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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구 Sep 02. 2024

블루투스 이어폰의 역설

멀티태스킹의 두 얼굴

MZ세대라면 블루투스 이어폰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무선 이어폰에 비해 휴대하기 편하다는 게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일 터다.


만약 에어팟, 소니 헤드셋처럼 노이즈 캔슬링(소음 차단) 기능이 있는 제품을 쓴다면 집중력을 높이는 부수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음을 차단하여 감각을 한 가지 작업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준다. 대중교통이나 카페에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탑재된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면 집중이 잘 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블루투스 이어폰의 가장 큰 효용은 (역설적이게도) '멀티태스킹'이다. 멀티태스킹은 집중력에 방해가 되며, 더 나아가 멀티태스킹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는 고정관념으로 인해 내 생각이 모순적으로 들릴 것이다. 하지만 멀티태스킹을 전략적으로 한다면 블루투스 이어폰을 활용해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한 경우는 두 가지 일 모두에 의식적인 노력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전화로 상담하면서 동시에 사업 보고서를 쓰는 게 쉽지 않은 것처럼,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긴 어렵다.


하지만 두 일 중 하나가 주의를 덜 기울여도 되는 일이라면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숙련된 운전자의 경우 옆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도 운전할 수 있다. 물론 혼자서 운전하는 것보다 집중도가 떨어지겠지만 적어도 차선을 변경하는 타이밍이나 단속 구간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야겠다는 것 정도는 감지할 수 있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활용하면 운동하거나 식사할 때, 또는 집안일을 하면서도 공부할 수 있다. 물론 어려운 책을 읽는 것과 같이 고도의 사고 과정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더 많은 주의력을 필요로 하기에 다른 감각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반대로 가벼운 시사, 경제 상식을 다루는 팟캐스트처럼 상대적으로 이해가 잘 되는 콘텐츠는 다른 일을 동시에 하면서도 내용이 잘 이해된다. 오디오북이나 팟캐스트는 따로 시간 내서 듣기가 귀찮은데, 귀찮은 일과 병행하면 신기하게도 학습이 잘 된다.


물론 지식을 귀로 듣기만 해서는 완전한 학습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텍스트를 읽고 내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작업까지 거쳐야 비로소 학습이 완성된다. 하지만 귀를 통해 야금야금 들어온 지식이 다른 공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진 모른다. 슈카월드나 삼프로 채널에서 주워들은 경제 상식이, 어려운 경제 책을 이해하는 기초 지식이 될지 누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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