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키도키 Aug 05. 2023

경제력 없는 30살의 고뇌

번외 편

 

 나는 어렸을 적부터 굉장히 자린고비마인드가 탑재되어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놀이공원에서 놀고 오라며 2만 원을 주시면 2만 원을 그대로 가지고 돌아왔다. 매점에서 쓰는 돈이 아까워서 급식을 많이 먹었다.


 중학교 때 적었던 노트를 보고는 나의 이런 천성은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렇게 적혀있었다.


저번 주 쓴 돈 1000원 이번주 1400원.


저번주보다 400원이나 많이 썼군. 아껴 써야겠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내 자린고비 근성이 최고로 달했다. 주말 알바를 하며 번 30만 원도 되지 않는 돈으로 차비, 밥값 나중엔 핸드폰 비까지 내야 했다. 물론 학교가 서울이고 집도 서울이라 월세는 들지 않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대부분의 동기들은 알바는 추가로 버는 돈이었지 생활비는 아니었다.


  친구들과 만나는 걸 좋아해서 거의 매일 만났지만 거의 동네에서 산책을 하거나 맥도널드에서 감자튀김 사 먹는 게 다였다. 제일 사치는 피자스쿨에서 포테이토피자를 사 먹는 거였다.


 대학생활 중 가장 기뻤던 것은 내가 100만 원을 모았던 적이었다. 아마 몇 개월 동안 알바를 여러 개 해서 모았던 것 같다. 대학 졸업까지 아르바이트를 쉰 적이 없었는데 마지막에 운 좋게 근로장학생으로 방학에 일을 해서 나에게 인생 처음으로 몇 백만 원의 돈이 수중에 생겼다.


 졸업 한 뒤 처음으로 알바를 쉬고 취준만 했다. 그때 한 창 욜로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힘들게 살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라는 말들이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없지만 생각해 보면 그때 나에게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 나는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생기가 있는데 돈을 안 버니까 너무 불안하고 초조했다. 시간은 많았지만 그렇다고 취준을 하루종일 하지는 않았다. 쉬어본 적이 없다 보니 어떻게 쉬는지도 모르겠고 마음만 불안할 뿐이었다.


 그런데 한번 쉬기 시작하니까 이제 아르바이트를 다시 하기 싫어졌다. 같은 학과 사람들이 대기업에 취업하는 걸 보니 나도 곧 취직을 할 것 같았다. 어차피 취직하면 알바보다 훨씬 많이 받으니까 그냥 취준만 하는 게 나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한 달, 두 달.. 그게 몇 년이 되었다.


 결국 일을 하긴 했지만 프리랜서 강사이다 보니 굉장히 불안정했다. 이걸로 평생 돈을 못 벌 것 같아서 다른 길을 찾다 돌고 돌아 유학을 오게 되었다.


 유학을 올 형편이 아닌데 운 좋게 장학금을 받아 올 수 있어 생활하는 지금,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는 내가 너무 한심하다. 그때보다 나아진 형편에 대학교 때 용돈을 안 주셨던 엄마가 용돈을 보내주신다. 너무나도 감사하지만 한편으로 너무 죄송하다. 방학 때에도 뭐라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마음이 편하다.

 

 다른 친구들은 다 돈을 벌고 있는데 나만 뒤에 머물러있는 기분이다. 나는 돈에 강박관념이 있어 내가 돈을 벌지 않으면 너무나 쓸모없는 사람이 된 기분이다.


마트에서 음식을 살 때도 항상 저렴한 것을 고르고, 세일할 때 몇 백 원 아껴 사는 나를 보면 이제는 약간 나 자신이 한심할 때도 있다.


 오랜만에 방학에 들어와 친구들을 자주 만나고 싶어도 이제는 직장 생활하며 씀씀이가 커진 친구들과

맞추기 힘들다. 나는 지금도 맥도널드가 적당한데 밥 한 끼에 2,3만 원이 감당이 안된다. 그렇다고 이런 사정을 말하기엔 내가 너무 초라해서 말하지 못한다.


앞으로 5년은 더 이렇게 살아야 해서 미래를 생각하면 착잡하지만 더 먼 미래로 위안 삼아야 한다. 나이가 들어서 돈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 점점 느껴진다. 아직 30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이러면 40일 때는 얼마나 더 크게 느껴질지 무섭다.


 사람들이 보기엔 나이도 있는데 용돈 받아가며 유럽에서 공부하는 게 부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콜라도 코카콜라가 비싸 3분의 1 가격인 짝퉁 콜라를 사 먹는 돈 없는 30살일 뿐이다.


 가끔은 분수에 맞지 않는 것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 온 기회를 또 놓칠 수는 없다. 엄마에게는 나중에 꼭 보답해 드릴 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