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따라 쓰고 그려요
따다다단단 딴딴 다다다다다 -
이렇게 쓰면 아무도 모르겠지만, 들으면 모두 무릎을 칠걸요. 대중문화를 사랑한다면 누구나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었을 그 노래, 밴드 A-ha의 Take On Me 입니다. 제목을 보고서 고개를 젓는 당신도 이 귀에 꽂히는 인트로를 듣고선 당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거예요.
이 노래를 맨 처음 들었던 순간을 기억해내려는 건 아마 불가능한, 아니 의미 없는 일일 겁니다. 워낙 많은 영화, 방송, 드라마에서 쓰인 노래이기 때문이에요. 제가 이 노래의 제목을 알게 된 건 사실 아주 최근의 일입니다. 지난 8월 즈음 한 예능을 보고 있었는데 이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예능 한 편엔 꽤 많은 노래들이 삽입되는 게 보통인데, 가끔 아는 노래라면 유난히 탁 튀게 들릴 때가 있죠. 이 노래가 그랬습니다.
어? 이 노래 나 아는데? 어디서 들었더라?
한참 동안 기억을 더듬다가 드디어 떠올렸습니다. 다섯 번도 더 본 제 인생영화 ‘라라랜드’에서 나온 음악이란 걸요! (조만간 라라랜드에 대한 글도 써야겠죠.) 정확히 겨울에서 봄(spring)으로의 장면 전환에서, 미아와 셉이 우연히 재회할 때 셉의 밴드가 연주하던 노래가 바로 이 노래였습니다. 신나고 경쾌한 신디음이 기억에 남았는데 왜 여태 노래 제목을 찾아볼 생각은 안 했을까 하고 그제야 이를 플레이리스트에 넣었습니다.
1985년도 노래인 Take On Me는 노르웨이의 삼인조 밴드 A-ha의 노래로 노르웨이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특히 이 노래는 뮤직비디오로 매우매우x100 유명하단 걸, 우연히 유튜브 검색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여주인공이 만화책 속 남주인공의 손짓에 이끌려 그림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사랑을 나누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처음 이 뮤비를 보고서 저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80년대 작품임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힙했으니까요!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역사상 가장 뛰어난 뮤직비디오를 뽑으라면 늘 순위권에 랭크된다고 합니다.
뮤비에 사용된 기법은 ‘로토스코프’라고 합니다. 사람의 움직임을 카메라로 찍은 후 이를 한 프레임씩 애니메이션으로 옮겨 그리는 것이라네요. 역시 마스터피스엔 여러 사람의 수고로움이 깃드는 법!
찾아보니 ‘데드풀 2’에 2017년 발매된 이 노래의 어쿠스틱 버전이 삽입되었었군요. 바로 데드풀이 상상 속에서 죽은 여친을 마주치곤 다가가려 하지만 투명한 벽에 가로막혔을 때 흘러나오던 노래입니다. 또 흥미로운 건 ‘레디 플레이어 원’의 예고편에도 등장했는데 정작 본편엔 나오지 않아 아쉬움을 샀다고 합니다. 대신 영화 속 핵심 인물 제임스 할리데이의 가장 좋아하는 뮤직비디오가 Take On Me였다는 언급으로 간접 등장했다고 하네요. 영화에선 실제로 뮤비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대중문화 덕후 스티븐 스필버그가 심은 무수히 많은 이스터에그들 중 하나라고 팬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 가장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 광고로 공개한 영상 때문에 다시 화제가 됐습니다. Take On Me와 유사한 형식, 즉 로토스코프 기법을 사용한 영상인데요, 많은 이들이 곧장 이 뮤비가 연상된다며 항의했습니다. 그림체 등을 봤을 때 유사성이 없다곤 볼 수 없지만 사실 로토스코프 기법의 영상이 이 뮤비 하나뿐인 것도 아닌데, 유난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만큼 이 뮤비의 영향력이 어마무시하단 의미겠죠.
80년대에 나온 노래와 뮤비가 2019년의 영상에까지 소환될 정도로 화자 되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문득 몇십 년의 세월을 넘어서도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는 작품을 만든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저는 뮤비 자체엔 큰 관심은 없지만 뮤직비디오 감독인 제 친구(Y, 96년생)는 이 뮤비를 최애 작품 중 하나로 꼽기도 하더군요. 과연 세대를 뛰어넘는 마스터피스!
겨울과 아주 어울리는 노래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일 출근길에 이 노래를 들어보시는 게 어떠세요. 왠지 새로운 만남이 기다릴 것만 같은 기대감을 증폭시켜주는 데엔 이만한 노래가 없다고 봅니다. 아하! 이 노래! 하며 경쾌한 신디음을 따라 흥얼대다 보면 평범한 하루도 조금은 특별해 보이기 시작할 지도요. 아마 그것이 이 노래의 마력과도 같은 롱런 비법이겠죠? (191118)
* 유튜브 A-ha 채널의 오피셜 뮤직비디오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djV11Xbc914
* 더 관심이 생긴다면, 유튜브에 'take on me 라라랜드', 'take on me 데드풀', 'take on me 레디 플레이어 원'을 검색해 보길 추천. 금손 팬들이 이미 편집해놓은 영상들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레디 플레이어 원' 속 장면과 뮤비 장면을 비교해놓은 이스터에그 추측 영상은 필감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