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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Kim Feb 03. 2020

이커머스, 다음이 궁금해?

아마존, 알리바바, 쿠팡이 식품에 도전하는 이유

 유통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하는 큰 흐름은 이제 말할 필요도 없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2019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백화점, 마트, 아웃렛 등을 필두로 한 오프라인 전체 유통 거래액이 60% 선을 지키지 못하며 이제 온라인 이커머스에 주도권을 완전히 내어 줄 날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래,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한다는 건 알겠다. 당장 나와 주변만 봐도 다들 물건 살 때는 일단 스마트폰부터 들고 검색하기 시작하는 게 기본 패턴으로 자리 잡은 걸 쉽게 볼 수 있지 않나.


 그런데 이커머스 세상, 온라인 쇼핑의 세상은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해 가고 있을까?


 이커머스 세상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 시장이 가진 플랫폼으로서의 특징, 그리고 고객 경험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서의 맹점을 살펴봐야 한다. 카테고리의 변화를 중심으로 위 특징과 연결 지어 왜 이렇게 발전해 올 수밖에 없었는지 살펴보자. 


이커머스 사업의 다섯 가지 기본 영역


 이커머스를 하려면 상품/마케팅/배송/CS/IT의 기본영역이 필수다. 다섯 가지 기본영역 모두 온라인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오프라인 매장으로 판매를 할 때와는 다른 고려사항들이 존재한다. 우선 이커머스라는 플랫폼이 세상에 없었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상품을 가지고 온라인으로 파는 게 제일 용이할까? 상품적인 특성에 있어 가장 큰 전제 조건은 상품 퀄리티에 대한 의문,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종류여야 한다는 점이다. 또 온라인 구매의 특성상 배송이 필수 전제조건이므로 배송이 쉬워야 한다. 배송이 쉽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범위의 상품규격, 상품 손상에 대한 안정성, 포장 용이성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는 가장 좋은 상품은 바로?


 그렇다. 도서다. 책.


 책은 상품 퀄리티를 판매자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콘텐츠의 퀄리티를 어찌 미리 안단 말이냐. 또 배송에 있어서 용이성은 말할 나위도 없다. 대충 오차범위를 넘지 않는 사이즈와 무게, 배송 중 파손될 가능성도 적고 더욱 좋은 점은 생필품이 아니기 때문에 배송이 조금 늦어져도 아주 결정적인 고객 만족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아마존은 책을 판매하며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내가 제프 베조스는 아니니 '그것 때문에' 사업을 그렇게 시작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아마존의 사업전략에 있어서 어찌 되었든 '도서'를 통한 초기 성장 모델은 이런 이유로 아주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판매량이 늘면 내부 프로세스를 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커머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배송'을 잡아갈 수 있는 기회를 통해 건실한 비즈니스 인프라를 갖추게 되므로 도서를 통해 시작하는 이커머스 전략은 아주 좋은 전략이라 볼 수 있다.


 그다음은 뭘까. 바로 가전제품이다.


 배송 다음으로 큰 걸림돌은 온라인상에서 보여주는 상품 정보에 대한 고객 신뢰 문제다. 상품 사이즈나 색상에 대한 고객 불만들이 초기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No.1 골칫거리다. 이런 상황에 가전제품은 보여주는 스펙이 고객에게 가장 오차 없이 전달될 수 있는 카테고리 중 하나이다. 이런 고객의 신뢰 문제는 사실 시장의 성숙도와도 연관이 있다. 얼마나 시장이 성숙해 있는가 하는 문제, 곧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해당 상품군을 현실에서 자주 오래 접하고 있었는가 하는 부분 말이다. 가전은 온라인에서는 상품관리 측면에서만 보자면 도서 다음으로 쉬운 카테고리가 된다. 배송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상품 규격에 대한 문제가 확정되면 효율화하는 문제만 남기 때문에 접근이 용이하다. 물론 가전을 배송하자면 그리고 사후 CS 관리를 하자면 드는 노력은 또 어마어마하지만, 그런 문제들이야 어느 카테고리든 존재하니 조금 나중에 생각하고 결론적으로 '상품'과 '배송' 영역에서 도서와 가전이 가진 이런 특징들 때문에 이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한 이커머스 사업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본다. 신흥 시장에서 이커머스 사업자들의 매출 구성비를 보면 가전이 50% 미만인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전 자체가 객단가가 높은 상품이기 때문도 하지만, 가전이 가진 위와 같은 온라인 판매 적합성 때문에도 그렇다. 참고로 가전에도 직접 만지고, 사용해 보는 사용자 경험이 중요한 상품군들이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욕구가 쇼루밍 등의 쇼핑 형태로 나타난다. 오프라인 매장의 고객에게 있어서의 의미는 점차 '전시' 및 '체험'장소로 변화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도서와 가전을 통해 상품의 속성을 온라인에서 보여주는 방식, 상품을 배송하는 방식에 대한 최적화가 점차 발전하는 식으로 시장이 성숙해지고 있다. 그럼 그다음은 뭐가 있을까? 이런 인프라 위에서 패션과 다른 상품군들이 얹어지고 전체 카테고리로의 인벤토리 확장을 가져올 수 있었다. 


