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아마존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다. 브라질 열대우림 아마존 말고, 온라인 구매 사이트 아마존 말이다. 전 세계 검색 트렌드로만 봐도 아마존 웹사이트와 아마존 열대우림의 검색량 차이가 2004년 20:1 수준에서, 2019년 현재 100:1 정도의 격차를 보이는 걸로 봐서, 지금은 '아마존'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연상이 '이커머스 사이트'에 더욱 가까울 것 같다. 아무튼 그 아마존이라는 회사의 가장 빵빵한 캐시카우가 바로 이 AWS다. 아마존 웹서비스, Amazon Web Service의 약자로, 클라우드 서버 제공 사업을 본업으로 하는 회사다. 엄밀히 말하면 아마존닷컴과 아마존 웹서비스는 서로 다른 회사다. 계열사 관계라 보면 된다.
AWS의 연매출은 2018년 기준 $256억 (약 28조), 수익은 $72억 불 (약 8조, 영업이익률 28.1%), 아주 알짜 회사다. 아마존은 2002년 AWS를 내부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했으며, 2006년 서버 서비스를 외부에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공식적으로 회사를 시작했다. 아마존 이커머스 사이트 운영을 위해 서버가 필요했고, 증가하는 트래픽 량에 대비하여 서버를 잔뜩 사 왔으니, 트래픽이 몰리지 않을 때 남아도는 서버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다. 이를 외부에 빌려주고 아마존 웹사이트 서버의 운영에 필수였던 기술들을 외부로 조금씩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AWS의 시작이다. 아마존이 40여 개가 넘는 계열사를 통해 2018년 연매출 $2,328억 (약 256조), 영업이익 $124억 (약 14조, 영업이익률 5.3%)로 98년 본격적인 사업 시작 이후, 20년이 지난 후에야 14조 정도의 영업이익을 내는 걸 감안하면, 2006년 시작해 12년 된 사업 하나에서 전체의 60% 수준의 영업이익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정말 놀라운 수치이다.
(수치 자료 출처 : 위키피디아, http://www.wikipedia.org)
아무튼, 이런 AWS 가 새로 만들어낸 서비스들을 전 세계 고객사에 알리는 세일즈의 장이 바로 AWS re:invent 행사다. 매년 11월 말이나 12월 초 경에 라스베이거스에서 5일간 공식일정으로 펼쳐진다. 아마존이 하는 일들을 보면 신박한 것들이 한둘이 아닌데, 이 콘퍼런스도 그렇다. 전 세계 고객들이 심지어 콘퍼런스 참여 티켓을 구매해 가며, AWS 가 만들어낸 상품을 보러 온다. 매일 아침 펼쳐지는 키노트를 중심으로 2,500여 개가 넘는 세션과 서드파티 회사들의 박람회가 펼쳐진다. 광고를 돈 내고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물론 세션 참여 중에 아침, 점심 뷔페와 셔틀 서비스가 제공되긴 한다. 라스베이거스 내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Uber 나 Lyft 비용이 10달러 이상이니까, 한 20번 택시 탄다 치고 $200, 아침 점심 각 $25 쳐서 하루에 $50, 5일간 $250, 그러면 $450 정도 되겠는데, 풀 패스 등록 가격은 $1,799다. 아무리 봐도 돈 내고 광고 보러 가는 게 맞다.
다만, 참여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관련 에이전시들의 초대를 받아 온다. 에이전시란 AWS 가 만들어 낸 생태계 안에 있는 회사들을 말한다. AWS를 쓸 수 있도록 등록해 주고, 해당 서버의 운영 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오퍼레이팅 업체들이 한 유형. 그리고 서버 운용에 필요한 보안기술, 효율화 기술, 관리 기술 등을 제공하는 서드파티가 또 하나의 유형, 그리고 우리 회사와 같은 엔드 유저 클라이언트들이 한 부류다. AWS 자체를 포함하면 저렇게 크게 네 가지 분류로 나눠 볼 수 있겠다. AWS에 직접 연관된 오퍼레이팅 에이전시들의 수익률이 보통 10% 내외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엔드유저가 이렇게 접근한다 생각해 보면 28조의 10% 약 2조 8천억 수준이 결국 전 세계 에이전시들이 나눠 갖는 수익이 된다 볼 수 있다. 규모가 결코 적지 않은 시장이다.
