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고시를 그만두게 된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마음의 병, 불안장애이다.
우울증, 공황장애는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으나 불안장애에 대한 인식은 어떤지 모르겠다.
나의 경우, 증상이 심할 때는 전공서적 한 줄을 읽는 것이 10분 넘게 걸린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이해가 되지 않고 머리가 막혀버린 것만 같다. 그러다가 심장이 가빠지고 터져버릴 것만 같다.
시험이 다가올 때마다 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작년에는 카페인 없이는 못 살던 내가
9월부터 커피 반 잔도 마시지 못했다.
20살, 수능이 끝나고 대학에 가며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때에도
나는 교사가 돼야 한다는 굉장한 압박감을 가졌던 것 같다. 꼭 10퍼센트 안에 들어서 교직이수를
하는 것만이 나의 목표였고 꿈이었다.
그때 나는 내가 망가져 가는 것을 알아채야 했었다. 사실은 알면서도 멈출 용기가 없었다.
상상하면 즐겁기만 하던 나의 어린 시절 꿈이 나를 옥죄는 쇠사슬이 되기 시작했다.
그때 약을 먹기 시작한 후로 이렇게까지 증상이 심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하며 다시 시작되었다.
10년이 지난 이제야 나는 나를 살펴주려고 한다. 너무 아팠던 나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어 힘들었던 나를 이제는 안다.
이렇게 나는 나에게 화해를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