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퀄리티가 가끔 일을 막는 사건에 대해
애플 퀄리티란 내가 정한 퀄리티의 기준이다. 만족스럽고 헤어나올 수 없는, 팬이 되는 퀄리티. 억지로 까 봐도 결국은 아이폰을 쓰게 된다던지, 벗어날 이유를 못 찾는다던지 하는 퀄리티를 말한다.
일할때도 애플 퀄리티로 하면 훌륭한 일이다. 내가 만드는 물건을 가장 좋은 장인정신이 깃든 물건으로 만들면 오랫동안 쓸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만족감이 있다. 나는 스러지지만, 영원불멸토록 남는 나의 아웃풋이라니, 멋지지 않는가?
그런데 가끔은 '애플 퀄리티'로 모든 일을 하려다가 발목을 잡는 경우가 생긴다. 내가 하는 일 중에 어떤 일은 공정의 중간에 있다. 최종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 내가 리드타임을 길게 가져가면 뒤에서 일이 밀린다. 하지만 나의 공정은 앞사람이 빠르게 해 주어야 하는 취합성 업무다.
앞사람은 애플 퀄리티로 일을 만들어 내고 싶어할 것이다. 흠결 없이. 그치만, 그러면 내 일이 밀린다. 앞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기 시작한다. 그럼 나는 퀄리티를 포기한다. 혹은 포기를 권한다. 그정도면 된 것 같은데, 우리가 시간이 더 중요한 일이고, 타협이 안 될까요?
앞사람의 입장에서 일을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일을 그렇게 했다가는 일이 되지를 않는다. 우리에겐 서비스 해야 되는 상품이 있고, 나가야 하는 일정이 있다. 그 일정 좀 안 지키면 어떠냐고? 담당자가 납기보다 중요한 일이 어딨나.
우리 일이 모든 게 애플 퀄리티로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일이 있다. 완벽하면 더 좋겠지만 모든 일이 완벽하면 우리가 일을 하고 있을 이유도 없다. (일을 안해도 될 만큼 완벽했을 거란 소리다.) 모든 선택은 포기를 종용한다. 혹시 다 가질 방법이 있다면 당신이 맞습니다. 한수 배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