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빅스비 등 인공지능 음성 비서 목소리는 대개 여자다. 별도 설정을 하면 남성 목소리로 바꿀 수도 있지만 기본 설정은 여자다. 사용자가 느끼기에 더 ‘편안한’, ‘익숙한’, ‘당연한’ 목소리만 생각하다 보니 여성 목소리가 디폴트가 된 거다. 기술회사들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이런 문제를 고민해본 적이 없는 듯하다.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Virtue(미디어 그룹 Vice 소유)가 세계 최초 성 중립적인 목소리 Q를 선보였다. 인공지능 전에도 무수히 많은 음성 안내 서비스가 있었는데 Q가 최초의 성 중립 목소리라니, 기분이 묘하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음성은 권위 있는 역할에 쓰였다. 은행이나 보험 앱 같은데 말이다. 여성의 음성은 보다 ‘상냥한’ 분야, 서비스가 주가 되는 역할에 사용됐다. 성 인식에 관한 고찰 없이 기술을 적용하다 보니 소비자들도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편협한 성 관념을 공고히 한 셈이다. ‘편안함’과 ‘익숙함’이 때로는 얼마나 편파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생활을 바꾸는 기술일수록 사회적 이슈에 기민해야 한다. 기술 개발에만 초점을 맞춘 안일한 선택이 누군가의 삶을 차별적으로 만들 수 있다.
Q를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인권 단체 및 소수자 단체, 언어학자, 대학 연구진 등과 협력했다. 방식은 중성적인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145~175Hz 사이의 주파수로 맞췄다고. 저 주파수가 가장 성 중립적으로 느껴지는 음역이라고 한다. 그런 후 4,600명의 사람에게 1에서 5까지 척도를 제시하고 해당 목소리가 어떤 성별의 목소리처럼 들리냐고 설문했다. 설문 결과까지 반영해 탄생한 것이 Q다.
Q의 목소리는 홈페이지에서 들어볼 수 있다.
http://www.genderlessvoi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