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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Kim Nov 04. 2019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 직업

데이터세(data tax)와 데이터 밸류에이터

 이 글에서 다루어 보고자 하는 것은, 앞선 '한국 정치, 지금 이 고민이 필요하다'의 연장선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데이터 세' 와 조금 연관된 사회 변화에 대한 단상 정도 되겠다.


 앤드류 양의 주장은 내게 정말 어마무시한 정신적 충격을 가져다 주었고, 수많은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자세한 내용은 앞선 글을 참고하자) 요약하자면,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 주는 비교할 수 없으리 만큼 어마어마한 자동화, 디지털화의 파장은 이미 수많은 실업자를 양산해 내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의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의 반향으로 제시될 수 있는 것이 데이터 생산자에 대한 반대 급부로서의 정부주도 지원금 제도, 앤드류 양이 말하는 UBI(Universal Basic Income)와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제원 마련의 가장 타당하고 합리적인 해법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데이터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데이터 세 가 될 것이라는 것이 나의 견해다.


 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장사하는 이커머스 회사나 온라인 검색 서비스 제공 회사, 포털 서비스 제공 회사 등에 있어서 이만큼 큰 타격을 주는 대외적 변화 요인이 있을까 싶을 만큼 중요한 사회적 변화 요인이 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참 당연한 일인데, 우리는 그 당연함을 잊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게 무엇이냐면, '생산자에 귀속 되는 반대급부', '노동에 따른 임금의 지불 혹은 수취', 즉, 노동임금에 대한 이야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화는 노동의 수단이 변화 되었다는 점이다.


 이 시대에 노동력이란 데이터 생산성을 의미한다.

  1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노동력이란게 밭을 가는 능력이었고, 2차 산업혁명에서는 기계를 다루는 능력, 3차 산업혁명에서의 그것이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었다면, 이제 4차 산업혁명에서의 노동력이란 데이터 생산능력 그 자체를 의미한다. 데이터 라는게 무엇인가? 엄청나게 고도의 IT 역량을 가진 사람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고급 데이터만을 데이터라고 하지 않는다. '수익을 창출하는 가치있는 데이터'라는게 있다면, 어쩌면 초기에는 앞서 말한 듯이 어느 정도의 정제된 특정 데이터 들만을 가지고 그렇게 불렀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은 소위 말하는 '빅 데이터'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되었고, 그런 의미에서 모든 데이터가 하나하나 소중해 진 상황이 되었다. 어찌 보면, 수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도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그 자체가 죄악인 시대가 된 것이다. 각 분야에서 세계 1위의 기업들을 살펴보면, 얼마나 그런 데이터 핸들링 역량을 백분 활용해 자기 회사의 가치를 올리고 있는지를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AI, 머신러닝, 빅데이터, 5G 시대의 도래 등등이 이야기 하는 표면적 어젠더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는 바로,


 사소한 모든 데이터가 가치를 가지게 된 세상

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그 미래에 자기가 할 역할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라'는 한 기업, 미국의 검색공룡 구글은 이미 그 작업을 시작했다. 가정과 도로 위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자신의 저장공간 안에 보관하기 위한 작업들을 진행 중이고(구글 네스트, 무인 자동차 개발), 이를 활용한 각종 추천 기능과 광고 기능 들로 수많은 수익을 만들어 내고 있는 중이다.


 다시 돌아가, 이런 기업의 등장과 데이터 시대의 도래가 왜 노동임금과 관련되어 있는가 짚어보자. 기존의 산업혁명 시대에 사회 제도는 그나마 합리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던 듯 보인다. 왜냐하면 노동력을 제공하는 생산자가 그 혜택을 가져가는 제도가 대충 적절히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아, 어쩌면 그런 '적절해 보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수만은 노동 운동의 역사를 상기해야할 필요도 있겠다.


 지금 2019년의 현 시점은 어쩌면 4차 산업혁명에서의 노동운동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이란 기본적으로 노동력에 대응하는 동시대적 공감 수준의 반대급부를 돌려받고자 하는 것으로 러프하게 정의해 볼 수 있다면, 지금 시대의 우리 노동자들은 그 러프한 기준에 비추어 봐도 아주 불공정한 반대급부를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데이터를 생산해 내는 직접 주체인 이 시대의 노동자들인 우리가, 각자 만들어낸 데이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고 있는가? 일례로,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이 특정기준에 도달하기 까지 내가 만든 컨텐츠에 대한 반대급부를 나는 왜 받을 수 없는가? 수억을 벌었다는 유튜버들은 많이 보았는데, 나는?? 혹은 단 한번도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려본 적도 없다 하더라도, 내가 온라인 공간에서 만들어낸 흔적들, 한번의 클릭과 가입, 추천, 공유 등의 활동들에 대해 나는 정당한 댓가를 받고 있는가? 구글은 그런 모든 데이터들을 활용해 광고를 최적화 하고 그런 최적화를 무기로 다른 채널 보다 나은 경쟁력으로 광고주를 모은다. 결국 내가 만든 데이터가 구글의 수익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어떤 면에서 구글은 양심기업이다. 그래도 어느정도 이상의 기준이 되면 데이터에 대한 반대급부로 수익을 생산자에 배부하고 있지 않은가?! 한국 시장에서 네이버는 어떤가? 소위 말하는 파워블로거의 경우, 네이버로부터 그 데이터 양산에 대한 반대급부를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가? 본인이 직접 발로 뛰어 얻어내는 광고 수익 말고, 데이터 자체에 대한 반대 급부 말이다.


