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계속 나아간다.
임용고시를 그만두기로 결정한 지 몇 주가 흘렀다. 그동안 몸을 회복하는 것에 집중했다.
이번 연도 임용고시는 접수하지 않았다. 나에게 조금 더 휴식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준비한 시험을 포기하고 어떻게 괜찮을 수 있을까.
마지막 접수일이 지난 후 나는 낙담했고 내 의지를 따라와 주지 않은 몸뚱이가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나는 수년을 준비해 온 나의 계획을 포기했다.
하지만 교사로 가는 문을 닫아버리지는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짧지만 쉬면서 깨달은 것은
나는 정말로 교사가 하고 싶고, 가르치는 일을 할 때 누구보다 기뻤다는 사실이다.
단, 모두가 꿈꾸는 ‘초수합격’, 또는 적어도 ’ 재수합격‘이 나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나는 늘 완벽한 최선의 계획을 빠르게 이루고 싶어 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고등학생 시절 나는 내 예상과 달리 수능을 망치고 어찌어찌 서울에 있는
대학을 정말 아슬아슬하게 들어갔다. 대학에 가서는 6등 안에 들어서 교직이수를 하려 했건만, 밑에서 2등을 하고
학사경고도 받았다. 영문과 친구들은 다 가지고 있는 토익 800점이 없어 한 학기를 쉬며
토익공부에만 매달려 간신히 900을 넘겼다. 그 덕에 대학원은 한 학기 늦게 가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늘 남들보다 한 발 늦었다.
하지만 거북이처럼 아주 느리게 앞으로 나아갔다. 앞으로 나의 남은 삶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언제 시험을 볼지는 모르겠지만
재활치료를 병행하며
천천히 공부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다시 공부를 할 때는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으며 삶을 여행하고 싶다.
여행하며 만나는 사람들을 소중히 대하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눈에 담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렇게 나아갈 것이다.
아, 매사에 감사하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