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리 쉐프의 비빔밥과 문화 정체성
후반으로 갈수록 팀전이 많아지고 좀 루즈해지는 감이 있었는데, 이런 나를 단단히 옭아맨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에드워드 리(이균) 쉐프입니다.
최종 파이널 2인을 뽑기 위한 첫 번째 대결로 자신의 인생요리를 만들어야 했는데요.
에드워드 리 쉐프가 내놓은 요리는 바로 자기 자신을 꼭 닮은 비빔밥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에드워드 리는 안성재 쉐프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아 파이널 진출자로 선정되지 못했는데요. 서사와 빌드업에 미친 안성재 쉐프의 마음을 에드워드 리 쉐프의 비빔밥이 움직이지 못했던 이유는 이 비빔밥이 비빔-밥이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에드워드 쉐프의 비빔밥이 비빔밥인가 아닌가에 대한 제 생각을 적어보려 합니다...!
여기저기 사전을 뒤적여 나름대로 비빔밥이 비빔밥으로 정의되는 세 가지 요소(재료, 조리법, 먹는 법)를 정의해 봤습니다.
1. 재료: 밥+반찬. 흰밥에 여러 반찬을 섞음.
2. 조리법: 비빔. 섞음
3. 먹는 법: 한 그릇에 비벼서 각자 그릇에 나눠먹음
위와 같은 정의로 에드워드 리 셰프의 비빔밥을 정의 내려보자면, 재료만 동일하지 조리법과 먹는 법부터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빔밥 논란이 일어날만하다!! 하지만....
그가 나는 비빔인간입니다.라고 말했듯 재료만 같지 조리법과 먹는 법이 다른 이 비빔밥이 딱 그의 정체성을 말하는 것 같아 나는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 이 비빔밥을 비빔밥이라 인정하고 싶다.
비빔인간을 위 세 가지 정의로 재해석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재료: 그의 정체성. 한국인 그 잡채.
조리법: 한국의 방식으로 성장하지 않음 -> 미국에서 성장. 세계의 요리법을 배움(다문화)
먹는 법: 결과적으로, '어떻게 먹어야 돼?'. '비비지 않는데 비빔밥인가?' 어느 문화에도 속하지 못한 음식(인간)의 탄생
얼마나 혼돈하셨을까 이해가 돼요. 진짜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셰프가 된 그가 한국의 요리 프로그램에 참가할 이유가 뭐가 있었을까? 자신의 뿌리에 대한 그리움과 관심. 사랑. 그뿐이었을 것 같다.
그런 그의 마음에 화답하고 싶다. 당신은 한국인의 한 사람이라고!
이전에는 한 그릇에 비벼 나눠먹던 비빔밥 문화가 이제는 한국에서도 한 그릇 문화로 정착되고 있듯이, 세계는 다양성을 받아들이며 변하고 있다. 나는 에드워드 리 셰프가 세계화에 발맞춰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일 발걸음을 떼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이미 다문화를 일찍이 받아들인 미국에는 샐러드볼(slada bowl)과 멜팅팟(melting pot)이라는 문화 정체성의 융합을 표현하는 말이 있다.
먼저 멜팅팟이라는 개념이 샐러드 볼보다 먼저 시작되었는데, 여러 나라에서 이주해 온 다문화의 인종들이 하나의 동질 된 문화를 만든다는 개념이다.
인종의 용광로 또는 멜팅 팟 이론(영어: melting pot)은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섞여 하나의 동질 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는 주로 미국의 경우에 많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미국으로 수많은 이주민과 외국인들이 서로 모여 단일한 공통적 문화를 만들어가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것이다. <출처: 위키백과>
이런 멜팅팟 이론은 이제 샐러드 볼 문화로 대체되다시피 하는데, 세계적인 추세가 이민자 각자의 문화를 인정해 주며 공존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을 비롯한 세계는 다양한 문화들이 서로 섞여 조화를 이루되 각자의 문화를 보존하는 '샐러드 그릇' 이론에 더 가까운 정책을 펼치고 있다.
샐러드 볼 이론은 20세기 후반에 들어 세계화가 촉진되며 이전의 다문화주의 이론이었던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미국의 사회구조 이론 중 하나이며, 상대적으로 문화의 정체성을 최대한 유지하는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출처: 위키백과>
샐러드 볼과 멜팅팟. 그 사이에 비빔밥 이론을 두고 싶다. 샐러드볼보다는 매콤한 고추장으로 끈끈하게 엮인 사람들...! 멜팅 팟보다는 고슬고슬한 밥으로 살아있는 식감과 문화들....!
이제는 에드워드 리 셰프 같은 재미교포와 다양한 나라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을 더 넓은 포용의 마음으로 안아주면 어떨까?
너무 인상 깊게 본 흑백요리사! 요리에서 한 사람의 인생과 사회 문제를 엿볼 수 있다는 게 너무너무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에드워드리 셰프의 두부 지옥 코스요리와 마지막 떡볶이까지 리뷰해 볼게요.
오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