대부분은 이런 에이전시의 초대로 온 엔드유저 그룹의 IT 담당자들, CMO 등등이 온다. 아마존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어떻게 최적화하여 비용을 줄일 것인가 하는 것이 지상 최대 관심사인 사람들과, 그들에게 새로 나온 상품이 있으니 한 번 써보세요 하는 아마존 세일즈 전략 사이의 불꽃 튀는 충돌이 5일간 펼쳐진다. 재밌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곳은 기본적으로 팔겠다는 사람이 우위에 있는 시장이다. 독과점의 장점이란 게 그런 거 아니겠나. 게다가 최적화된 서버 환경 구축을 위한 온갖 기술 강좌를 어마 무시하게 마련해 놓고 그걸 빌미로 세션 참여 비용을 받아가며 한자리에 몰아 놓고 광고를 하고 있으니, 이런 신박함이란!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콘퍼런스에 참여했다. 매년 발표되는 신상들은 참 그럴듯해 보인다. 해마다 등장하는 키워드들은 항상 그 해에 가장 핫한 기술적 이슈들이 담겨있다. 블록체인, AI, AR, IoT 같은 것들 말이다. 이 모든 서비스가 AWS에 담겨 있다. 키노트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들이 발표될 때마다 애플 콘퍼런스장만큼 열광적이진 않지만, 어쨌든 어느 정도의 흥분을 담은 박수가 터져 나온다.
세션은 200에서 400 사이의 숫자들로 나뉜다. 앞자리가 2는 기본적인 소개 수준의 세션, 300대 심화 과정, 400대 전문과정 등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IT 쪽 400대 수준의 강좌를 듣거나 핸즈온 랩 과같은 세션에 참여하지 않는 한 나머지 강좌들에서는 얻을게 그렇게 많지는 않다. 어느 곳에 나 배울 게 있다는 심정으로 접근하자면, 조금 생소한 새로운 기술들이 적용되는 산업현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거나, 아마존 서비스를 사용하는 다른 사례에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거나 하는 점들은 기대해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세션 자체가 주는 정보의 깊이나 범위가 그리 매력적인 편은 아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에이전시들이 나와서 자기 서비스가 얼마나 AWS의 활용 범위를 넓혀주고 얼마나 많은 효율을 가져다주는지 설명해 주는데 치중되어 있어 결국, 광고다. 그들이 만든 작은 팁들을 간혹 얻을 수 있긴 하다만, 그것도 그렇게 까지 '비기' 라 할 만한 것들은 아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세션을 뭔가 크게 얻으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실망할 공산이 크다.
그럼 나는 왜 두 번이나 참여를 했나? 일단은 작년 경험으로 행사의 전반적인 건 파악을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엔 좀 더 궁금한 게 많았다. 세션이 혹시 다르진 않을까, 또 다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점 말이다. 또 세계적으로 한참 핫한 화두를 클라우드 서버 현장에서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그 최전선에 직접 가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 싶었다. 그러니까 세션보다는 그 이외의 것들에 더 가치가 많은 행사다.
다만, 내가 감히 참여해 보지 못한 IT 분야 전문 세션에서는 아마도 더 나은 과정들과 고민의 공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예상컨데, 더 전문적인 방법으로 IT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형태의 영업 행위가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ㅎㅎ)
새로운 IT 이슈에 대한 접근
이슈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슈가 한창 발생하고 있는 바로 그 현장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가져올 수 있는 인사이트는 있다. 이번에 인상 깊었던 강좌는 IoT 관련 세션이었는데, 역시나 세션 자체는 별로였지만 해당 세션을 통해 IoT라는 겉 표면의 안쪽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제조사들의 고충과 IoT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어떤 프레임워크를 가지고 만들어지고 있는지, 그러면서 나중에 어떤 식으로 이쪽 업태의 뒷단(데이터 관리와 업데이트 등 표면적으로 보이지 않는 서비스의 내면)이 꾸려져 나갈지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인사이트를 도출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꽤 재미있는 강좌들이 많이 있다.
네트워킹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잘 나가는 회사의 임원급 직위가 아니라면, 공식적인 네트워킹의 기회는 거의 없으니 그런 기대는 말자. 다만, 네트워킹이란 게 원래 자발적으로 해야 하는 것인 만큼 스스로 하고자 한다면, 아주 좋은 기회가 많다. 특히 주요 네트워킹은 세션 대기 중일 때와 식사 시간에 이루어질 수 있다. 세션을 대기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호텔 복도에 죽치고 앉아 랩탑 충전을 하거나 회사에 밀린 일들을 처리하곤 한다. 사실 급해서 하는 일이라기보다는 가만히 앉아있기 뭐하니 하는 경우들이 많다 보니, 이런 기회에 옆에 앉아 말을 걸면서 얘기하다 보면 그래도 재밌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의료계 데이터 관리하는 사람들, 전자제품 제조사 관리자들, 심지어 건축가 같은 경우도 있다. 영어가 잘 통하는 것보다, 친근하게 대화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니 참여할 계획이라면 한번 도전해 보길 권한다.