 자, 이제 하고자 하는 얘기의 결론으로 거의 다 와 간다. 


 이런 상품 속성에 대한 온라인 노출 관리, 그리고 각양각색의 상품 사이즈, 속성까지 커버 가능한 배송 역량의 최적화가 갖춰진 상황에서 접근할 수 있는 이커머스 시장의 끝판왕 카테고리가 바로 '식품'이다. 


이커머스 카테고리 끝판왕 '식품'


 2007년 아마존은 아마존 프레시라는 자회사를 만들고, 아마존 프라임 (정기 구독형 고급 서비스) 고객을 대상으로 일부 지역부터 신선식품 등 그로서리 배송을 시작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amazon.co.uk 캡처


 물론 그 전에도 글로벌하게 보자면, 온라인 그로서리 몰의 조상급이라 할 수 있는 Ocado.com 이 있다. 2000년 영국 태생의 이 신사 기업은 2018년 연간 매출 25조 원 정도에 달하는 엄청난 식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이라 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 없이 창고에서 직접 온라인 주문만으로 만들어낸 매출이니, 얼마나 대단한 성과인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일찍이 시작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해 가고 있는 것도 또한 어마어마한 일이긴 하다. 


 이렇게 전문몰로 일찍이 성공한 사례도 있긴 한데, 이건 참 손에 꼽기도 민망할 만큼 흔치 않은 사례니 일단 위대한 성공 사례로 옆에 두고, 다시 이커머스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한 논의로 돌아가 보자. 


 식품이 끝판왕 카테고리인 이유를 앞서 언급했던 요소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상품을 어떻게 온라인에 노출시켜 보여줄 것인가 하는 문제이 있어서 식품은 정말 참 'xx 맞은' 대상이다. 상품의 색상이 신선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사람마다 선호도가 모두 달라 '좋은 상품'의 이미지를 확정하기도 쉽지 않다. '사이즈'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상품 규격이 만개면 만개 정확히 일치하는 게 단 하나도 없다. 그러니 식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이 '규격화'에 대한 과정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고, 오프라인 창고 혹은 매장에서의 소분 작업과 이를 함께 고민해 진행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규격화하더라도, 고객마다 구매하고자 하는 '구매 단위'가 또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얼마만큼의 단위 조정을 허용할 것인가 하는 부분도 상품 SKU 단위마다 확정시켜 두어야 하는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건 노출과 관련한 사소한(?) 문제점 들이고, 보관과 배송은 어떨까? 가공식품은 그나마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규격도 일정하고 보관 기간도 어느 정도 길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선 식품은? 이건 말 그대로 Hell이다. 잘 못 이 쪽으로 손댔다가는 창고에서 썩어나가는 식품 냄새를 감당해 내야 할 수 있다. 사실 그보다 더 감당하기 힘든 건 그로 인해 썩어나가는 사업주의 속마음일 거다. 그러니까 식품 온라인 그로서리 마켓이란 건 접근하기가 여간 어려운 분야가 아니다. 철저한 데이터 관리와 분석을 통한 정확한 수요 예측, 오퍼레이션 측면에서의 완벽에 가까운 프로세싱, 라스트 마일 배송까지를 가장 높은 수준으로 최적화시켜둔 상태의 사업자가 아니라면 이커머스에서 그로서리 몰을 시도하기가 아~주 어렵다. 아니, 자살행위라고 봐야 한다.


 이런 여러 조건들을 충족시켜야지만 시도해 볼 수 있는 만큼, 그 위대한 아마존도 사업 영역을 쉽사리 미국 전역 커버리지로 확대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몇 개 도시와 베를린, 함부르크, 런던, 뮌헨과 도쿄 등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온라인 그로서리 마켓을 시작하려면 이처럼 상품관리, 오퍼레이션(보관/배송)등 사업적인 측면에서 준비해 두어야 할 부분도 많지만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선 식품에 대한 고객의 신뢰 확보 문제가 있다.


오퍼레이션 최적화보다 중요한 것은 '신선에 대한 고객의 신뢰'


 상품이 상품이니만큼, 식품 판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고객에게 우리가 파는 상품에 대한 신뢰를 줄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지 않고 어떻게 식품을 고를 수 있나? 하는 근본적인 문제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제대로 된 신선식품을 고를 줄 아는 정도의 지식이나 경험을 가진 소비자는 많지 않다. 문제는 사실 얼마나 '제대로' 골랐는가 하는 점보다, '누가' 이 상품을 골랐는가 하는 점에 있기도 하다. 어찌 되었든 오프라인에서는 수많은 당근 중에 이 당근을 손에 집어 든 고객이 어느 정도 책임을 스스로 가져간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자기가 골랐으니 스스로 그 상품에 만족하게 되는 거다. 일종의 '확증편향'이 작용해, 이제 어느 정도의 오점은 커버가 된다. 그런데 온라인은 그럴 수가 없다. 그러니 온라인 구매에서는 더 많은 안전장치들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몇 가지 선택지를 고민해 볼 수 있다.


