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탓에, 그리고 이제 곧 이사를 가야 해서, 자꾸 친정 부모님께 도움을 받는데 이런 글을 쓰고 있다는 죄책감에.. 등등 온갖 핑계로 브런치를 미루고 있었는데 참담한 기분으로 오늘은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요즘 나는 시간이 나면 맘카페에서 나르시시스트를 전파하며 오지랖을 부리고 있는데 어제 보니 서울강남의 한 학교에서 젊은 선생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이게 실화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국회의원 손녀의 집안에서 선생님께 악성민원을 끊임없이 넣으며 갑질을 하고 학교폭력 사건까지 생겨서 교육청까지 불려 갔다니 이해가 조금 됐다.
나도 갑질을 당한 적이 있었다.
내 자질부족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고학년 담임을 맡으면 어김없이 학교폭력 사태가 반에 늘 있었다.
그런데 어이가 없는 것은 학교폭력(왕따주도, 사이버 폭력)을 저지른 아이 부모는 다른 아이가 저지른 사소한 일에 득달같이 전화를 해서 나를 협박했다.
당시 나는 혼자 타지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고,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퇴근 후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마트 식당에서 혼밥을 하고 있었는데 그 부모한테 전화가 왔다. 십 년 전 일이라 자세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정말 그 아이가 저지른 잘못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일이었는데 다짜고짜 지금 우리 애가 아빠 없는 애라고 무시하냐며(나는 그 부모의 이혼 사실조차 몰랐다.) 내일 당장 아이 새아빠 될 사람이랑 학교에 쫓아가겠다고 전화로 난리를 부렸다. 나는 저녁밥을 먹다가 받은 전화 한 통에 먹던 음식이 다 얹혀 버렸다. 그리고 그때 막 서른이 된 나이였고 교직경력은 7년 차쯤 됐었는데 그래도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서른이라고 해도 나는 내가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학부모는 나보다 어른이라고 생각이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혼자인데 둘이 찾아오겠다니 뭐라고 대처해야 할지.. 내 체격도 160cm가 안 돼서 그 아이보다도 키가 작았다. 나의 왜소한 체격도 신경이 쓰였다. 몸싸움을 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 보이는 외모를 보고 판단할 사람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이 학부모가 남편을 데리고 교실로 찾아오지는 않았지만 이런 갑질, 특히 권력형 갑질(내가 누군지 알아? 우리 애 할아버지가 국회의원이야.. 너 같은 건 내 기분 거스르면 매장시키는 거 일도 아니야.. 이런 류의 갑질)을 당한다면 과연 나는 제정신으로 출근할 수 있을까?
이제 막 이십 대 중반이 된 신규교사에게 국회의원 집안에서 매일같이 갑질을 해댄다면 그걸 감당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내가 누군지 아냐면서 갑질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나르시시스트이다.
이런 나르시시스트들이 횡포를 부리지 못하게 모든 사람들이 그것은 범죄이고 인격살인이며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짓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나르시시스트의 실체를 전 국민이 하루빨리 다 알았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휴직을 하면서 '내가 복직할 때쯤이면 학교 상황이 더 좋아지겠지..'라고 막연한 희망을 가졌었는데 이제는 복직하기가 점점 두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