또 하나의 좋은 기회는 아침, 점심 뷔페 중에 있다. 뷔페는 어마어마하게 큰 공간에서 펼쳐지는데 테이블이 원형으로 1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사이즈다. 앉아있다 보면, 모르는 사람들끼리 서로 자리에 자연스럽게 앉게 되는 경우가 많고, 이때 또 자연스럽게 얘기를 해 나갈 수 있다. 동양 사람들의 경우엔 아무래도 조금 소통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많지만 어차피 오늘 보고 말 수도 있는 사이에 부끄러울게 뭐 있겠나. 그냥 용감하게 말을 툭 건네다 보면 또 재밌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보통 자리에서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은 서드파티 담당자들인 경우가 많긴 하다. 이런 뛰어난 영업능력이라니..
아마존 로열티
이건 사실 장점은 아니다. 서비스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하나의 서비스에 목매게 된다는 게 그리 유리한 것만은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어쨌든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순간만큼은 이 무리 안에서 느끼는 안락함 같은 것들을 느낄 수 있다. 서로가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제품을 쓰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할 얘기도 많고 들을 것도 많았으니, 그런 걸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이를 통해 AWS 서비스의 굴레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된다. 로열티 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같은 제품을 쓰는 사람들끼리 가질 수 있는 서비스 관련 최고의 경험들을 한 자리에서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애플이 매년 하는 개발자 행사에서 신상을 발표할 때마다 관련된 사람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처럼, 콘퍼런스 효과라는 게 그렇다. 준비된 무대 만으로도 뭔가 기대감을 불러오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인원들이 한 색깔의 옷을 입고(올해는 스머프다 색상이다) 지구 상 가장 자본주의적인 공간 중 하나인 라스베이거스를 함께 휘젓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이미 이 아마존의 세일즈 메커니즘에 빠져 들었다 봐야 한다.
그렇지만 꼭 그렇게 냉소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다 모여든다.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이 세상 저세상 굴러가는 소식을 듣고자 한다면 이만큼 좋은 기회도 없고, 각각의 세션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 중에는 해당분야 세계적인 권위자들이 많은 만큼 이 기회를 잘 활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그 장소가 라스베이거스 아닌가.
추가로, 라스베이거스 things to do!!
@ 할 것
- 호텔 투어, 꼭 돈 내고 투어 하지 않더라도 걸어서 세션 찾아다니며 여기저기 둘러보자
벨라지오 분수쇼, 옆에 화산쇼 등등 길거리에서 볼 것도 많고, 호텔 안에 쇼핑 스트리트들, 로비 장식 등을 둘러봐야 한다.
- 카지노에 왔으니 간단한 게임 몇 개 정도는 해보자. 실력과 운에 따라 다르지만 $100 가지고 시작해도 잘 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나의 경우는 $100로 5분도 못 버티고 자리를 일어나야 했다. 게임은 내 체질이 아닌 걸로!
- 쇼핑은 해야 한다. 아웃렛이 두 개나 있으니까. 노스와 사우스 두 군데가 있는데, 노스가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교외형 프리미엄 아웃렛 형태로 많은 브랜드가 있고 가격대가 훌륭한 상품들이 많다. 사우스는 실내로 되어 있어 날씨 영향을 안 받는다는 장점이 있으나, 프리미엄 아웃렛 이라기보다는 쇼핑몰에 가까운 느낌이다.
@ 볼 것
- 라스베이거스는 각 호텔 시어터에서 진행되는 쇼로 굉장히 유명하다. 태양의 서커스 프로그램이 특히 그런데, KA 쇼와 O 쇼가 있다. 나는 KA쇼를 두 번 봤는데, 중간에 많이 졸긴 했지만 여전히 그들의 몸사위는 매우 놀라웠고 무대 연출력이란 정말 천조국의 그것 다웠다.
@ 갈 곳
- 여러 투어 프로그램이 있는데, 새벽에 떠나 밤에 돌아오는 그랜드캐년 투어는 꼭 한번 가 보자
(사우스림, 홀스슈 밴드, 앤 탈로프 캐년 등이 포함된 투어 프로그램이 대략 $250 정도, 정확히 않음)
@ 먹을 것
- 햄버거/ 스테이크, 얘네들은 그냥 고든 램지 이름만 찾아 쫓아다니자. 인 앤 아웃 버거와 쉑쉑 버거도 있다.
- 아침 점심은 리인 벤트 뷔페 (음식은 뭐 쏘쏘 한데, 음료랑 커피가 무제한)
- 한식당은 김치 식당(24시간)이 Wynn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고
- 마포갈매기, tofu 등 근처에 한식당이 많아 이것도 별로 불편하지는 않다.
// 참고로 라스베이거스 호텔에는 커피포트가 없다. 별도로 신청해서 $10을 쓰거나, 앞에 CVS에서 간단한 커피포트를 $20 정도에 살 수도 있다. 이게 왜 필요한지는 며칠 머물다 보면 알게 된다. 참고로 컵라면은 월마트에 가면 구할 수 있다. ㅋㅋㅋ
// 참고 2. AWS 의 새로운 기능에 관심 있는 분을 위한 링크 공유
https://aws.amazon.com/ko/new/reinv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