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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Kim Nov 25. 2019

2019년 11월 25일 홍콩,
여행지로 안전한가

세상 이슈의 현장에는 다 가고 싶은 글로벌 오지라퍼의 참관기

 나는 대범한듯 싶으면서도 막상 위험 앞에선 소심하고, 호기심은 많으면서도 막상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그런데 항상 그런 나 자신을 극복하고 싶어 하고 있고, '실행력' 이란 것에 꽂혀 일단 움직여 보고자 노력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홍콩도 한번 가보자 했다. 위험한데 사서 위험을 겪어보러 가는 그런 심정은 아니었다. 매체에서 나오는 것 보다 홍콩이 훨씬 안 위험할 것 같아서였다. 어떤 두려운 대상을 막상 마주 하지 못하고 소문으로만 듣게 될 때 훨씬 그 두려움의 크기가 커지는 것 처럼. 홍콩도 왠지 그런 상황일 것 같았다.


 홍콩은 인당 GDP가 4만불에 육박하는 잘나가는 도시다. 우리 나라가 대략 3만불이라 할 때, 만불이나 더 높다. 중국에 반환된지 오래라(1997년 영국으로부터 반환) 대부분 중국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홍콩 자치구로서의 독자적인 색깔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사회, 문화, 경제, 정치 모든 영역에서 대체로 그렇다. 외국에 살면서 바라볼 때 한국 매체에 비춰지는 홍콩의 모습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볼 때 '휴전 국가라 매우 위험한 곳' 이라는 인상을 갖는 것과 유사해 보였다. 인구 7백 50만이 사는 인당 GDP 4만불의 도시가 저렇게 위험 천만 하다고? 아무도 홍콩 전역이 데모로 들끓고 있다고 과장되게 이야기한 바는 없지만, 매체가 주는 시각적 효과와 '공항 점령', '지하철 중단', '학교 휴교' 등등의 단어들이 가져다 주는 효과는 꽤나 커 보였다. 내가 느끼기에 그랬다. 마치 홍콩 전역이 화염병이 날아다니고, 실탄이 오고가는 전쟁의 한가운데 같은 인상을 막연히 갖게 되었다. 그런데 찾아보니 다른 나라 사람들도 비슷한 인상을 받고 있기는 한 것 같았다. 그런 류의 질문을 많이들 하고 있었다. 거기에 대한 답변은 대체로, 

여러 편의 시설과 교통편의 제한으로 여행을 하기에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위 장소에 굳이 찾아가거나, 위험한 행동을 사서 하지 않는다면 여행에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

라는 내용 이었다. 미국에서 여행국가 등급 4개 중에 홍콩은 상위에서 2번째 단계로 이는 런던이나 로마와 같은 수준이었다. 데모 사태를 감안해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낮춘 것이다. 낮췄는데 2등급이다. 로마나 런던을 갈 때 걱정할 안전 수준 정도만 걱정하면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일단, 한번 가 봤다. 

 실제로는 어땠을까?


 

Central 역 에르메스 앞 도로. 토요일 오전 10시 경 촬영.


 홍콩 가보니 어때?


 안전합니다.


 일단 침사추이와 폴리텍 대학 인근은 가지 않도록 여러 웹사이트 들이나 호텔 리셉션 데스크로 부터 권유를 받아 그쪽은 방문을 피했다. 그러니 안전하다는건 적어도 내가 가 본 홍콩섬에만 해당한다고 얘기할 수 있겠다. 현지에서 만난 한 분도 침사추이 쪽은 혹시나 하는 가능성이 있으니 가지 말라 했으나, 다른 쪽은 여행객들이 다니기에 전혀 문제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더 자세히 참고할 수 있도록, 일정과 정확한 행동 반경 공유.


일정 : 2019년 11월 22일(금) ~ 24일(일), 2박 3일

숙소 :  iBis Sheung Wan

방문 장소 : ifc Mall(이전 집회가 있었던 장소) / SoHo 인근 / Lan Kwai Fong, 한국의 이태원 같은 곳 /

                  피크트램(Peak Tram) / 빅토리아 하버 / Wan Chai Market

             (구역으로 나누자면, 홍콩섬의 상단 부분 중 왼쪽 Sheung Wan 에서 오른쪽 Causeway Bay 까지에 해당한다.)

빨간색 침사추이는 가지말래서 안가본 곳. 녹색은 두발로 다 뒤지고 다닌 곳.


 내가 홍콩 다녀왔는데, 침사추이는 못가고 나머지만 다녀왔다고 하니, 누군가는 말했다. 침사추이 안가면 뭐하러 가냐고. 침사추이에 뭐 얼마나 대단한 것들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내가 다녀 본 홍콩섬 상단의 지역들도 충분히 재밌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싱가포르에 이어 홍콩 역시 도시 투어가 내 취향이 확실히 좀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린 점에는 동일하지만, 아기자기한 골목들을 따라 홍콩의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확실히 이색적인 장면들을 많이 볼 수 있음에는 틀림없었다. 낯선 도시에서 사람들의 일상을 가까이서 들여다 볼 수 있는 것도 여행의 중요한 묘미중 하나라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홍콩의 거리들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저 거리들을 도착한 날 밤 10시경부터 새벽 1시까지, 그리고 다음날 낮과 밤에도 계속해서 돌아다녀 봤는데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나을 만큼 안전이나 치안 문제에 있어서는 괜찮은 편이었다. 아주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도시는 어디든 환하게 가로등 빛이 비추고 있었고, 다국적의 사람들이 거리에 종종 돌아다녀 어느정도 안전에 대한 안정감을 주는 정도였다. 밤 거리에 사람하나 없는 것 만큼 불안하게 만드는 것도 없지 않은가.