 사회적인 신뢰 수준이 높아, 웬만한 상품들은 서로가 믿고 구매할 수준으로 만든다.

 우리 회사가 판매하는 상품을 믿고 살 수 있도록, 회사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

상품을 직접 담아 배송하는 '피커'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두어, 피커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


 사실 아마존 프레시가 진출한 도시들을 보면 첫 번째 선택지와의 관련성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소득 수준이나 사회적 신뢰 수준이 높은 선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진출하는 방식이다. 물론 더 중요한 요소들은 배송 효율이나 주문량 등에 있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제일 좋은 것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무엇을 사도 어느 정도 퀄리티는 나올 것이다 라는 신뢰가 자연스레 자리 잡고 있는 경우다. 그럴 경우 온라인 그로서리 마켓의 성장 가능성은 더 높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그럴듯한 가설일 뿐이다. 직접 실험해 본 적은 없으니) 그런데 이건 사업자나 개인이 어떻게 해 볼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그럼 우리가 선택할 옵션은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등 자잘한 장치들을 최대한 고민해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데 있다. 아마존과 쿠팡의 경우는 일단 회사에 대한 신뢰를 여러 장치들을 통해 확보해 가고 있는 상태로 보인다. 신선과 연결될 수 있는 여러 이미지들. '신속배송', '정확한 배송 추적', '서비스 관리' 등에 대한 인식을 미리 확보하여 신선을 판매할 때의 진입장벽을 낮춰보고자 하는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가진 놈이 또 다 가지게 될 거라는...;;


 이런 신선식품에 있어서의 고객의 신뢰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실 우리가 파는 물건이 얼마나 신선한지 한번 보세요~! 하는 거다. 경험을 통해 한번 만족한 후에는 이제는 안 보고도 다시 그 상품을 주문한다. 기존 자기 경험에 대한 신뢰를 통해 앞으로도 그러겠거니 하고 믿는 거다. 이걸 현실화시켜서 사업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중국의 허마셴셩(Hema Xiansheng, 하마 선생) 모델이다. 


출처 : http://www.equalocean.com 기사 중 발췌

 그로서런트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로 유명하기도 한 허마셴셩은 식품 판매를 위한 슈퍼마켓과 해당 상품을 직접 조리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함께 결합된 형태다. 2015년 설립되어 알리바바에 인수되었으며, 2019년까지 150개 매장을 중국 내 21개 대도시에 오픈했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3년 내 최대 2천여 개의 매장을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한다. 매장 인근 30분 배송을 기본으로 보장하고 있어 중국에서는 이 매장을 인근에 둔 배송 가능 지역을 '허마권' 이라고 하여 부동산 가격에 까지 영향을 줄 정도로 성행이라 한다. 


 이 비즈니스 모델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가 많지만, 오늘 글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바로 '온라인 그로서리 모델이 고객의 신뢰를 얻는 법'에 대한 점이다. 매장은 현장에서의 모든 구매가 모바일 체험과 연결이 되어 있다. 핸드폰을 들고 이력을 추적하고, 주문을 하고, 결제를 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모바일을 통한 주문과 현장의 체험이 결합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경험이 바로 다음에 집에서 모바일만으로도 해당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선 경험'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이 모델은 앞으로 모바일 쇼핑 시대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가야 할 방향과 고객의 경험을 온/오프로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는 '옴니'서비스의 구축 방향에 대한 팁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자, 그럼 셋 중에 누가누가 잘하나 보자. 정리하자면, 온라인 그로서리 마켓이란 상품/배송 측면에서 있어 최적화된 인프라를 가진 자들만이 넘볼 수 있는 끝판왕의 무대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고객의 상품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 부분이므로 이를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할 것인가가 승부의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점. 이렇게 볼 수 있겠다.

 

 그렇게 보면, 좀 배 아픈 일이지만 이웃나라 중국의 알리바바가 조금 더 나아 보인다. 온라인만, 오프라인만 하며 구별 짓는 걸 넘어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확실히 뛰어넘는 도전을 그들은 해 나가고 있다. 허마셴셩의 태생과 관련해서도 해야 할 이야기가 많은데, 이를테면 스타트업의 생태계 마련과 대기업의 인수 관련된 문제들 말이다. 그건 너무 멀리 가는 얘기니까 오늘은 이만하도록 하자.


 여하튼, 이커머스의 넥스트 스테이지는 온라인 그로서리 마켓이다. 해결해야 할 난제가 한 둘이 아닌데, 누가 먼저 어디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미래 이커머스 시장의 패권이 결정될 것이다. 


 롯데, 신세계 같은 한국 오프라인 유통매장을 갖춘 회사들 좀 잘하자~! 큰 꿈을 꾸시라고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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