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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H Oct 04. 2023

암흑같은 나의 20대 백수 시절을 회상하며

E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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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내 20대는 엉망진창이었다. 나의 잘못된 선택들이 쌓여서 나온 결과였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 나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라며 적는 글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학교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편에다가 친구관계, 선생님들과의 관계까지 좋았다. 인서울 대학교에 들어가게 되었고 공대였기 때문에 나도 대기업에 들어갈 줄 알았다. 그래서 내 열심히 하지 않아도 적당한 삶을 살 거라고 방심을 했다.


나는 하양지원이라고 생각하는 대학교에 붙었다. 그러다 보니 고등학교 땐 뭐든지 열정 가득했던 나는 대학교에 모든 의지가 없어졌다. 시험 기간에는 공부했지만 거기에 더불어 다른 활동들도 열심히 하지 않았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바로 도태되는 한국 사회에서 너무 크게 방심했다.


 용돈을 벌어야 해서 알바까지 뛰다 보니 공부는 더 뒷전이 되었다. 공대는 다 취업을 잘하는 줄 알았다. 그건 열심히 하는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내용이었다. 나는 선배들이 대기업에 취업하는 걸 보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ㅈ소기업에 취직하고 싶지 않다면 무조건 열심히 학점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그땐 몰랐다.


 대학교땐 해외 인턴 기회가 있었는데도 남자친구가 말려서 도전하지 않았다. 나의 20대 때는 내 중심이 없었다.


혹시나 내가 학과가 안 맞는다고 생각하거나, 더 좋은 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전과를 하거나 편입 준비를 도전하길 추천한다. 어중간하게 맞지도 않는 과에서 공부 다하다가는 나처럼 이도저도 안된다.


대학생들은 만약 부모님이 용돈을 주실 수 있다면 감사히 받으며 공부만 열심히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알바를 함으로써 오는 스트레스+ 학점 낮아짐- 취업 더 하기 힘듦. 결국 내 레벨을 올리는 것에 실패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집안 사정이 안 좋다거나 한다면 어쩔 수 없다. 나는 대학교 내내 용돈을 벌어 썼는데 차라리 휴학을 하고 돈을 벌어놓고 학교를 열심히 다녔으면 하는 후회를 했다. 한번 찍힌 학점은 되돌릴 수가 없다.


일을 절대 쉬면 안 되는데 나는 오히려 대학생 때 열심히 일하고 졸업할 때쯤 수중에 돈이 조금 생기니까 이 시간에 취업 준비나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일을 안 했다. 이게 너무나 큰 실수였다. 짧게 쉬는 건 괜찮지만 절대 2개월 이상이 되면 안 된다.


그 당시에 나 자신으로 살아라, 욜로, 즐겨라 등등의 내가 원하는 걸 하라는 바람이 불었다. 나는 그런 책들을 보면서 점점 사고가 바뀌었다. 무조건 열심히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이 들자 아르바이트하기도 싫고 취업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모아둔 돈으로 생활하고 원래 소비를 크게 하지 않기 때문에 돈이 절박하게 필요하지 않았다. 점차 백수의 길로 빠졌다. 백수의 길로 처음 들어설 땐 이게 그렇게 무서운 일인지 몰랐다.




한번 일을 안 하는 편안함에 몸이 익숙해지다 보니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나이는 점점 먹어가고 취직을 안 하고 아르바이트 구하는 것조차 부끄러워졌다.


자꾸만 동기, 선배들이 다니는 대기업만 보며 나도 똑같이 갈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중소기업은 쳐다도 안 보게 되었다. 좀 더 작은 회사라도 꾸준히 다니다가 대기업에 갈 수도 있는 것인데 그냥 취업을 포기해 버렸다. 똑같은 학교, 학과를 나왔는데 나만 왜 이러지?라는 자괴감에 빠지기만 했다.


피해의식에 빠져 친구들도 안 만나기 시작했다. 성격이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금방 화가 났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는 것, 심지어 친했던 사람들을 만나는 것조차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24시간 집에만 있는 날들이 많아졌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너무나 큰 자괴감 때문에 하루종일 우울해졌다.


그 시기가 지난 뒤 일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내 몸 하나를 내가 먹여 살리는 것. 그것이야 말로 인간으로서 나의 자존감을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걸 그만두고 취직 준비만 한다는 결심은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조그마한 경력이라도 쌓아야 나의 몸값을 올릴 수 있는 법이다. 또 돈이 없으면 점점 불안해져서 판단력이 흐려진다.


 나처럼 우울한 백수가 되지 않으려면 하루라도 어릴 때 꾸준히 일을 해야 한다. 지금은 원하는 공부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 우울한 백수의 나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나의 우울한 백수시간이 지나며 얻은 것은 없다. 그때 이후로 이제 뭔가 불안한 상황이 생기면 금방 우울해지고 견디기가 힘들다.


 어쨌든 지금도 다시 학생이기 때문에 내가 내 손으로 돈을 벌지 못하고 있으니 백수나 마찬가지다. 지금 친구들은 다 돈을 벌고 있는데 나는 0나 마찬가지라 더욱 불안하다. 문득문득 드는 자괴감과 엄마에게 드는 죄책감은 어쩔 수 없다.




 후회는 소용없지만 나의 20대 때 나의 선택을 많이 후회한다. 내 몸이 편하고자 돈 조금 있다고 알바를 그만두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자격증 공부, 전공공부를 안 한 것도 많이 후회된다.


 그렇게 맘에 안 들었으면 전과라도 하지. 취업이 좀 더 늦어질까 봐 도전하지 않았다. 편입학원도 돈이 드니까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 내가 더 나은 선택을 했다면 지금 내 인생은 많이 달라졌겠지.


 소중한 20대 때를 너무 내 감정과 느낌으로만 판단했다.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찬란하게 빛나야 할 내 20대의 절반은 암흑이었다.




이십 대 후반, 내가 정말 나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몇 년 동안의 백수 생활을 하면서 나의 자존감은 바닥이 났다. 과외를 할 때에도 직업이 없다는 것 때문에 늘 떳떳하지 못했다.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으로 도전했다. 고등학교 때 열심히 했던 나 자신이 있었던 걸 나는 알았다. 이제는 가족들까지 나를 믿어주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장학생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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