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세상의 사업 차별화 전략에 대한 이야기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이런 철학적 질문은 서점의 인문/사회 영역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업에서도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곧, 사업 차별화에 대한 이야기. 다만 여기서는 조금 더 실존적 문제에 가깝다. 이유가 없다면, 사랑하지 않으면 그만이 아니라. 이유가 없다면, 존재가 위협을 받는다.
수많은 남자와 여자가 있는데,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다. 최근 이혼율이 엄청나게 높아진 세상에 살고 있으니 이야기는 더 흘러가야겠지만, 이 단계까지 가는 것 만도 참 어려운 문제긴 하다. 왜 누가 사랑에 빠지고, 어떤 이유로 결혼을 결심하고 평생을 함께하게 되는 걸까? 사랑의 영역에서는 전인류사에 거쳐 좀처럼 답하기 힘들었던 이 질문에 사업을 하는 사람들, 기획을 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답을 내놓고자 시도하고 이를 위해 달려간다. 오늘은 이커머스 차별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좀 해 보자. 사업 차별화, 가당키나 한 이야기냐?
차별화에 대한 이야기는 보통 시장을 장악하지 못한 후발주자 사업체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물론 시장지배력을 갖춘 사업자도 그 고민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후발주자만큼 생존에 직결된 고민은 아니다. 선발주자가 시장을 장악할 땐 보통 파이의 크기가 가장 큰 시장의 주된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니 다음 타자에게 남겨진 것은 그다음 니즈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을 찾아 거기서 나의 서비스 혹은 상품의 강점을 어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 자체는 상당히 모순적 특성을 안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의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일찍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베느님께서 말씀하시길 시장의 온라인 쇼핑에 대한 니즈에는 변치 않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저렴한 가격, 두 번째는 빠른 배송이다. 아마존은 이 두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사업을 최적화시켜 왔고 그렇게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이 선택해야 할 것들은 뭐가 있을까? 고객 니즈를 나열한 수평 축 안에 가능한 옵션들은 아마도, 이런 것들이 있을 수 있다.
빠른 배송
저렴한 가격
편리한 고객 서비스
뛰어난 혹은 독점적 상품 제공
우수한 커뮤니티 콘텐츠와 큐레이션
etc
아래로 내려갈수록 말이 길어진다. 그만큼 니즈가 강력하고 뾰족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범주가 넓고, 포인트를 잡기 어려운 니즈의 영역으로 확대된다. 또 더 중요한 것은 마치 매슬로의 욕구단계에서 전 단계의 만족을 통해 단계적으로 수준을 높여 가듯이, 이런 고객의 니즈도 어느 정도는 기본 니즈를 충족시킨 후 다음 니즈를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다는 한계를 가진다. 그러니까 차별화를 해 보겠다고 할지라도 기본적인 니즈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충족이 되어야 될 법한 이야기란 거다. 결국 차별화를 생각도 해 보기 전에 저 기본 욕구 수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진을 빼다 포기하는 회사가 발에 치인다.
그러니, 차별화란 게 함부로 얘기할게 아니다. 가장 효과적인 차별화는 잘 나가는 회사가 후발 주자들 못 따라오게 다음 단계로 나아가며 선긋기 할 때 가능한 얘기다. 아쉽지만 현실이 그런 걸 어쩌겠나. 어디나 승자가 모든 걸 가져가는 건 세상의 진리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 사실도 있다. 많은 회사들이 여전히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다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만 시장을 보는 흔한 실수를 저지른다는 점이다. 차별화 전략을 짜며 나올 법한 역량/니즈 분석 그래프 하나 보면서 여기 담긴 맹점을 들여다보자.
선도 기업이 가진 강점을 분석해 보니, 배송과 가격에 우수하고, 콘텐츠나 고객 서비스가 약하더라. 그러니 우린 후발 주자로서 고객이 가진 콘텐츠에 대한 욕구, 서비스 퀄리티에 대한 불만을 해소해 주는 방식으로 특화시켜 나가 이를 통해 성장해 나가자.라는 식의 결론을 내려 버릴 수 있다. 언뜻 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는 듯이 보인다. 그래 그래, 다른 고객 니즈에서 우리가 먼저 선점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이런 식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각 니즈가 차지하는 구매 영향력을 감안해 그림을 한번 다시 그려 보자.
앞선 그래프에선 우리가 뭔가 다른 영역에서 꽤나 뾰족해 보였는데, 여기서 두 선을 비교해 보니 그렇지가 않다. 구매 영향력이 낮은 고객의 니즈에 집중해 차별화를 추진할 경우, 실제 결과로 돌아오는 성과는 이런 그림에 더 가깝게 된다. 콘텐츠나 고객 서비스 역량을 최대치로 증가시킨다 한 들(푸른색 음영 영역이 해당 영역), 가격과 배송을 통해 가져 가는 파이(붉은색 음영 영역이 해당 우위 영역)와 비교가 안 되는 걸 볼 수 있다. 차별화 자체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어느 정도의 만족을 가져갈 수 있겠지만, 시장 장악력을 높이지 못하면 장기적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므로 결국 이 경우에도 크게 승산이 없어 보인다. 다만, 절대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만큼 어렵다는 거다.
