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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1_출간임박

『어떤, 응원 : 새로운 일로 새 삶을 이어가는 인터뷰 에세이』

by 은작

* 이글은 내블로그에 6월 3일에 올렸다. 오늘 글을 올리기 전에 먼저 올려야 할 것 같아서 늦게 올린다.



임신했을 때 일이다.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는 데 한무리의 중학생들이 떠들면서 지나갔다. 코밑이 거뭇거뭇. 여드름이 가득한 얼굴. 갓 자격증을 딴 파란 클럽 미용사에서 단체로 자른 듯한 머리들. 인생에서 중학교 시절이 가장 '못난'시절이라더니, 진짜네... 란 생각을 하면서 그 아이들을 보는데, 갑자기 배 속 태아가 발길질을 했다. 그 찰나가 교차되는 순간. 누군가 김훈의 글을 읽고 느꼈다는 벼락(?) 같은 감정이 왔다. 신선했다. 깨달음이었다.

'아, 저 애들도 이렇게 세상에 왔구나!!'

얼핏 내가 보기에는 (다소... 많이... ) 못난 아이들이지만, 다들 이렇게 엄마 품에 고이 품어져서 있다가 세상에 어렵게 나왔구나.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 있다, 기고, 서고, 뜀박질을 배워 여기까지 왔구나. 그건 정말 새로운 '인류애'의 발견이었다. 벅찼다.


출간을 앞둔 지금, 나는 같은 감정을 느낀다. 도서관에서 서점에서 괜히 구석구석을 더 본다. 매대에 누워있지 않아도, 베스트셀러 예약 도서가 아니더라도 이 책들은 모두 누군가의 긴 시간이 응축되어서 나온 것이다. 나는 쉽게 이러쿵, 저러쿵 평가하지만 그냥 나오는 책은 없다. 작가가 혼자 만드는 것도 아니다. 많은 이들의 땀방울이 응집되어 나온 소중한 결과들이다.


*

책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만 2년이다. 11명의 인터뷰이를 만나고, 듣고, 풀고 그들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와 책과 영화 이야기를 엮어 인터뷰 에세이를 썼다. 출간 예정일은 6월 12일. 두근거리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탈고를 한 것이 1월. 그때는 '좀 괜찮은데?'라는 마음으로 편집자에게 보냈다. 그러나 한 달쯤 지나 (빨간 펜 범벅으로) 돌아온 원고(1교)를 보니, '이 책을 내도 될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그 사이 작가에서 독자가 되어 있었고, 구멍 난 논리나 이상한 문장들을 보며 한껏 쪼그라들었다. 힘들 땐 늘 그렇듯 책장에서 좋은 책을 꺼내 읽다, 더 괴로워졌다.

'아니, 이렇게 좋은 책이 많은데 나 따위가? 감히?'


그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 겨우 지금까지 왔다. 2교는 한 달. 3교는 3주. 이런 식으로 조금씩 주기가 짧아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문장을 고치니, 더 이상한 지경에 이르기까지 했다. 결국 문장은 흐린 눈으로 보고 교정교열만 했다. 7교였나... 8교였나.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이제 인쇄도 넘기고, 인터뷰해 주신 분들에게 미리 말도 드리면서 책을 기다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책 한 권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땀방울을. 고귀함을. 다정함을. 무엇보다 감사함을!


이 책으로 많은 것들이 변하거나 대단히 큰 무엇을 만들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에는 작은 응원이 되었으면 한다. 그런 마음으로 나는 출간을 기다린다.

이렇게 광고도 한다.


아름다운 표지는 김창순 작가님이 그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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