 미국에서는 지금 아마존이 대표적으로 도마에 오른 기업이 되었다. 지난해 낸 세금이 '0'원 인 이유로, 아주 쉬운 타겟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다. 재빠르게 페이스북의 주커버그와 일론 머스크는 이 제도(UBI 에 대해)를 찬성한다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나중에 자신들에게 다가올 미래(data tax 와 같은 부담)를 몰라서가 아니라, 그런 트렌드를 역행할 수 없음을 미리 예견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었을 때, 정당한 댓가를 사용자에 돌려줄 준비가 되었음을 미리 밝힌 기업 만큼 '착한 기업' 도 없어 보일 것이다.


 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공산당 선언' 과 같은 어젠더를 던져 둘 만한 능력도 혜안도 없다. 노동운동을 시작하자는 선동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사회가 그렇게 변해 갈 것 이라는 흐름을 조금 얘기해 보려는 것이다. 이커머스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런 사회 변화는 내게도 달가운 일이 아니다. 데이터세가 현실화 되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혹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때 까지 우리 회사가 어떻게 변화했을지 알 수는 없지만 거스를 수 없을 것 처럼 보이는 미래의 변화를 조금 먼저 짐작해 보려는 것이다.


데이터세가 가져올 미래의 새로운 직업


 데이터세가 정확히 어떻게 계산될 지 그걸 짐작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략의 흐름과 그에 필요한 회사내의 리소스 변화들은 어느정도 예측해 볼 수 있다. 데이터는 수집과 활용으로 구분될 수 있을 테고, 과금 방식은 그 수집과 활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아마도 쉬운 것은 수집에 대한 검증이고, 어려운 파트는 '활용'에 대한 검증일 것이다. '수집'은 데이터 가 차지하는 서버의 용량과 데이터의 종류에 따라 평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양적 평가에 해당하는 부분일 거다. '활용' 이 진짜 어려운 부분이며, 사실상 많은 기업들의 생사가 여기에 달려 있을 수 있다. 세무 당국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활용'의 범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업들은 엄청난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더 정확히는 그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 보다는, 범위에 해당하지만 합리적으로 과세를 면할 수 있는 조건들에 해당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예를들면, 유튜브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반대급부를 돌려준 경우 등의 케이스가 과세를 면하는 조건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듣기만 해도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이 시대에 기업 하는 입장에서는 이 세금을 피할 방법은 없어 보이고, 문제는 얼마나 기업의 데이터 사용 구조를 이 세금의 과세 구조에 맞춰 잘 짜 두었는가 하는 점에 따라 합리적 수준의 과세를 받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예측된다. 그럼 이 때, 회사 입장에서는 어떤 새로운 직군이 필요할까? 데이터 아키텍쳐, 데이터 애널리스트, 데이터 어쩌구 저쩌구 여러가지 있겠지만, 지금 생각나는 가장 섹시한 직군명은,


데이터 밸류에이터

 이거다.

 기본적으로 데이터의 과세 구조에 맞춰 회사내의 데이터를 평가하고, 그 가치를 계산해 두는 작업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런 직군의 한 사람 한 사람이 굉장히 소중한 시점이 머지 않아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서버 구조나 데이터 아키텍쳐를 파악할 수 있는 정도의 IT  역량을 갖추고, 기본적인 세법적인 이슈를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 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1등 세무사가 될 것 같다.

 또 이 데이터 벨류에이터는 회사에서 활용 가치가 있는 데이터와 그렇지 않은 데이터를 구분해서 수집/보관/처리하는 기준을 세우고 각 해당 부서에 지침을 전달, 데이터에 대한 모든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 기존 회사에서의 단순한 IT 담당자, 세무사, CIO 가 아닌 전혀 새로운 직군이다. 말하고 보니, 참 매력적이지만 찾기 정말 어렵겠다. 되기도 어렵겠다.


 아무튼 세상은 이렇게 변할 것 같다. 감히 천기누설 이라고 까지 얘기했다만, 대략 이런 모습을 10년 안에는 볼 수 있을 듯 하다. 만약 그런 세상이 안온다면, '노동의 종말', '데이터 먹튀', '데이터 아마게돈' 등등의 세기말 적 이야기들이 데이터 시대에 대한 한탄과 더불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싶다. 왔어야 할 미래가 오지 않은 것에 대한 한탄 말이다.


 개인 입장에서는 그가 만들어내는 하나의 데이터라도 인정받을 수 있는 국가 제도를 갖춘 곳이 좋은 나라가 될 것이고,


 회사의 입장에선, 하나의 데이터라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회사는 자원을 낭비하는 멍텅구리 회사로 곧 몰락할 것이고,


 사회의 입장에선, 인구수나 GDP 가 아니라, 폭발적인 데이터 생산량을 자랑하는 국가가 미래 시대의 최고 자원국가가 될 지어다.


 이런 맥락에서, 만약 미국에서 앤드류 양이 혹여나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다음 몇 세기는 또,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쥐고 흔들게 될 것이다.


천기누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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