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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oje 주제 Nov 19. 2019

취향 일기 (2) A-ha! 이 노래! Take On

취향 따라 쓰고 그려요

주제의 취향 일기


(2) A-ha! 이 노래! Take On Me



따다다단단 딴딴 다다다다다 -


이렇게 쓰면 아무도 모르겠지만, 들으면 모두 무릎을 칠걸요. 대중문화를 사랑한다면 누구나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었을 그 노래, 밴드 A-ha의 Take On Me 입니다. 제목을 보고서 고개를 젓는 당신도 이 귀에 꽂히는 인트로를 듣고선 당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거예요.




한 번도 안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다(본인 피셜)는 센세이션 그 자체의 뮤비




이 노래를 맨 처음 들었던 순간을 기억해내려는 건 아마 불가능한, 아니 의미 없는 일일 겁니다. 워낙 많은 영화, 방송, 드라마에서 쓰인 노래이기 때문이에요. 제가 이 노래의 제목을 알게 된 건 사실 아주 최근의 일입니다. 지난 8월 즈음 한 예능을 보고 있었는데 이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예능 한 편엔 꽤 많은 노래들이 삽입되는 게 보통인데, 가끔 아는 노래라면 유난히 탁 튀게 들릴 때가 있죠. 이 노래가 그랬습니다.



어? 이 노래 나 아는데? 어디서 들었더라?



한참 동안 기억을 더듬다가 드디어 떠올렸습니다. 다섯 번도 더 본 제 인생영화 ‘라라랜드’에서 나온 음악이란 걸요! (조만간 라라랜드에 대한 글도 써야겠죠.) 정확히 겨울에서 봄(spring)으로의 장면 전환에서, 미아와 셉이 우연히 재회할 때 셉의 밴드가 연주하던 노래가 바로 이 노래였습니다. 신나고 경쾌한 신디음이 기억에 남았는데 왜 여태 노래 제목을 찾아볼 생각은 안 했을까 하고 그제야 이를 플레이리스트에 넣었습니다.



계절 순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라라랜드, 이때 흐르는 노래가 바로 Take On Me.


무료히 파티를 즐기던 중, 셉을 발견하는 미아!


하기 싫은 티(정통 재즈를 하고 싶은 셉에게 밴드 백업 키보드란 창피한 일이다) 팍팍 내면서 연주하는 셉


셉도 뒤늦게 미아를 발견!


미아의 '어이 당신 저번에 나 개무시했었지?' 하는 표정




1985년도 노래인 Take On Me는 노르웨이의 삼인조 밴드 A-ha의 노래로 노르웨이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특히 이 노래는 뮤직비디오로 매우매우x100 유명하단 걸, 우연히 유튜브 검색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여주인공이 만화책 속 남주인공의 손짓에 이끌려 그림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사랑을 나누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처음 이 뮤비를 보고서 저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80년대 작품임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힙했으니까요!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역사상 가장 뛰어난 뮤직비디오를 뽑으라면 늘 순위권에 랭크된다고 합니다.

뮤비에 사용된 기법은 ‘로토스코프’라고 합니다. 사람의 움직임을 카메라로 찍은 후 이를 한 프레임씩 애니메이션으로 옮겨 그리는 것이라네요. 역시 마스터피스엔 여러 사람의 수고로움이 깃드는 법! 



만화책 남주에게 갑자기 유혹당한 썰.jpg


손을 잡고 만화 세상으로 들어가는 여주!



찾아보니 ‘데드풀 2’에 2017년 발매된 이 노래의 어쿠스틱 버전이 삽입되었었군요. 바로 데드풀이 상상 속에서 죽은 여친을 마주치곤 다가가려 하지만 투명한 벽에 가로막혔을 때 흘러나오던 노래입니다. 또 흥미로운 건 ‘레디 플레이어 원’의 예고편에도 등장했는데 정작 본편엔 나오지 않아 아쉬움을 샀다고 합니다. 대신 영화 속 핵심 인물 제임스 할리데이의 가장 좋아하는 뮤직비디오가 Take On Me였다는 언급으로 간접 등장했다고 하네요. 영화에선 실제로 뮤비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대중문화 덕후 스티븐 스필버그가 심은 무수히 많은 이스터에그들 중 하나라고 팬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 가장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 광고로 공개한 영상 때문에 다시 화제가 됐습니다. Take On Me와 유사한 형식, 즉 로토스코프 기법을 사용한 영상인데요, 많은 이들이 곧장 이 뮤비가 연상된다며 항의했습니다. 그림체 등을 봤을 때 유사성이 없다곤 볼 수 없지만 사실 로토스코프 기법의 영상이 이 뮤비 하나뿐인 것도 아닌데, 유난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만큼 이 뮤비의 영향력이 어마무시하단 의미겠죠.



밴드 A-ha의 멤버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불쾌감을 표했다고.




80년대에 나온 노래와 뮤비가 2019년의 영상에까지 소환될 정도로 화자 되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문득 몇십 년의 세월을 넘어서도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는 작품을 만든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저는 뮤비 자체엔 큰 관심은 없지만 뮤직비디오 감독인 제 친구(Y, 96년생)는 이 뮤비를 최애 작품 중 하나로 꼽기도 하더군요. 과연 세대를 뛰어넘는 마스터피스!



겨울과 아주 어울리는 노래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일 출근길에 이 노래를 들어보시는 게 어떠세요. 왠지 새로운 만남이 기다릴 것만 같은 기대감을 증폭시켜주는 데엔 이만한 노래가 없다고 봅니다. 아하! 이 노래! 하며 경쾌한 신디음을 따라 흥얼대다 보면 평범한 하루도 조금은 특별해 보이기 시작할 지도요. 아마 그것이 이 노래의 마력과도 같은 롱런 비법이겠죠? (191118)




* 유튜브 A-ha 채널의 오피셜 뮤직비디오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djV11Xbc914


* 더 관심이 생긴다면, 유튜브에 'take on me 라라랜드', 'take on me 데드풀', 'take on me 레디 플레이어 원'을 검색해 보길 추천. 금손 팬들이 이미 편집해놓은 영상들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레디 플레이어 원' 속 장면과 뮤비 장면을 비교해놓은 이스터에그 추측 영상은 필감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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