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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한호랑이 Dec 21. 2021

[작사의 시대 9기] 내가 내게 하는 인사

마지막 과제. 내 가사로 내 노래 부르기


<내가 내게 하는 인사>



작사 : 순한호랑이

작곡 : 조동희


내일 위해 이불 위 눕는다

눈을 감고 하루를  닫는다


뒤척뒤척 아직 하고픈 말들이 많았는데

이제 막 노곤히 잠든 너흴 깨울순 없잖아


시계 초침만 말거는 방에

습관이 돼버린 건-


혼자 묻고는 혼자 답하는 

내가 내게 하는 인사 


-

오늘 너-의 하룬 어땠니 

애기 말고 '너' 말야


여전히 난 '내'가 궁금해 

너의 말을 들려줘


오늘 하루도 정말 애썼어

내가 알지 '너'의 노력


몸은 어떠니 잠은 좀 자니

요샌 뭐가 재밌니


자장자장 방 안에 숨-소리

나를 아는 모두가 깊은 잠, 잘 때


흩어진 동화책 주으며 만나는 외로운 나

다정한 인사가 그리워 잠 못 드는 이야기꾼


아주 가끔은 물어봐줘요

애기 말고 내 얘기를 


혼자 묻고는 혼자 답하는 

내가 내게 하는 인사


구구절절 이런 가사를 쓰게 된 이유를 적다가 다시 다 지웠다. 

그래 나, 애만큼 관심받고 싶어 하는 철없는 관종 애미...가 맞다. 

처음에 이 노래 가사를 다 쓰고, 가사가 노래에 잘 붙는건가 싶어서 몇 번 불러보는데 괜히 울컥해서 얼마나 울었나 모른다. 


애를 재울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꼼짝없이 깜깜한 방에 누워 있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 괴롭다. 같이 잠들면 된다지만 나는 잠이 정말 죽어라 안오는 걸.. 내 안에 있는 오늘치 이야기를 다 풀고 자고 싶은데 남편은 애 재울 땐 티브이 방 가서 축구 보고 핸드폰 하다가 애를 다 재우고 내가 이제 좀 이야기 좀 하려하면, 이미 드르렁 드르렁- 


내가 사랑하는 남자 둘이 곤하게 잘 자는 모습이 사랑스러워야 하는데 잠 못 자는 나는 그게 너무 얄밉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아직 나는 자고 싶지 않는데 이렇게 숨 죽여야 하는 이 집안 공기가 너무 힘들고, 이들의 잠자는 숨소리에 맞춰 나도 빨리 자장자장 호흡을 따라가야 하는데 그것도 뭔가 압박이 된다. 


애를 재우고, 남편도 잠들면 이제야 핸드폰을 켜고, 책을 펼치고, 정리 안된 거실을 치우고 빨래를 접다 보면 내 마음속 단어들은 더 각성되고 또렷해져서 잠이 달아난다. 내일도 똑같을 텐데, 내일도 난 피곤할 텐데,  정말 이젠 자야 하는데... 스스로를 채근할수록 눈물만 나고 잠이 오지 않는다. 


남편에게 이런 문제를 이야기했더니 놀라워했다. 아니 대체 무슨 말을 했어야 했냐며, 자긴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떡하니 마주 보고 앉았는데... 아니요 난  이런 면담 말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원하는데.. 무슨 정치인처럼 앉아서 들을 준비가 되었다면서 대단한 주제를 기다리는 남편 앞에선 말문이 턱 막힌다. 내가 원하는 분위기는 또 좀처럼 조성이 안된다. 


그때부터는 혼잣말이다. 혼자 나의 안부를 묻는다. 

오늘 너 뭐 했니. 오늘은 또 무엇을 해보려다 말았니. 오늘은 또 누가 네 맘을 안 알아줬니. 


밤에 만나 인사를 거는 나는 거의 실패했고, 억울했고, 지쳐 있었다. 

안부를 물을 때마다 반가운 소식은 별로 없고, 위로와 격려를 건네야 하는 예민한 존재는 정말이지 피곤하다. 

나에게 하는 위로와 격려가 스스로도 지칠 때는 참고 참던 불면증 약을 먹고, 베개에 파묻혀 정말 눕고 정말 감는다. 


이제는 좀 자야 한다. 

나는 정말 요새 피곤하고 힘들다. 

나는  잘 살아보고자 하는 욕심히 많은 사람인데, 이렇게 망가지니 이젠 진짜 조바심이 많이 난다. 


내 불면증은 이렇게 고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 내가 졸려서 말하다 잠들 때까지 나에게 말 걸어줬음 좋겠다. 

나를 궁금해하고 재미있어 하는 수다쟁이가 내 옆에 있어줬음 좋겠다. 

나를 애정하는 사람이 나의 하루를 물어봐줬음 좋겠다. 


난 솔직히 진짜. 그랬음 좋겠다. 

이 정도로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아직 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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