제목을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라고 말랑하게 시작해 놓고선 너무 계산적인 이야기로 흘러가나 싶다. 하지만 진짜 차별화에 대해 얘기하려면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봐야 한다. 왜냐면 사람도 파면 팔수록 매력적인 사람이 더 끌리듯이, 사업 차별화도 결국 그런 식으로 접근해야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에서 어떻게 차별화를 할 수 있을까? 우선 크게 보면 안 보이는 것들이 자세히 쪼개 놓고 보면 보이는 경우가 많이 있다. 앞서 콘텐츠에 대한 고객의 욕구에 대해 한 번 살펴보자. (이커머스 회사가 모두 콘텐츠로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영향력이 작아 보이는 고객 니즈를 통해 어떻게 차별화가 가능한가 하는 이야기다. 오해는 말자)
우선, 이커머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고객의 흐름이다. User Flow. Top Funnel부터 Low Funnel까지 깔때기의 가장 위, 브랜드 인지에서부터 최종 구매와 브랜드 헌신까지 이르는 그 고객의 흐름 말이다. 이중 시작이 되는 게 바로 이 시리즈물의 처음에도 언급했듯이 '트래픽의 유입' 되겠다. 이게 시작인 동시에, 이커머스 사이트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어떤 방식으로 고객이 유입되는가 하는 문제 말이다. 트래픽 유입을 위해 돈이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가는 이커머스 회사는 그냥 영영 글렀다 생각하면 된다. 이건 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그냥 답이 없다. 이 고객의 유입, 곧 트래픽 유입의 관점에서 '콘텐츠' 역량에 강점을 가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주된 고객의 니즈 두 가지,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은 영향력이 가장 큰 니즈이고 그만큼 확보하기 힘든 역량인 것은 같지만 서로 아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배송 자체는 '내재화'라는 게 가능한 역량이다. 어느 정도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서비스 퀄리티를 갖추기 위한 노력으로 개선이 된다. 그러니까 사실 이 부분은 그만한 자본력이 없다면 따라가기 참 어려운 영역이고, 한 번 갖춰 두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런데 저렴한 가격이라는 건 그 구조를 갖추기 위한 규모와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항상 어디선가 누군가 퍼붓는 마케팅 비용 때문에 가격 경쟁이 흙탕물 싸움이 되는 영역이다. 곧 이 영역은 누구든 돈만 쓰면 일시적으로 위너가 될 수 있는 영역이고, 그만큼 안정적인 구조 확보가 어렵다. 곧, 고객 입장에서는 '여기가 무조건 싸다'라는 개념이 잡히기 어려운 영역이고, 일시적으로 남들보다 더 싼 상품을 알리기 위해서는 광고가 필수 불가결한 부분이 된다. 한마디로 페이드 트래픽이 꼬이는 영역, 즉 돈이 안 되는 영역이라는 거다. 니즈가 가장 강력하다는 것은 그만큼 각 사업자가 주는 오퍼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혜택의 차이에 따라 쉽게 방향을 옮길 수 있다는 뜻이다.
멀리 돌아왔지만, 결국 가장 강력한 고객 니즈인 가격 부분은 디렉트 트래픽이나 오가닉 트래픽을 모으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 지점에서 콘텐츠 역량이 빛을 발할 수 있다. 콘텐츠 때문에 구매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콘텐츠 때문에 방문을 유도할 수는 있다. 독점적 커뮤니티, 충분한 블로깅 기사, 재기 넘치는 상품 소개, 톡톡 튀는 큐레이션 이런 작지만 해 볼 수 있는 노력들이 이커머스 사이트를 찾게 만드는 트리거가 된다. 온라인에 발을 둔 회사라면 트래픽 빌드는 회사의 모든 것들의 시작점에 있는 목표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이게 제대로 안돼 망하고, 이걸 해 보기 위해 수많은 돈을 퍼붓는다. 일단 트래픽 빌드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해 볼 수 있는 여지가 넘쳐난다. 그러니까 일단의 구매 영향력이 작아 보이는 콘텐츠 일지라도 오히려 더 큰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사업의 목표는 수익을 남기는 것이고, 차별화의 궁극적인 목표도 거기에 있다.
다만, 차별화를 할 때 우선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구체화하여야 그 성과가 달라진다. 앞선 예시에서 결론은 같아 보일지 모른다. '콘텐츠로 차별화 하자'라는 것 말이다. 하지만 콘텐츠를 차별화하면 매출이 오를 거야 라고 생각하며 차별화 계획을 짜는 것과 콘텐츠를 차별화하여 트래픽 빌드를 우선 달성하자 하는 것은 아주 다른 얘기가 된다. 후자는 고객이 유입되고, 구매하여, 배송하는 단계 중에 첫 단계에만 해당하므로 나머지를 더 개선해 나가야 할 숙제로 인식하게 된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에는 마치 콘텐츠만 잘 관리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은 착각을 심어줄 수 있다. 그런 전체적인 사고가 대개의 경우 차별화를 위한 전략을 잘못된 방향으로 전개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연애의 목적은 Happily ever after....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가끔 그녀의 팔꿈치가 좋아서, 그의 뒤통수가 예뻐서 결혼하는 사람도 있다.
결혼을 왜 그것 때문에 하냐고 하면 말도 안 되지만, 내가 허허대며 어설픈 농담을 하거나 실수를 할 때마다 조용히 팔꿈치로 나를 살짝 건드려 눈치를 주는 그녀가 좋아서, 내 무릎을 베고 누운 그의 뒤통수가 어쩌면 그렇게 두 무릎에 꼭 맞는지 그 편안함을 잊을 수 없어서, 그렇게 각각의 순간에 우리는 서로 다른 차별화된 매력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