 어느 도시든, 서울의 거리라도 너무 늦은 밤에 혼자 인적이 드문 곳을 가는 것은 위험하다. 그런 시도를 굳이 하지 않는다면 안전은 양호한 수준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데모와 관련된 상황을 잠시 언급해 보자면, 11월 24일의 상황은 폴리텍 대학에 시위대 들이 들어가 문을 걸어잠그고 경찰과 연일 대치 상황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25일은 지역 구의원 선거가 있는 날이라 시위대 내에서도 평화적으로 선거를 통해 승리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중이라고 말하는 매체도 있었다. 그 때문이었는지 정말로 시위 비슷한 움직임도 볼 수 없었고, 오히려 선거전이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태풍의 눈 안에 잠시 들어갔다 나온 건지도 모르겠다. 현지에서 만난 시민의 말에 따르면, 2주 전만 해도 정말 무슨일 나는거 아닌가 싶게 격렬한 느낌이 있기도 했다고 하는걸 보면 내가 겪은 안전은 어쩌면 그 이후 어느정도는 정상화 된 모습을 본 것 같기도 하다. 25일 선거에서는 현재 시위대의 입장에 가까운 포지션을 취하는 정당이 많은 득표를 했다고 한다. 이 이후에 데모 사태가 어떤 양상으로 변화될지, 새로운 기폭제가 등장할 지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소강상태를 보이는 것 같다. 


 홍콩으로 랜딩하는 항공사들의 티켓 가격이 아직은 엄청나게 싸다. 한국에서 출발해도 20만원 안쪽으로 구매 가능해 보인다. 시간과 자금에 여유가 된다면, 홍콩을 방문하기 지금만큼의 적기는 없어 보인다. 비행기값, 숙박요금 싸고, 모든 교통편 정상운행중이고 심지어 관광객도 많지 않아서 어딜 가나 적당히 붐빈다.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트램 타는 곳. 별로 인기가 없는 오전(11시반)인 영향도 있지만 정말 한산하다.

 

트램에 빈자리가 더러 있는 상태로 운행할 만큼 사람이 많지 않았다.

 

 자, 결론은?


 친구한테 추천? YES! 이 기회 놓치면 넌 바보다.

 친구가 여자라면? YES! 그런데 조심은 해라~! 엄한데 가지 말고. 홍콩이 심지어 밤거리도 안전은 한데, 어딜가나 똑같은 위험은 있다. 

 모르는 사람한테 추천? So, So...혹시 모를 위험에 대해 모르는 사람한테 까지는 책임은 못짐.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 하시길 바랍니다. 괜한 허세 부리는게 아니라, 제가 방문한 기간 동안의 홍콩은 정말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 혹시 이 글을 보고 여행을 결정했다가 후회는 마세요. 가지 말라는 장소 가지 마시고, 안전하게 여행하시되 모든 결정은 각자 스스로 하는 겁니다. 우리 다 큰 어른이잖아요. 내란 중인 나라에 힘들게 들어가는 선교사 처럼 위험한 수준으로 볼 상황은 분명히 아닙니다. 경찰이나 시위대가 무차별 공격을 일삼는 상황도 아니구요. 얼마전 있었던 백색테러가 극히 위험하고 이상한 현상은 맞습니다만, 그런 시위 현장은 미리 파악하시고 가지 마세요. 


홍콩 여행 준비 팁


** 추가로, 공항에서 도심으로 갈 때 버스타시는게 훨씬 쌉니다. Airport Express 열차 타시면 HKD $110 정도 나오는데(to Hong Kong Station) 버스로는 절반 정도 됩니다. 모든 교통편은 Octopus Card 하나로 커버 가능합니다. Klook 같은 거로 미리 구매하셔서 공항 도착해서 찾으세요. 옆에 티켓 부스에서 현금 주고 충전 하실 수 있습니다. Top-up 혹은 reload 라고 하시면 됩니다. 


*** 교통편은 주로, 지하철, 버스(큰거/작은거), 트램 을 이용하게 될텐데,

      트램 : 뒷문으로 타서, 앞으로 내리면서 카드 태그 - 비용은 구간 상관없이 동일

      버스 : 타면서 카드 태그, 내릴 때는 그냥 내림

      지하철 : 한국과 동일. 개찰구 들고 나며 태그.


**** 환율은 홍콩달러에 '0' 두개 붙이고 절반을 더한다고 생각하세요. 1:150 입니다. 

       50달러 = 50 00 + 25 00  = 7,500 원 // 더 쉬운 방법 있으면 그렇게 하심이..전 이게 편하더라구요.


***** 유심은 글로벌 유심 말고 현지 유심을 사시는 편을 추천 드립니다. 글로벌 유심 LTE 가 너무 늦어요. 이게 무슨 LTE 야...홍콩 자체가 느린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아니겠죠. 그럼 LTE 라고 이름을 붙이지 않았겠지.


***** 홍콩은 팁문화가 별도로 없습니다. 식당에서 표시된 가격만 결제 하심 됩니다. 


****** 침사추이 제니베이커리에서 과자 사야되는데 못 살까 걱정 마세요. 홍콩 섬에도 있습니다. 줄도 안서고 사람도 없어서 편해요. 다만 찾기가 좀 어려운데, 구글 보고 가시다가 <Wing Wo Street> 여기 맞나 싶은 골목으로 들어가시면 있습니다. 

  

기다림 없는 제니베이커리 쿠키 살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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