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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시 Jul 29. 2022

<뉴 프로젝트>

대기업 과장도 쩔쩔매는 중소기업과장

 



 나는 컨설턴트였다. 지금은? 아니니까 이런 말을 하는 거 아닐까. 컨설턴트는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다. 그냥 나의 업무에 대해 간단하게 말하면, 의뢰를 받으면 조사하여 그걸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보고서를 시장에다 팔기도 한다. 즉 세상의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예측해야 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나는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물론 그만큼 야근과 특근이라는 대가를 치렀어야 했고. 그중에서도 맨날 사람들이 말하는 창의성의 중요성, 미래를 보는 시야에 대한 중요성을 말해보고자 한다. 

 

  내가 컨설턴트 신입으로 일했을 때, 기억 남는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시장조사 보고서였다. 물론 내 사수랑 같이했기에 나는 그저 배우는 거였지만, 그리고 2년도 되지 않아 블록체인 기술은 비트코인이라는 어마어마한 핫 아이템으로 변해버렸다. 그때, 대리님은 조사하면서 뭐라고 했는지 아직도 기억난다. '10년이 지나도 이건 안 되는 아이템인데, 왜 이딴 걸 나한테.' 이런 푸념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김 과장님은 자기는 비트코인을 하고 있다고, 그렇게 먼 미래는 아닐 거라고 말씀하셨다. 자기는 삐삐 세대였는데, 휴대폰이 삐삐를 집어삼키는 걸 눈으로 봤다고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는데 지금은 더 빠르게 변한다고, 우리가 조사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은 그렇게 먼 미래가 아닐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과장님 말은 1년도 안 돼서 비트코인 열풍으로 돌아왔다, 물론 우리 회사 전화도 불이 났다. 시장 조사보고서 매출이 엄청나게 급증한 거였다. 왜냐하면 그때, 당시에 블록체인 검색하면 나오는 시장 보고서는 우리 회사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2017년의 비트코인.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비트코인 역사의 순간에 있었던 것이다. 나와 그 선배는 아직도 이 일을 후회하고 있다. 그때 과장님 말을 들었으면. 우리가 블록체인에 대해 보는 눈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 말이다. 이 이야기가 안 믿어진다면, 당장 검색엔진에 블록체인을 검색해서 봐라, 17년도에 블록체인에 대한 산업보고서가 얼마나 있을지. 당시 나는 미친 듯이 야근을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기억하고 있다. 이 이야기가 거짓말 같다고? 그러면 다른 이야기도 하나 해주겠다. 


 혹시, 2017년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있었나? 물론 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 역시 컨설팅 의뢰를 받은 건 힐러리의 정책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효과에 대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김 과장님은 조사하는 김에 트럼프 정책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효과도 조사하라고 지시하셨다. 혹시라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이유였고, 우리 팀은 속으로 쓸데없는 일을 시킨다고 투정을 부렸다.


보고서의 발간일은 16.09.1이다.

 그리고 16년 11월 또 전화는 불타올랐다. 다른 사람들도 트럼프가 될 걸 예측했었다고? 그러면 우리 회사 전화에 불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정말이지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나는 당시 신입이었기 때문에 전화를 담당했었는데, 그날 점심 먹을 시간도 없어서 짜장면을 배달시켜서 먹었던 걸로 기억난다. 원래라면 점심시간이 주어지는데, 그땐 정말 미치도록 바빴다. 야근은 필수였다. 왜냐하면 누구도 트럼프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덕분에 우리는 양곱창으로 회식을 할 수 있었지만. 직장인이라면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 수 있을 거다. 


 나는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은 있을 수 없다.'라는 말을 현실로 체감했다. 물론, 트럼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으로 억 단위의 돈을 번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나는 시간이 지나고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때는 일이 바빠서 별생각을 못했는데, 퇴사하고 한가하게 놀다 보니, 당시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과장님들 부장님들에게서 빨리 보내달라고 수많은 문의가 왔다는 사실은 대단한 거였다. 웃기지 않은가? 그 똑똑하다던 대기업 과장들, 심지어 박사과정을 거쳤던 정부기관의 사람들이 중소기업 과장한테 쩔쩔매며, 보고서를 먼저 보내달라고 하는 그 모습을 그때는 일이 너무 많아서 처리하느라 바빠서 별생각을 못했는데, 김 과장님이 퇴사하고 나서, 사회생활을 이어나가다 보니 정말 대단한 거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김 과장님은 컨설턴트는 미래를 보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김 과장님의 관점에서 본다면, 세상은 1%의 천재와 나머지 9%의 사람이 그 천재들의 생각에 동의를 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90%는? 잉여인간이다. 슬프게도 말이다. 나는 90%의 인간에 속했던 것 같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비트코인의 핵심이라는 블록체인을 같이 조사하고, 공부했지만, 나는 그 미래는 먼 미래라고 생각했다. 내가 10%의 범위에 속했다면, 고작 6천만 원의 재산을 들고 백수가 되지는 않았을 거다. 반면 김 과장님은 비트코인으로 30억을 벌고 퇴사하셔서, 고향인 광주로 가셨다. 참 웃기지 않은가. 똑같은 걸 봤는데, 누구는 30억을 가지고 금의환향하고, 누구는 6천만 원을 가지고 쓸쓸하게 퇴장하는지.


  과거에는 이런 일이 없었을까? 시간을 조금만 돌려봐도 이런 일은 무수히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 폰을 누구나 들고 다니는 세상이 올 줄 알았을까? 내 주위에는 아니었다. 당시 2g 폰만 들고 다녀도 된다는 생각이 대다수였을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바꾼 잡스는 1%의 천재였고, 그 천재들의 생각에 동의를 해서 카카오톡을 만든 카카오는 9%의 사람 속에 속하는 것이다. 카카오가 이렇게 대기업으로 발전할지 누가 알았는가. 카카오톡 같은 걸 생각한 사람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자로 충분하다는 사람이 훨씬 많았을 것이다. 아니면 카카오톡을 보고  '이게 돈이 되겠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거나.

 

 시간을 조금 더 돌려볼까? 김 부장님 같은 삐삐 세대들은 휴대폰이 세상을 바꾸는 걸 알았을까? 아니 전혀, 이 글을 읽고 있는 삐삐 세대라면 한 번 생각해봐라. 김 부장님의 말에 의하면  당시 차 한 대 값이던 휴대폰이 삐삐를 세상에서 지워버릴 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전국에 삐삐가 터지는데 뭐하러 그렇게 큰 걸 들고 다니면서 비싼 통화료를 내느냐. 삐삐만 해도 충분하다. 이런 생각이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만약 당신이 휴대폰이 세상을 변화시킬 줄 알았다면, 당신은 정말 많은 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90%의 사람이다. 내가 비트코인의 역사의 시작을 봤지만, 단 한 푼도 건지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나는 비록 회사에서 나왔지만, 김 과장님에게 배웠던 세상을 보는 시야, 사람을 대하는 기술 등 이런 것들은 영원히 나와 함께 할 것이다. 세상엔 영원한 건 절대 없다. 성공도 실패도 영원하지 않다. 이게 <뉴 프로젝트>를 실행해야 하는 이유다. 내가 지금은 비록 서른 살에 6천만 원 밖에 못 모은 백수지만, 지금부터 한 번 달라지려고, 비록 실패한 컨설턴트였지만 그곳에서 배운 세상을 보는 시야, 사람을 대하는 법, 실패에 대처하는 법 등은 영원히 나와 함께할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영원한 건 절대 없다. 다가올 미래는 많은 선택지가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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