유선 인터넷을 건너뛰고 바로 모바일 네트워크로 진입했던 것처럼, 전기 또한 유선 없이 무선으로 ‘점프’할 수 있는 미래가 열릴 수 있다.


더 상상력을 펼쳐보자.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가전제품이 더 이상 콘센트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지금은 대부분 Wi-Fi를 통해 인터넷을 사용하지만, 한때는 모든 기기를 유선 LAN 선에 연결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미래의 건물은 외부에 대형 전력 수신기를 두고, 내부에서는 전기를 무선으로 ‘라우팅’하는 시스템이 기본이 될 수 있다. 집 안의 모든 기기—노트북, 조명, TV, 심지어 스마트 침대까지—어디에도 꽂지 않고 실시간으로 전기를 공급받는다. 더 이상 ‘콘센트 옆자리를 찾아다니는 삶’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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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화는 자동차, 선박, 항공까지 확장된다. 지금의 전기차는 충전 인프라 부족과 긴 충전 시간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차량이 달리는 중에도 우주에서 전기를 수신할 수 있다면? 배터리는 작아지고, 충전소는 의미를 잃는다. 차량은 더 가벼워지고, 더 자유로워진다. 도심 속 전기차뿐 아니라, 장거리 화물 트럭, 전기 항공기, 드론, 선박까지—전력 수신이 가능한 모든 이동 수단의 판이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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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은 전기 요금을 매기는 방식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 지금은 사용 장소를 기준으로 과금이 이루어지지만, 미래에는 개인 ID 기반의 구독 방식이 일반화될지도 모른다. 한 사람이 쓰는 전기는 언제 어디서든 그 사람의 계정에 연결되어 있고, 사무실에서 쓰든 자동차에서 쓰든, 혹은 여행 중 숙소에서 쓰든 요금은 자동으로 개인 계정으로 청구된다. 전기는 ‘장소’를 따라다니는 시대에서 ‘사람’을 따라다니는 시대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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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미래의 상상 말고도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에 대한 걱정도 해소해 줄 수 있다. 바로 전기 먹는 하마, AI 데이터센터 문제다.

스크린샷 2025-05-21 오후 11.03.27.png 출처: https://shorturl.at/xX8Yh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기를 만들기에 최적의 환경인 우주로 AI 데이터센터를 올려보려는 시도를 몇몇 스타트업들이 실제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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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cloud(Lumen Orbit), Lonestar 같은 기업들은 AI 훈련에 필요한 막대한 연산을 지구가 아닌 우주에서 처리하려 한다. 우주는 24시간 내내 태양에 노출된 환경 덕분에 에너지원이 풍부하고, 진공이라는 특성상 별도의 냉각 인프라 없이도 열을 자연스럽게 배출할 수 있다. 지상에서 막대한 전기요금과 냉각장비로 골머리를 앓던 문제를, 우주에서는 훨씬 단순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이제 우주는 더 이상 관측 만의 대상이 아니다. 별을 바라보던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기술을 ‘운영’하는 실질적 장소가 된다. AI는 우주에서 자라고, 전기는 우주에서 흘러들고, 인류는 가장 복잡한 연산을 지구 밖에서 해결하기 시작한다. 기술이 땅 위에서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는 문제를 만났을 때, 그 해답은 어쩌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는 하늘에 있을지도 모른다.




블로그 작성 과정에서, Gemini 통해 조사한 자료를 참고로 남겨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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